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처음으로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28일 열렸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참석해 브렉시트에 대한 영국내 상황과 향후 보고했지만 EU 국가들내의 미묘한 입장 차이로 향후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은 오리무중이다. 영국을 다독여서 최대한의 정치·경제적 타격을 최소해야 한다는 ‘온건파’와 ‘본때를 보여야 한다’는 ‘강경파’의 입장이 엇갈려 최종 결론이 나는 29일까지 예측 불허 상태다.
EU는 28~29일 열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애초 상정된 주요 안건은 이민, 경제, 외교 문제였지만 브렉스트로 인해 최대 쟁점은 브렉시트 후속 대책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캐머런 영국 총리가 28일 만찬 회동에서 브렉시트 결정 후 영국 내 상황과 향후 대책을 보고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브렉시트로 이미 사임을 밝힌 캐머런 총리가 회의 참석 전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EU 정상들이 영국의 EU 탈퇴 결과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브렉시트의 ‘안정적인 탈출’을 위해 EU 국가들에 인내심을 촉구했다. 그는 “영국 국민들이 EU 고위 관료들의 정책이 자신과 동떨져 있다고 느끼고 있어 이번 결과가 촉발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캐머런 총리는 전날 영국 의회 출석해 “브렉시트 결과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재투표 논의에 대해 차단했다. 그는 “결정은 받아들여져야 하고 이 결정을 가장 좋은 방식으로 수행하기 위한 작업이 이제부터 진행돼야 한다”고 EU와의 ‘아름다운 이별’을 강조했다.
영국 정부의 입장을 수용할지는 29일에는 EU 지도자들과 회원국 정상들이 캐머런 총리를 배제한 비공식 회의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독일을 중심으로 세계 5의 경제권인 영국에 대한 압박을 자제해 순조로운 퇴출 수순으로 시장의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왔다. 반면 프랑스를 중심으로 ‘괘씸죄’를 물어 영국을 외톨이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경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다른 EU 국가의 추가 퇴출을 미연에 막자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영국이 EU와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절차를 밟아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면 브렉시트에 따른 국제 금융 시장의 충격은 최소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의 경우, 시장 불확실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현재로선 영국의 EU 탈퇴 협상 개시 시점이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EU 의장국인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터 총리는 이날 “(영국이 EU를) 빨리 떠나도록 강요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고 밝혀 영국의 EU 탈퇴 프로세스에 대한 속도조절 필요성을 시사했다. 앙헬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브렉시트에 대한 상황을 분석할 일정한 시간이 영국에 필요함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당초 ‘조속한 협상 개시’를 영국에 압박하던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선 것이다.
반면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영국의 조속한 EU 탈퇴를 종용하고 있다. EU 내 영향력 확대라는 ‘과실’도 있지만 시장 불확실성이 고조될 위험이 상존하는 ‘양날의 칼’이어서 이들 국가가 끝까지 영국을 몰아붙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의 탈퇴 협상도, 나머지 EU 회원국의 후속책이 나오려면 9월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어서 브렉시트 발(發) 혼란이 그때까지 갈 수 있다. 영국 보수당은 새 총리 선출을 9월 2일 예정하고 신임 총리가 브렉시트 협상을 이끌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이번 회의에서 EU 정상들은 영국 없는 EU의 구체적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 9월에 정상회의를 다시 소집하기로 결의할 전망이 우세해 유럽의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27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독일 베를린에서 회동하고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영국이 EU에 탈퇴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에는 어떠한 협상도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올랑드 대통령은 “우리가 영국의 탈퇴 투표를 존중하는 것처럼 우리 역시 영국으로부터 존중받기를 기대한다”며 “시간 허비 없이 명료하고 빠르고 결속되게 이들 주요 문제를 다뤄나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렌치 총리는 “영국의 EU 탈퇴는 오랫동안 지연된 EU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빠른 탈퇴를 촉구했다.
[장원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