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거부하는 '반란'의 물결…재투표 움직임까지
유럽연합(EU) 탈퇴에 투표 결과를 거부하는 '반란'의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43년간 몸 담았던 EU에서 떠나기로 한 '뜻밖의' 결과를 받아든 EU 잔류 지지자들에게 EU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였던 터였습니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브라이튼 다니(25) 씨는 "나는 영국인이고 유러피언(유럽인이다)이다. 영국을 유럽과 구분해 본 적이 없다"며 EU 탈퇴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런 생각은 그뿐만 아니다. EU 탈퇴 공식 캠프인 '탈퇴에 투표를'(Vote Leave)이 투표 운동 선전물에 유럽인에 대한 영국민의 인식을 의식해 "우리는 유럽을 좋아합니다. EU 통제를 되찾자는 것"이라고 강조할 정도였습니다.
브렉시트로 결정 난 영국에서 EU 탈퇴를 선택한 이들은 EU 통제에서 벗어난 새로운 영국을 기대하며 흥분과 기쁨에 도취해 있지만 한편으로 EU 잔류를 선택한 이들은 충격과 실망, 그리고 두려움과 걱정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국 젊은 층에 유럽은 수시로 여행을 가는 곳이고 유학을 할 수도 있고, 일자리를 찾을 수도 있는 곳입니다.
런던에서 유로스타 기차를 타고 2시간 남짓만 지나면 프랑스 파리에 도착해 쇼핑하거나 시내 구경을 할 수 있다. 영국 남서부 도버 항구에서 페리나 유로스타에 자동차를 싣고 프랑스 칼레 항구에 도착해 주변을 돌아다니며 휴일 하루 가족나들이를 다녀오는 영국민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나온 이후 EU에서 탈퇴하면 앞으로 유럽에 가려면 비자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들이 떠돌고 있습니다. 영국과 EU 이사회가 벌일 탈퇴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런 추측들을 낳는 것입니다. 온통 불확실한 것들 뿐입니다.
런던 남부의 한 초등학생에서는 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한 학생이 (이민자 출신에게) EU에서 떠났으니 너도 떠나라'고 말했다. 이런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는 일도 있었다고 한 교민은 전했습니다. 학생이 부모에게서 들은 말일 것입니다.
40대 후반의 자클린(여)은 "이번 투표는 여느 총선 때 하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중요한 투표였는데 어느 쪽 얘기가 정말 사실인지 믿음이 안 드는 상황에서 투표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런 충격과 실망, 그리고 두려움과 혼란은 지난해 총선을 훨씬 뛰어넘는 투표율로 무려 3천3천55만명이 의사를 표시해 결정난 투표 결과를 거부하려는 요구로 분출되고 있습니다.
윌리엄 힐리가 하원 홈페이지 청원 게시판에 "투표율이 75% 미만이고 탈퇴나 잔류 어느 쪽이든 60%가 되지 않으면 재투표를 해야 한다는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며 제2의 국민투표를 치러야 한다는 호소에 이틀 만에 300만명이 동참하는 사태가 불거졌습니다.
의회 민주주의 발상지로 자부하는 영국에서 민주주의 절차에 따른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저항이 터져 나오는 양상입니다. 다만, 서명에 동참한 이들이 전부 '영국민은 아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영국 시민권자인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없어서 가짜 영국민이 서명한 경우가 많다는 논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들이 "입법을 소급적용하는 것을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투표가 실현될 가능성은 제로(0)"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동참자들은 계속 불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런던정경대(LSE) 학생인 톰 벤보우(23) 씨는 "스코틀랜드에서 2년 전 열린 독립 투표가 부결됐는데 다시 투표를 하겠다고 지금 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브렉시트 투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이런 태도를 전적으로 시민들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 국민투표 결과가 나오자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영국 언론들과 한 잇따른 인터뷰에서 2014년 9월 실시된 반대 55%, 찬성 45%로 부결된 독립투표를 다시 치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발언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재투표는 없다'고 못박았지만, 독립 재투표는 지금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 정부를 책임진 인사의 이런 발언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국민투표를 다시 치르자는 요구를 부채질 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이번 국민투표를 앞두고 영국민들은 브렉시트 찬반으로 갈려 상대측 주장을 '거짓말' '공포 프로젝트' '혐오 프로젝트'라고 몰아붙인 여야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거뒀다. 이번 국민투표에서 기성 정치에 대한 염증과 불신이 확인됐다고 정치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여당인 보수당에서는 이런 혼돈 속에서 총리 사임 발표 이후 브렉시트 찬반 진영이 후임 총리를 놓고 권력 다툼을 벌이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EU 잔류를 지지한 야당인 노동당이 전통적인 텃밭에서조차 EU 탈퇴 표가 우위로 나온 결과에 노동당 내부에선 코빈 대표를 향한 지지층 이탈의 책임론에 거세지고 있습니다.
투표 결과를 거부하는 '반란'의 물결은 브렉시트 투표 이후 대혼란에 빠진 영국에서 또 다른 곳으로 번질지 모르겠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유럽연합(EU) 탈퇴에 투표 결과를 거부하는 '반란'의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43년간 몸 담았던 EU에서 떠나기로 한 '뜻밖의' 결과를 받아든 EU 잔류 지지자들에게 EU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였던 터였습니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브라이튼 다니(25) 씨는 "나는 영국인이고 유러피언(유럽인이다)이다. 영국을 유럽과 구분해 본 적이 없다"며 EU 탈퇴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런 생각은 그뿐만 아니다. EU 탈퇴 공식 캠프인 '탈퇴에 투표를'(Vote Leave)이 투표 운동 선전물에 유럽인에 대한 영국민의 인식을 의식해 "우리는 유럽을 좋아합니다. EU 통제를 되찾자는 것"이라고 강조할 정도였습니다.
브렉시트로 결정 난 영국에서 EU 탈퇴를 선택한 이들은 EU 통제에서 벗어난 새로운 영국을 기대하며 흥분과 기쁨에 도취해 있지만 한편으로 EU 잔류를 선택한 이들은 충격과 실망, 그리고 두려움과 걱정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국 젊은 층에 유럽은 수시로 여행을 가는 곳이고 유학을 할 수도 있고, 일자리를 찾을 수도 있는 곳입니다.
런던에서 유로스타 기차를 타고 2시간 남짓만 지나면 프랑스 파리에 도착해 쇼핑하거나 시내 구경을 할 수 있다. 영국 남서부 도버 항구에서 페리나 유로스타에 자동차를 싣고 프랑스 칼레 항구에 도착해 주변을 돌아다니며 휴일 하루 가족나들이를 다녀오는 영국민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나온 이후 EU에서 탈퇴하면 앞으로 유럽에 가려면 비자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들이 떠돌고 있습니다. 영국과 EU 이사회가 벌일 탈퇴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런 추측들을 낳는 것입니다. 온통 불확실한 것들 뿐입니다.
런던 남부의 한 초등학생에서는 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한 학생이 (이민자 출신에게) EU에서 떠났으니 너도 떠나라'고 말했다. 이런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는 일도 있었다고 한 교민은 전했습니다. 학생이 부모에게서 들은 말일 것입니다.
40대 후반의 자클린(여)은 "이번 투표는 여느 총선 때 하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중요한 투표였는데 어느 쪽 얘기가 정말 사실인지 믿음이 안 드는 상황에서 투표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런 충격과 실망, 그리고 두려움과 혼란은 지난해 총선을 훨씬 뛰어넘는 투표율로 무려 3천3천55만명이 의사를 표시해 결정난 투표 결과를 거부하려는 요구로 분출되고 있습니다.
윌리엄 힐리가 하원 홈페이지 청원 게시판에 "투표율이 75% 미만이고 탈퇴나 잔류 어느 쪽이든 60%가 되지 않으면 재투표를 해야 한다는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며 제2의 국민투표를 치러야 한다는 호소에 이틀 만에 300만명이 동참하는 사태가 불거졌습니다.
의회 민주주의 발상지로 자부하는 영국에서 민주주의 절차에 따른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저항이 터져 나오는 양상입니다. 다만, 서명에 동참한 이들이 전부 '영국민은 아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영국 시민권자인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없어서 가짜 영국민이 서명한 경우가 많다는 논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들이 "입법을 소급적용하는 것을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투표가 실현될 가능성은 제로(0)"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동참자들은 계속 불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런던정경대(LSE) 학생인 톰 벤보우(23) 씨는 "스코틀랜드에서 2년 전 열린 독립 투표가 부결됐는데 다시 투표를 하겠다고 지금 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브렉시트 투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이런 태도를 전적으로 시민들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 국민투표 결과가 나오자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영국 언론들과 한 잇따른 인터뷰에서 2014년 9월 실시된 반대 55%, 찬성 45%로 부결된 독립투표를 다시 치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발언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재투표는 없다'고 못박았지만, 독립 재투표는 지금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 정부를 책임진 인사의 이런 발언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국민투표를 다시 치르자는 요구를 부채질 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이번 국민투표를 앞두고 영국민들은 브렉시트 찬반으로 갈려 상대측 주장을 '거짓말' '공포 프로젝트' '혐오 프로젝트'라고 몰아붙인 여야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거뒀다. 이번 국민투표에서 기성 정치에 대한 염증과 불신이 확인됐다고 정치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여당인 보수당에서는 이런 혼돈 속에서 총리 사임 발표 이후 브렉시트 찬반 진영이 후임 총리를 놓고 권력 다툼을 벌이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EU 잔류를 지지한 야당인 노동당이 전통적인 텃밭에서조차 EU 탈퇴 표가 우위로 나온 결과에 노동당 내부에선 코빈 대표를 향한 지지층 이탈의 책임론에 거세지고 있습니다.
투표 결과를 거부하는 '반란'의 물결은 브렉시트 투표 이후 대혼란에 빠진 영국에서 또 다른 곳으로 번질지 모르겠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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