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적 막말 발언에도 골수 지지층을 기반으로 목소리를 높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출마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전국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힐러리 클린턴(47%)과의 지지율 격차가 5%포인트로 확대되는 한편 플로리다, 펜실베니아 등 경합주(스윙 스테이트)에서도 모두 힐러리에게 밀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CNN과 ORC가 지난 16∼19일 성인 1001명을 상대로 전화조사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힐러리와 트럼프의 전국 지지율은 각각 47%와 42%로 나타났다. 자유당 게리 존슨과 녹색당 질 스타인 후보를 포함해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힐러리는 트럼프를 4%포인트 앞섰다. ‘누가 대통령이 되기에 더 좋은 기질을 가졌는가’라는 질문에서 힐러리 전 장관은 56% 지지율을 얻었지만 트럼프는 32%에 그쳤다. ‘누가 이길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서도 힐러리 전 장관은 55%를 얻어 38%에 그친 트럼프를 큰폭으로 앞섰다. 퀴니피액 대학이 지난 8∼19일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 3대 경합주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힐러리의 상승세가 뚜렷했다. 최대 경합주 플로리다에서 힐러리 전 장관은 47%대 39%로 트럼프를 크게 앞섰다. 펜실베이니아에서도 42%대 41%로 근소하게 이겼다. 오하이오에서는 두 후보 지지율이 40%로 같았다. 이처럼 힐러리 클린턴과 지지율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자 트럼프는 전일 코리 루언다우스키 선거대책본부장을 전격 경질한 바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미국 경제는 2018년초부터 침체에 빠져들고, 2008년 금융위기보다 침체가 훨씬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공약이 이행된다면 큰 폭의 일자리 감소와 실업 증가, 높은 금리, 주가 하락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자신이 민주당원이지만 2008년에는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 캠프에서 일한 만큼 보고서에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주장했다.
힐러리는 트럼프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대 경합주 중 하나인 오하이오 연설에서 힐러리는 “자신의 회사를 4차례 파산에 이르게 한 공화당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이 다시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며 “진보주의자나 보수주의자들 모두 트럼프의 경제구상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대선자금도 힐러리에게 쏠리고 있다. 선거자금 보유액은 힐러리가 4100만 달러(약 475억원)인 반면 트럼프는 130만 달러(15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 전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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