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초등학생 대상 모의고사에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일본 정부의 일방적 주장을 담은 문제가 출제됐습니다.
20일 교도통신에 의하면, 중학교 입학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일본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올해 실시한 모의 고사에서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를 불법점령하고 있는 나라를 택하라"는 4지 선다형 문제가 등장했다고 교도통신이 20일 보도했습니다.
문제지에는 "지도에 C로 표시된 국가는 일본의 영토인 다케시마를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다. 이 나라를 다음에서 하나 고르라"는 질문과 함께 4가지 답 중 하나로 '대한민국'이 적시됐습니다.
이 문제를 낸 출판사는 동일본에 거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 출판사 담당자는 초등학교 고학년 사회과 교과서를 발행하는 4개사 모두 독도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에 대해 기술함에 따라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은 수험생에게 당연한 지식이 됐다고 소개했습니다.
이번 사안은 결국 아베 정권의 교육 방침과 직결됩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014년 1월 교과서 제작의 지침인 중·고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는 "일본 고유 영토"이며 "한국에 불법 점거돼 일본 정부가 항의하고 있다"는 내용을 명기했습니다.
그 영향으로 2014년 검정을 통과해 작년부터 사용된 일본 초등학교 5∼6학년용 모든 사회 교과서에는 "일본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를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점거)했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이번 시험 문제와 관련해 교도통신은 "역사적 경위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용어 암기를 우선시하게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지식인과 학부모들에게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후 사정을 알지 못한 채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내용만 암기한 학생들이 혐한 정서에 치우치기 쉽다는 우려도 나올 전망입니다.
오사카부(大阪府)에 사는 한 남성 학부모(47)는 교도와의 인터뷰에서 "다케시마 불법 점령"이라고 적힌 문제를 보고 놀랐다고 밝힌 뒤 "아이는 배운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점이 무서운 것"이라며 "배려가 결여된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수업에서 영토 문제를 아는 것은 역사적 배경을 배우는 재료가 될 수 있지만 모의 시험은 정답을 쓰고 점수를 얻는 것이 목적이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사회과 교육이 전공인 무라이 아쓰시(村井淳志) 가나자와(金澤)대 교수는 "대립이 있는 해석과 용어는 신중하게 취급할 필요가 있다"며 "시험 준비를 위한 암기보다 다각적인 입장에서 가르치는데 중점을 둬야한다"고 말했다고 교도는 전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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