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탄핵을 추진해온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이 부동산 편법증여 논란에 휩싸였다. 아울러 테메르 권한대행이 꾸린 정부 각료들이 부패수사 개입 의혹으로 잇따라 낙마함에 따라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탄핵안이 상원 전체 회의 최종표결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에 따르면 테메르 부통령은 올해 7세인 아들 미셰우 미게우 엘리아스 테메르 룰리아 필류에게 시가 200만 헤알(약 6억6000만원) 상당의 상파울루 시내 부동산을 편법으로 증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아들은 올해 75세인 테메르 권한대행과 부인 마르셀라 테데시 테메르(32) 사이에서 태어났다. 마르셀라는 2002년 미스 캄피나스 1위, 같은 해 미스 상파울루 2위를 차지했으며 한동안 모델로 활동하다 테메르와 재혼해 화제를 뿌렸다.
테메르 측은 “아들에게 조금 일찍 상속이 이뤄진 것”이라며 편법증여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첫 부인에게서 난 세 딸에게도 상속이 이뤄졌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 신문은 테메르 권한대행의 재산 형성 과정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테메르가 연방선거법원에 신고한 재산은 1998년 297만 헤알, 2002년 271만 헤알, 2006년 230만 헤알, 2010년 605만 헤알, 2014년 752만 헤알 등이다. 2010년과 2014년은 호세프 대통령과 러닝메이트를 이뤄 대선에 나선 시점이다.
한편 테메르 권한대행은 소속 정당인 속한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의 유력인사들이 사법 당국의 부패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잇달아 보도되면서 난처한 처지에 빠졌다.
파비아누 시우베이라 반부패부 장관은 부패수사 개입 의혹이 담긴 통화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사임했다. 브라질 방송인 글로부TV는 시우베이라 장관이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의 부패 사건에 연루된 헤난 칼례이루스 상원의장에게 법적 조언을 하는 전화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통화에는 시우베이라 장관이 부패수사 자체를 비난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시우베이라 장관이 반부패 수장에 오른 지 불과 16일만에 사임했다.
이에 앞서 테메르 권한대행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호메루 주카 기획장관도 부패수사 개입 의혹에 사임했다. 그가 페트로브라스의 물류 부문 자회사인 트란스페트로의 전 대표 세르지우 마샤두와 나눈 전화통화 내용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주카 장관은 부패 스캔들이 퍼지는 것을 막고 수사에 제동을 걸려면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키고 정부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오는 8∼9월 중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 최종 표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브라질 일간지 폴랴 지 상파울루가 최근 탄핵안 최종표결과 관련한 상원의원들의 의견을 조사한 결과 찬성 42명, 반대 19명, 의견 유보 20명으로 나왔다. 특히 의견을 유보한 의원 20명 가운데 14명이 탄핵심판 개시에 찬성한 의원으로 확인되면서 탄핵안 최종 가결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탄핵안이 최종 가결되려면 전체 의원 81명 가운데 3분의 2인 54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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