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경기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올 1분기에 시장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깜짝 성장’을 거뒀다. 유럽연합(EU) 통계기관인 유럽통계청(유로스타트)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유로존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6%(연율)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1분기 성장률 0.5%(잠정치)보다 높은 것이다. 유로존 분기성장률이 미국보다 더 높게 나온 것은 지난 2014년 1분기 이후 2년만에 처음이다. 이와관련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로존 성장세가 마침내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수준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BNP파리바는 “유로존이 올해 연 1.3% 성장률을 달성할 수도 있다”며 경제 개선 가능성에 주목했다.
유로존 경제가 바닥을 찍고 반등 모드로 접어들었다는 기대감을 키울 정도로 고무적인 수준의 1분기 성장률이 나온 배경에는 일단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총재의 뚝심이 자리잡고 있다는 진단이다. 독일 등 일부 유로존 회원국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드라기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확대와 추가적인 양적완화(QE)를 통해 시장에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을 쏟아붓고 있다. 이같은 초강력 통화완화조치가 서서히 유로존 경제를 예열시키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조지 매그너스 UBS 선임자문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유로존이 ECB 통화완화 정책 혜택을 보고 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유로존 정부가 지난 5년간 재정긴축을 펴왔지만 이제 재정기조가 다소나마 부양쪽으로 기울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강달러 여파와 유가 하락 등으로 기업 투자와 수출이 크게 위축되면서 미국 경제가 1분기에 타격을 받은 반면 유로존의 경우, 프랑스 등 일부 회원국 내수와 투자가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성장률이 역전됐다는 설명이다.
스페인의 1분기 GDP는 전분기보다 0.8% 성장, 시장 예상치(0.7%)를 웃돌았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유로존 2위 경제대국 프랑스는 1분기에 0.5% 성장해 시장 전망치(0.4%)를 넘어섰다. 프랑스 가계 지출은 2004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고 기업 투자 역시 뚜렷한 호조세를 보였다. 덕분에 프랑스에서 ‘인기없는 대통령’으로 꼽히는 프랑수아 올랑드의 내년 재선 가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일각에서는 1분기 성장 호조세가 반짝으로 그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ECB가 ‘극약처방’인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물가 수준은 낮고 실업률도 두자릿수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지난 4월 마이너스 0.2%를 기록했다. ECB 물가 목표치인 ‘2%’에 크게 못미치는 수치다. 3월 실업률은 10.2%로 1년전에 비해 1%포인트 가량 낮아졌지만 여전히 두자릿수다. ECB 통화정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게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로존 1분기 성장세가 계속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2016~2017년 유로존 성장률을 1%로 제시한 점을 상기시켰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서울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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