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동북부 5개주 경선에서 로드 아일랜드 1곳을 빼고 완패한 버니 샌더스 민주당 경선주자가 사실상 경선포기 수준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수백명 규모의 선거운동원을 해고한데 이어 선거패배를 암시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USA투데이는 샌더스 의원이 5개 주 경선이 끝난 직후인 지난 27일 총 225명의 선거운동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고 28일 보도했다. 샌더스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지금으로선 갖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며 “만약 내가 경선에서 이기면 모든 스탭들을 다시 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샌더스 캠프 측은 “이번 해고는 오늘 선거결과에 따른 것이 아니라 이미 2주 전에 결정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이같은 샌더스 캠프의 축소가 결국은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6일 경선승리로 ‘매직넘버’(후보지명에 필요한 대의원의 과반수)의 90%를 이미 달성한데 따른 경선 포기 수순으로 해석하고 있다.
샌더스가 캠페인 내내 입에 달고 살던 “반드시 이긴다”는 말 또한 눈에 띄게 사라졌다.
그는 27일 오후 다음 경선예정지인 인디애나주 퍼듀대학교에서 2267명의 지지자가 모인 가운데 연설했는데 캠페인 시작 이후 처음으로 패배 가능성을 언급했다. 샌더스 의원은 “우리가 이기든, 또는 설령 이기지 못한다 해도 우리의 할일은 노동자와 젊은이, 노약자에게 민주당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같은 날 샌더스 의원은 지지자들에게 보낸 모금 이메일에서도 “후보지명으로 가는 길이 매우 좁아졌다(Very narrow)”고 언급했다.
미국언론들은 27일 로드 아일랜드를 제외한 4개 주에서 샌더스 의원이 클린턴 의원에게 패배하자 “사실상 클린턴으로 후보가 정해졌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미국 언론 다수도 샌더스 의원의 완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때 1000여명에 달했던 샌더스의 선거캠프 조직원은 현재 300명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클린턴 캠프처럼 큰손들의 기부금인 ‘수퍼팩’ 지원이 크지 않아 자금에 쪼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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