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중국 외환보유액이 급감해 위안화 방어에 비상등이 켜졌다. 가뜩이나 미국 금리인상 기조로 중국 내 외국자본 유출 압력이 고조된 가운데 외환보유액 감소로 중국 당국의 위안화 방어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10일 소시에테제네랄(SG)은 자산전략보고서를 통해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5위안까지 하락하면 간접투자를 제외하고 중국 자산에 대한 비중을 제로(0)로 가져가라”고 조언했다. 심각한 환차손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위안화 표시 자산에 대한 투자를 아예 중단하라는 얘기다. SG는 기본적으로 연말까지 위안화 가치가 현 수준인 달러당 6.50위안대에서 달러당 6.80위안까지 점진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SG는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50위안까지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7.50위안은 위안화 가치가 현 수준보다 14% 가량 낮은 수준으로 SG는 위안화가 이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을 35%로 예상하고 있다.
SG는 가장 큰 위안화 절하 압박 요인으로 자본유출을 꼽았다. 당국 의도와 달리 자본유출이 현재 속도를 유지하면 인민은행은 앞으로 두서너 분기 이상 더 위안화를 방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중국 외환보유액은 지난 석달간 매달 평균 1000억달러씩 줄어 1월말 현재 3조2300억 달러까지 떨어졌다. 근 4년만에 최저치로 4조달러에 육박한 2014년 6월과 비교하면 7600억달러 가까이 급감한 수치다.
SG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적정 외환보유액 기준을 적용하면 외환위기 발생 시 필요한 외환보유액 수준이 2조7500억 달러라고 추산했다. 현재와 같은 외환보유액 감소추세가 이어질 경우, 하반기에 이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앨버트 애드워즈 SG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중국 외환보유액이 몇달내 2조8000억 달러까지 떨어지면 투기적 매도세가 썰물처럼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위안화 매도세가 통제불능 상황으로 확대되면 인민은행이 결국 손을 들고 시장에 환율을 맡기는 변동환율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애드워즈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SG의 웨이야오 이코노미스트도 “중국이 자본유출 통제에 실패할 경우,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위안화값은 달러당 7.5위안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9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올해 내내 위안화 환율 변동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금리인상 기조와 중국경제 성장둔화, 그리고 이에 따른 외자유출 압력이 더해져 올해 외환시장 불안이 지속될 것이라는 경고음을 울린 셈이다. 통신은 달러 매집 현상을 제어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위안-달러 환율 대신 통화바스켓환율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올해 내내 강세가 예상되는 달러화를 대신해 주요국 통화로 이뤄진 바스켓 환율지수를 외환시장 기준으로 정착시키면 환율 급변동을 제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마쥔 인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통화바스켓으로 위안화 가치를 고시하면 투기세력의 위안화 공매도 압력에서 벗어날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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