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첫 관문인 1일(현지시간) 아이오와 코커스 경선을 앞두고 대선주자들이 주말 아이오와에 총출동했다. 민주당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아이오와주립대학 강당에서 총력 유세를 벌였다. 딸 첼시 클린턴이 등장해 “엄마가 대통령이 되면 여성들이 더 평등한 미국에서 살게 될 것”이라며 지지를 당부했다.
공화당 유력주자 도널드 트럼프는 아이오와 동쪽 끝 두부크에서 남쪽 데이븐포트로 유세를 이어가며 “결단의 순간이 왔다. 문제가 있는 클린턴, 크루즈의 백악관행을 막기 위해서는 트럼프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아이오와주 한가운데인 에임스에서 열린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 유세에는 1,000여명의 지지자들이 몰려 “트럼프로는 클린턴을 이길 수 없다”며 크루즈에게 힘을 실어줬다. 크루즈를 지지하는 방송진행자 글렌 벡이 지원유세에 나서 “건강한 보수 DNA를 가진 유일한 인물은 크루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서민 후보임을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 민주당 후보는 아이오와 동북부 웨이벌리 유세에서 “투표하면 이기고 투표하지 않으면 또 부자 후보들에게 백악관을 내줘야 한다”며 근로자와 젊은 층을 향해 투표를 독려했다.
아이오와 경선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시민들의 선택을 받는 첫 경선이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에게 아이오와 경선은 특별히 중요하다. 그간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그의 인기가 실제인지 아니면 허상인지 판가름나는 시금석이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막판까지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지켜나갔지만 막말과 기행에 따른 반짝 인기가 실제 투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은게 현실이다. 따라서 이번 아이오와 경선은 정치적 아웃사이더인 트럼프가 실제 선거에서 경쟁력이 있는지를 밝히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아이오와주 공화당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28% 지지를 얻어 2위 테드 크루즈를 5%포인트 격차로 앞섰다. 아이오와 경선 결과, 실제로 이와 비슷한 수치의 지지를 얻는다면 남은 경선에서도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로서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트럼프가 아이오와 경선에서 패배하거나 기대했던 만큼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그간의 인기가 ‘거품’였음이 입증되면서 조기 탈락할 수 있다.
힐러리에게도 아이오와 경선은 중요하다. 8년전 아이오와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대선후보에게 패배하면서 대세론이 꺾였고 결국 대권행을 놓쳤다. 아이오와에서 이긴 민주당 대선 후보 8명 중 6명이 대권에 도전했다. 그러니 힐러리에게는 절대 놓쳐서는 안될 시합이다.
무엇보다 이메일 스캔들이 다시 불거진 상황에서 힐러리는 국민과 당원의 지지로 이를 극복해야 한다. 근소한 차로 추격하고 있는 버니 샌더스 후보에게 아이오와에서 패배한다면 이메일 사건을 포함한 각종 스캔들이 더욱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고 힐러리가 유리한 뉴욕, 캘리포니아 등 다른 선거구에서도 승리를 자신하기 어려워진다.
또 초기에 샌더스에게 압도적으로 이기지 못한다면 남은 경선도 힘겨운 여정이 될 수 밖에 없다. 경선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입으면서 본선 경쟁력도 상실하게 된다. 트럼프에 대한 반감 때문에 힐러리를 지지하고 있는 히스패닉 표심도 공화당에서 트럼프가 아닌 다른 인물이 후보가 된다면 언제든 공화당으로 옮겨갈 소지가 있다.
공화당에서는 트럼프와 크루즈가 각각 1, 2위를 차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3위를 누가 차지하느냐도 관심거리다. 트럼프와 크루즈 모두 공화당 적자는 아니다. 때문에 3위를 차지하는 후보를 중심으로 나머지 후보들이 이합집산해 ‘표 몰아주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 공화당이 트럼프와 크루즈가 공화당 최종 대선후보가 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은 트럼프의 경우, 애초 적통 정치인이 아니라 아웃사이더여서 반감이 있고 크루즈는 극단적 보수주의자로 당내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다. 힐러리와의 맞대결에서 본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다. 실제로 공화당 내에서는 트럼프가 근소한 표차로 대선 후보가 된다면 중재 전당대회를 열어 제3의 후보를 추대하는 방안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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