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도는 병의원의 EMR 보급(electnonic medical record·전자의무기록)보급과 병원간 정보공유 네트워크 구축에 적극 나섰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이 최근 보도했다. 도쿄도 의사회가 시스템접속 비용이 의료기관당 약 2000만엔(약 1억 9000만원)이 필요하다고 밝히자 도쿄도는 즉각 화답해 병상 20개이상의 의료기관이 참여할 경우 내년에 한곳당 1000만엔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EMR보급률이 40%에 불과한 일본 도쿄도가 일본 의사회와 손잡고 병원간 정보공유 네트워크 강화에 나선 것이다. ‘환자의 편의성’을 중심에 두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도교도는 “상당수 환자가 집과 직장에서 다니는 병의원이 다르고, 멀리 떨어져 있어 불편하고 비효율적이었다”며 “EMR로 병의원끼리 환자이름, 생년월일과 같은 기본데이터나 투약이력, 검사결과 PDF문서 등을 공유하면 효율적인 진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우리나라는 IT 강국답게 각 의료기관마다 EMR(electnonic medical record·전자의무기록)보급으로 종이 위주의 환자기록들이 사라진 지 오래됐다. 그러나 의료기관간 자료송수신은 1.3%에 불과하다. ‘환자의 편의성’보다는 ‘병원의 이해’를 중심으로 사고하기 때문이다.
병의원간 정보공유 부재는 환자정보 누출 우려가 있지만 환자는 진료 및 CT나 MRI를 중복 촬영해 시간과 재원낭비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또한 올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발생했을 때 보건당국과 병원간 정보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메르스 확산을 방조한 꼴이 됐다.
지난 9월 보건복지부 국감에서도 신경림 의원은 “환자정보를 잘 보호하면서 의료기관 간에 의료정보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데이터·업무·기술표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신 의원은 “미국, 일본, 캐나다 등은 표준전담 기관을 만들어 국가표준 인프라를 구축해 확산시키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현재 데이터 표준을 잘 준비하고 있지만 개인정보보호법과 병원간 표준화가 되지 않아 원활한 병원의료정보 공유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도쿄도는 장기적으로느는 의료기관간 EMR 네트워크를 홈케어(재택의료)에 활용할 복안이다.
도쿄도는 현재 NEC시스템을 사용해 토라노몽 병원(미나토 구)와 네리마 종합병원(네리마 구) 등 7곳이 상호간 정보를 열람할 수있지만 실제 운용을 하지 않고 있다. 도의사회는 EMR제조회사와 협력해 NEC시설을 갖춘 7곳과 후지쯔 시스템을 사용하는 일본의과대 부속병원(분쿄구) 등 17곳과 상호 접속 및 공동 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했다.
이처럼 발빠르게 뛰는 일본과 달리 유리나라는 의료계를 중심으로 환자간 정보공유에 매우 미온적이다. 환자정보 노출우려와 함께 병의원간 환자정보 공유가 원격의료로 이어지지 않을 까하는 불신이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6년 국가보건의료정보화 5개년 종합계획을 세우면서 의료기관의 정보화 토대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해대립과 정보보호 우려로 정책 추진이 답보상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16일 EMR보관 관리의 보안 및 편의를 위한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마련해 17일부터 41일간 입법예고를 했지만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환자정보가 어딘가에 위탁해 대량으로 저장됐을 경우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소병원이나 개원가(동네의원)는 환자정보 보안이 취약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해킹을 당해 환자이름, 전화번호, 주소, 상담내용 등의 개인정보가 손쉽게 뚫일 수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황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의료정보화 추진단장은 “급변하는 의료환경에 발맞춰 보건의료 정보에 대한 장기적인 전략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도 의료기관이 참여를 유도하는 인센티브 체계를 마련하고 데이터수집, 교류, 활용을 위한 관련법과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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