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시작됐다.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브라질 경제가 대침체에 빠진 가운데 대통령 탄핵 움직임으로 정치권까지 대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면서 브라질 정세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에두아르두 쿠냐 하원의장은 지난달 7일 연방회계법원이 호세프 정권에 대해 재정법 위반 판결을 내린 것을 근거로 탄핵절차에 돌입했다고 2일 밝혔다. 호세프 정권은 국영 은행에서 자금을 차입, 사회복지사업에 쓴 뒤 이를 제때 상환하지 못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또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불법자금을 수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야당은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는 초당적 기구를 출범시키는 한편 탄핵을 촉구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일단 실제 탄핵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향후 탄핵 절차가 진행되려면 하원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호세프 대통령의 노동자당(PT)과 여권연합이 하원 총 513석 중 56%인 304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호세프 대통령 지지율이 20% 아래로 추락하는 등 여권연합의 결속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동자당이 자체적으로 확보한 의석 수는 70석(14%)에 불과하다.
탄핵 절차 개시에 대해 호세프 대통령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 공금을 남용했다고 의심 받을 만한 짓도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나는 해외계좌 하나 없다”며 자금세탁 비리에 연루된 쿠냐 의장을 비꼬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브라질 탄핵 사태에 대해 “호세프 대통령이 정권을 지켜낼 정도의 힘은 갖고 있을수는 있지만 최고권력자 두 명이 서로를 헐뜯는 모습에서 브라질의 음울한 미래가 보인다”고 꼬집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올해 주요 신흥국 부채 문제를 지적하면서 그중에서도 2014년 민간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93%에 달한 브라질이 가장 위험하다고 이날 경고했다. 지난 1일 나온 브라질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5%로 최악이었다. 브라질 경제는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에 빠진 상태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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