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현지시간) 발생한 프랑스 파리 테러를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프랑스 등 서방 정보당국이 곤혹스런 상황에 처하게 됐다.
난민으로 위장한 테러리스트들의 잠입을 수차례 걸러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15일 AP통신과 프랑스 메트로 등에 따르면 이라크 정보당국은 파리 테러 하루 전 서구권 국가들에 긴급공문을 보내 지도자 아부 아크르 알바그다디의 지시를 받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수일내에 IS공습 참여국과 이란, 러시아를 겨냥한 대규모 테러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라크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이번 테러에 관련된 IS 조직원은 24명으로 IS 본거지인 시리아 락까에서 테러훈련을 받은 뒤 프랑스에 침투해 들어간 것으로 파악했다. 전일 이브라힘 알자파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시리아 사태 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단과 만나 “이라크 당국이 유럽 국가와 미국, 이란, 특히 프랑스가 곧 (테러공격) 표적이 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해 각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에 비해 첩보력이 떨어지는 이라크도 파악한 테러정보를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했고 미리 경고를 받았음에도 테러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서방 정보당국에 대한 책임론이 뒤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정보 당국의 감시 실패가 또다른 원인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인터넷 포털 사이트 야후 뉴스에 따르면 미국의 IS 감시는 ‘고잉 다크(going dark)’ 상태다. 정보 세계에서 사용되는 속어인 고잉 다크는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단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미국 정보기관이 IS 등 테러 단체 도·감청에 실패해 사전에 테러 시도를 발견하지 못하는 감시 두절 상태를 의미한다.
서구권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IS는 대(對)테러 전담조직을 만드는 등 긴밀한 움직임을 보였다. 리처드 클라크 전 백악관 대태러 고문은 이날 ABC방송에서 “IS 조직도상에 대외 작전을 전담하는 특수부대가 만들어졌다”며 “이는 서유럽과 미국에서 공격을 기획하고 감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리아 여권을 가진 테러범이 세르비아 등 발칸반도 3개국에서 3번이나 난민등록을 하는 동안 아무도 제지를 받지 않는 등 난민심사 과정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발칸반도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에 대한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채 통과 서류가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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