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찍었던게 바닥이 아니었던것 같다.”
12일 글로벌 상품시장에서 구리, 석유, 금 등 원자재 가격이 줄줄이 떨어지자 상품거래소 객장 트레이더들이 일제히 장탄식을 하며 내놓은 반응이다. “지금이 원자재 가격 바닥이 아닐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고개를 내밀면서 일부 투매현상까지 나타났다. 시장 일각에서는 구리,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전저점인 지난 8월보다 더 하락할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터져나왔다. 원자재 가격은 지난 8월말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이라는 기대감속에 소폭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달들어 다시 급락세로 방향을 잡으면서 8월말 저점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밀려났다.
이처럼 원자재값 추가 하락 경계론이 갑작스레 급부상한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설마설마했던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그동안 멀게만 느껴왔던 기준금리 인상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12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상태다.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달러강세가 더 심화되는 흐름이 연출될 수 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때문에 달러화로 결제하는 원자재 가격이 추풍낙엽처럼 추락했다는 분석이다. 다니엘 브리스만 코메르츠뱅크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레이더들이 강달러 추세가 원자재 전반에 큰 타격을 줄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시장분위기를 전했다.
또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종료됐음에도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인식도 원자재 가격 급락의 방아쇠를 당겼다. 원자재 블랙홀로 불려온 중국의 원자재 수요가 당분간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지난 10년간 원자재 시장은 중국 경제의 가파른 성장 덕분에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슈퍼사이클’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원자재값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슈퍼사이클’이 끝났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 경제 고속성장이 마감되면서 원자재 값도 하락할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중국이 전세계 소비량의 40%를 차지하는 구리가격은 바닥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현재 t당 4800달러선에 근접한 구리가격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 폭락한 것을 제외하면 2006년 가격 수준까지 떨어졌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1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 경제성장 둔화로 전세계 구리 수요 증가율이 연 1%에 그쳐 내년말 구리 가격이 t당 450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달러강세 여파에다 공급과잉에 시달리는 원유가격도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기 힘들 것이라는 진단이다. 존 킬더프 어게인 캐피털 애널리스트는 CNBC에 출연, “원유공급이 넘쳐난다는 인식이 마침내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며 “지금 유가는 또다른 하락세 와중에 있으며 연내 새로운 바닥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은 연내 기준금리 인상과 이에따른 달러강세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6년래 최저치로 주저앉은 금값은 최근 12거래일 중 7거래일간 하락했다. 달러 강세로 글로벌 유동성이 금에서 미국 채권으로 이동할 개연성이 크다는 시장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은 ABN 암로 보고서를 인용 “금값이 연내 온스당 1,000달러선으로 떨어지고 내년에는 900달러대로 내려앉을 수 있다”고 전했다.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세계경제 침체 공포감을 키우면서 글로벌 주식시장도 당분간 하향조정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점에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는 게 시장전문가들이 분석이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이덕주 기자 /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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