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사상 처음으로 국제 채권시장에서 돈을 빌리러 나섰다. 유가 급락으로 외환보유고가 줄고 재정압박을 받자 최근 국내서 국채 발행을 재개한데 이어 해외에서 첫 국채 발행에 나선 것이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내년 1월부터 해외채권시장에서 국채 발행을 준비 중이며 조만간 국채 관리기구를 설립할 예정이다. 사우디 정부는 국채 발행 주간 업무와 관련해 아직 은행권에 구체적 지시는 내리지 않았지만 일부 은행은 자발적으로 정부에 제안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관리들은 국채 발행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5년내 50%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 정부의 부채 비율은 올해 6.7%에서 내년에는 17.3%로 높아질 전망이다.
사우디가 해외국채 발행에 나선 것은 유가하락에 따른 재정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배럴당 115달러에 달했던 국제유가는 최근 45달러 안팎 수준으로 추락했다.
사우디 정부가 모자란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끌어다 쓰면서 지난해 7370억달러 수준이던 외환보유액은 지난 9월 3년만에 최소 수준인 6470억달러로 추락했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 7월, 8년만에 국내에서 국채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우디 정부가 국내서 발행하는 국채는 대부분 은행권이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은행과 민간 부문 유동성이 되레 줄어든다는 게 문제다. 이로 인해 이번엔 아예 해외에서 돈을 빌려 국내 유동성을 늘리려 나섰다는 게 FT 해석이다.
S&P는 지난달 사우디 국가 신용등급을 한단계 내리면서 사우디가 재정적자를 줄이지 않으면 신용등급을 추가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도 이달 초에 낸 보고서에서 신용등급은 그대로 뒀지만 재정이 약해졌다면서 사우디 재정에 대한 경고음이 계속 커지고 있다.
[이지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