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미얀마 총선에서 전체 의석의 약 3분의 1이 개표된 가운데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무려 90% 이상의 의석을 싹쓸이 하며 압승을 예고했다.
9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NLD는 미얀마 전체 14개 주 가운데 4개 주의 상·하원 의석 164석 중 154석(93.9%)을 휩쓸었다고 밝혔다.
최대 도시 양곤에서 하원 45석 중 44석과 상원 12석 전부를 차지했고, 에야와디에서는 하원 26석과 상원 12석을 모두 가져갔다.
바고에서는 하원 28석 중 27석과 상원 12석 전부를, 몬에서는 하원 19석 중 11석과 상원 10석 전부를 각각 승리했다. 현재까지 발표된 상원의원 선거결과로는 NLD가 100% 이긴 셈이다.
현재 선출직 상·하원 총 498석 중 164석(33%)의 개표가 완료됐으며, 이런 추세는 나머지 10개 주 개표에서도 비슷하게 이어질 것으로 AP는 내다봤다.
따라서 NLD는 단독 집권의 마지노선인 67% 이상의 선출직 의석을 확보해 53년 만의 군부독재 종식에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미얀마 의회는 전체 의석의 25%를 군부에 할당한다는 헌법 조항에 따라 야당이 집권하려면 군부 할당 의석 166석을 제외한 선출직 의원 498명 중 최소 3분의 2를 확보해야 한다.
총선을 앞둔 지난달 말 괴한의 흉기에 찔려 다쳤던 NLD 소속의 나잉 응안 린 양곤 지방의원도 무난히 재선에 성공하는 등 지방의회 선거에서도 야당이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반면 군부의 현 집권 여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은 현재까지 하원에서 단 3석을 차지하는 데 그쳐 사실상 패배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USDP의 현직 대표인 흐테우와 전직 대표인 슈웨 만도 지역구에서 낙선했으며, 일부 현지 언론들은 테인 세인 대통령에게 패배를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USDP는 최대 도시이자 옛 수도로, NLD 지지세가 강한 양곤에서 한 석도 얻지 못하고 완패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흐테이 USDP 대표는 “이는 국민의 선택이다”며 “우리는 소수민족 지역에서 일부 의석을 얻었으나 나라 전체적으로는 다수당 지위를 상실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수치 여사나 NLD에 대해 거의 보도하지 않았던 관영 영문일간 더글로벌뉴라이트오브미얀마는 투표가 끝나자 “새날이 밝았다”고 보도해 큰 정치 지형 변화를 보여줬다.
개표는 10일에도 계속되며,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집계 결과는 투표 후 10일 정도 지난 이달 중순께 나올 예정이다.
수백 명의 야당 지지자들은 빨간 셔츠를 입고 NLD 당사에 밖에 모여 NLD의 상징을 가리키는 ‘강한 공작새’라는 노래를 부르며 승리를 미리 자축했다.
이들은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수치 여사를 향해 “그는 전 세계가 아는 민중의 지도자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당신의 가슴으로 당신 스스로 역사를 써달라. 그러면 독재는 끝날 것이다. 독재는 물러가라”라는 가사의 노래를 열창했다.
국제사회도 미얀마 총선 개표상황을 주목하면서 이번 선거 상황에 대해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선거 과정은 고무적이며 ‘버마’(미얀마의 원래 국명)의 민주 개혁과정에서 중요한 걸음을 상징한다”고 논평했다.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버마’의 군사적·정치적 지도자들이 (선거 결과에) 귀를 기울이기를 기대한다”며 평화적 정권 이양을 촉구했다.
그는 “50년 넘는 군부 독재 후 치러진 한 번의 선거가 완벽한 민주주의를 복원하지는 못하겠지만 ‘버마’의 민주화에 있어서 굉장한 진일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더 많은 정치적 진보가 있어야만 미국 정부가 ‘장벽’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 미얀마에 대한 모든 제재를 완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시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성명을 내 미얀마의 유권자들에게 “인내심과 존엄성, 열정을 보여준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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