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의 목표물이 된 미 보험사 AIG가 아이칸의 ‘분사 요구’에 반발하고 나섰다.
로이터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피터 핸콕 AIG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열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아이칸의 주장이 “재무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며 이에 대응할 뜻을 밝혔다.
핸콕 CEO는 이날 작심한 듯 “분사는 오히려 배당할 수 있는 자산을 줄이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며 주주들에게 아이칸의 주장에 동참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AIG는 2012년 이래로 주식 환매를 통해 260억달러에 이르는 돈을 주주들에게 분배해 왔는데 분사로 이런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분사로 인해 특정한 영역에서 비용 지출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는데다, 비용절감을 위해 집중되어야 할 회사 역량마저 분산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는 평가를 덧붙였다.
아이칸은 지난주 자신이 AIG 주식을 ‘상당한 규모’ 매입했다며,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AIG에 대한 요구사항을 담은 편지를 공개한 바 있다. 편지에서 아이칸은 “(AIG처럼) 너무 비대한 회사는 성공할 수 없다(too large to succeed)“며, AIG를 3개 회사로 분리시켜 민첩성을 높이고 비용 절감을 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명보험회사, 주택담보대출보험회사, 손해보험회사로 쪼개야 한다는 구체적인 제안까지 곁들였다.
핸콕 CEO는 이전부터 AIG의 기업구조 변경에 꾸준히 반대 의사를 보여 왔다. 작년에도 그는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AIG의 구조 변경은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부진한 AIG 실적이 핸콕 CEO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당장 이번 3분기에 AIG는 2억3100만달러의 순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에 기록한 21억9000만달러 흑자가 적자로 돌아서버린 것. AIG는 구조조정을 위해 고위직 400명을 감원하는 강수까지 함께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이번 실적 부진으로 아이칸의 ‘해결책’에 동조하는 주주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CNBC에 따르면 핸콕 CEO는 오는 5일 아이칸을 직접 만나 분사 주장에 맞서 ‘설전’에 나설 예정이다.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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