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1994년 인종차별 폭동 이후 20년만에 최대 규모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대학들이 내년부터 등록금을 10~12% 올리기로 발표하자 학생들이 대규모 반대 시위에 나선 것이다. 남아공 정부가 뒤늦게 이를 6%로 제한키로 했지만 반정부 시위로까지 확산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4일 요하네스버그의 위트워터스랜드 대학에서 시작된 등록금인상 반대 시위는 지금까지 15개 대학으로 번져나갔다. 시위 참가자들은 “대학들이 1년만에 등록금을 10% 넘게 올린다면 가난한 흑인들부터 대학교육에서 배제될 것”이라며 “이는 인종차별과 다를 게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시위대는 지난 21일 의회 진출까지 시도했고, 이를 막는 과정에서 경찰은 최루탄·전기총까지 동원할 정도로 시위 양상은 과격해지고 있다. 일부 대학은 휴교 조치를 내렸다. 의회를 둘러싸고 시위가 발생하고, 야당마저 목소리를 높이면서 정부의 임시예산 발표가 지연되기도 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까지 직접 대화에 나섰다. 주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가난한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고, 심할 경우 학업을 중단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주마 대통령은 23일 시위대 대표자 및 대학 관계자들을 불러 해법을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21일 엔란라 네네 재무차관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등록금 인상률을 낮추기 위해 다른 분야 예산을 끌어와 교육에 투입하는 방법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문재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