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대륙의 지도자들이 25일 아르헨티나 대선 향방에 숨을 죽이고 있다. 경제위기 속 아르헨티나의 미래 해법을 높고 지난 12년간 집권해온 좌파 포퓰리즘 정권 후계자와 ‘무능력 좌파’ 타도를 외치는 보수우파 후보가 제대로 맞붙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대선결과는 좌파집권당이 지배하며 경제위기에 몸살을 겪고 있는 비슷한 처지의 브라질·칠레·파라과이 등의 정치 지형에도 급변을 일으킬수 있다.
이번 아르헨티나 대선은 유권자의 38%가 거주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의 주지사 다니엘 시올리(58) 후보와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의 시장 마우리시오 마크리(56) 후보의 맞대결로 사실상 압축됐다.
브라질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시올리는 38% 지지율을 얻었으며 마크리의 지지율은 29%로 시올리 후보가 앞서고 있지만 막판 야당 연합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어 아직 결과예측은 힘든 상황이다.
이들간 대결은 페론주의와 보수우파 진영의 정면 충돌로 해석할 수 있다. 페론주의는 1940년대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1895∼1974년)이 내세운 중남미식 포퓰리즘 정책으로 서민에 대한 복지확대, 외국자본 배제 등이 특징이다.
‘온건 페론주의자’인 시올리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 후계자로 집권당인 ‘승리를 위한 전선(FPV)’을 대표하고 있다. 그는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 정부(2003∼2007년)에서 부통령을 지낸 바 있다.
그에 맞서는 다크호스인 마크리 후보는 중도우파 야당인 ‘공화주의제안당(PRO)’ 소속이다. 마크리는 이번 대선에서 ‘바꾸자(Cambiemos)’는 구호를 내세우며 경제가 파탄난 상황에서 더 이상 포퓰리즘 정책으로 민생을 망치는 페르난데스 정권의 후계자를 지지해선 안된다고 맹공격을 하고 있다.
양측 후보의 가장 대립점은 유권층의 관심이 가장 집중된 ‘경제해법’이다. 작년부터 부채상황 실패로 기술적 디폴트에 들어간 아르헨티나 경제에 대해 시올리는 미국이나 EU등 외부 세력 도움없이 자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페르난데스 현정부는 아르헨티나 디폴트에 일조한 미국 헤지펀드들을 ‘먹튀’로 규정하고 소송을 벌이며 부채 상환도 거부하고 있다. 시올리는 이와 관련 “아르헨티나는 부채를 갚을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며 “투기 세력을 배제하고 아르헨티나의 성장성과 경제 효율성 제고 등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과 만나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회원국 간 통상 규모와 물류·인프라 투자 확대를 촉구하며 경제 협력을 약속했다. 그는 또 아르헨티나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최우수 원자재의 생산량을 대폭 늘리고 각각의 개발 계획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마크리 후보는 부채 관련 디폴트 상태의 채무를 정상화해 국제 금융시장에 편입한 뒤 대대적인 페소의 평가절하로 족쇄환율을 정상화시켜 경제성장을 이루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수출세 인하와 달러 매입 제약을 없애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아울러 중국 측에 도움을 구하는 손길도 뻗겠다는 현실적 공약도 내놨다.
아울러 그는 또다른 공약으로 메르수코르 등 역내 교외는 물론 역외 교류 확대를 통해 경제 발전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당선되면 지금까지의 폐쇄적 경제구조가 적극적인 개방구조로 바뀌고 친기업 정책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지금까지 포퓰리즘 정책 속에 시행됐던 각종 정책들이 폐기될까 두려워하는 민심이 마크리 후보의 ‘최대 적’이다.
정치철학적으로는 완전 극과극이지만 서로 닮은 모습도 있다.
시올리는 본래 모터보트 경주 선수였는데 사고를 당해 오른팔을 모두 잃고 1990년 스포츠 스타로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정계에 뛰어들었다. 마크리는 1995년부터 12년간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축구 클럽인 보카 주니어스 구단주를 하면서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현재 구도에선 아직까지 여당 주자인 시올리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그러나 안심하긴 이르다.
또 다른 후보인 ‘혁신전선’(FR) 소속의 세르히오 마사 연방하원의원이 마크리 후보를 지원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4년 동안에 세금을 30% 인하하고 족쇄환율을 100일 이내 폐지한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다만 마사 후보가 속한 FR은 페론주의 성향이 짙은 정당이라 시장주의자인 마크리와 손을 잡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25일 1차 투표에서 1위 후보의 유효 득표율이 45%를 넘거나, 2위 후보와 격차가 10%포인트 이상(단 40% 득표율 이상)이면 당선이 확정된다. 그렇지 않으면 11월22일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된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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