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총기규제 이슈를 ‘지렛대’ 삼아 지지세 넓히기에 나섰다. 강력한 총기규제 공약을 내놓아 이에 찬성하는 진보적 유권자를 끌어모은다는 계산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뉴햄프셔 주 타운홀 미팅에서 집권 시 강력한 총기규제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 날 클린턴 전 장관은 오리건 주 엄프콰 칼리지 총기난사 사건을 언급하며 공화당 대선주자들이 이에 대해 내놨던 발언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총기 규제법은 이번 사건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젭 부시의 ‘사고는 일어난다’ 발언을 콕 찝어 “이는 올해에만 3만3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 문제에 굴복하고 패배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날선 공격을 퍼부었다.
이어 “이제는 우리가 총기규제와 관련해 ‘잠시만, 우리가 이것보다는 낫다’고 말을 할 때”라면서 “총기안전을 강화하고 총기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조치들이 있다”며 자신의 규제 공약을 내놨다.
클린턴 전 장관은 우선 2005년 제정된 ‘총기판매자보호법’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은 총기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총기 제조업체를 상대로 제조물책임을 들어 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막고 있다. 총기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제조자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게 하는 법 때문에 총기 오남용이 늘고 있다는 시각이다.
또 구매자 신원조회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자가 총을 넘겨줄 수 없도록 규정을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현행 규정은 신원조회가 사흘 이상 걸릴 경우 판매자가 그 완료를 기다리지 않고 총을 건네줄 수 있도록 돼 있다.
신원조회가 적용되는 범위 자체도 넓힐 계획이다. 클린턴 전 후보는 “총을 파는 모든 사람들이 소비자가 총을 보유할 만한 사람인지를 조회하도록 만들 것”이라며 신원조회에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는 총기 전시회나 인터넷 등 라이센스가 없는 판매처에서 총기를 구입하면 신원조회를 받지 않는데 이를 철폐하겠다는 의미다.
이처럼 클린턴 전 장관이 ‘총기규제 이슈화’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같은 당 경쟁후보 버니 샌더스와 자신을 차별화해 지지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총기규제 문제는 클린턴이 샌더스보다 더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드문 이슈 중 하나다. 샌더스는 2005년 ‘총기판매자보호법’ 통과에 찬성하는 등 총기 문제에 혼란스런 모습을 보여 왔다. 때문에 가뜩이나 악재에 시달리던 클린턴 전 장관에게 총기 이슈는 ‘보기 드문 호재’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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