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최고 부호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의 절묘한 투자 타이밍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 경기 둔화를 예상이라도 한듯 지난 4~5년전부터 중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대신 유럽 투자를 늘리면서 ‘자산 관리의 대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리 회장이 세계 2대 시장인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며 “지난 2011년부터 중국 투자를 점진적으로 줄이는 대신 유럽을 핵심 투자지역으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리 회장은 지분을 보유한 청쿵과 통신그룹 허치슨 왐포아를 통해 유럽 투자 비중을 늘려왔다. 지난 2011년 24%에 불과했던 유럽 투자 비중은 지난해 42%로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중국 투자비중은 38%에서 30%로 줄었다.
특히 리 회장은 최근 18개월 동안 200억달러 이상을 유럽에 투자했다. 영국 2위 이통사인 O2(157억달러), 영국 철도그룹인 에버숄트 레일그룹(39억달러)의 지분을 사들였다.
리 회장이 중국 대신 유럽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신호는 올해 초부터 포착했다. 지난 1월 청쿵그룹의 사업구조를 개편하면서 신규 지주법인을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케이맨제도에 등록한 것이다.
WSJ는 “리카싱 회장의 투자비중 변화는 중국 시장의 붐이 끝물에 다다랐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유로화 약세로 인해 중국보다 유럽 자산이 수익 창출에 매력적인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장쩌민, 후진타오 전 주석들과 친분이 있던 리 회장이 시진핑 체제에서는 과거만큼 중국에서 힘을 쓸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중국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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