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간 경쟁은 허위다. 오히려 계층간 경쟁이 매우 실제적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의 주장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1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국가간 경제 경쟁과 자국의 경제성장과는 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과 일본, 프랑스 3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 추이를 비교하며 3국의 경제성장도가 최근 25년간 유사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일본이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경제침체기를 겪었고, 프랑스가 2010년부터 유로존 위기로 성장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선진국들 간에는 거의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이 글로벌 경제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치열하게 경쟁했는데도, 결국은 뚜렷한 승자 없이 비슷한 성장 곡선을 그려왔다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가 이같은 주장은 25년전 학계를 들썩이게 했던 레스터 서로우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교수의 ‘세계경제전쟁(Head to Head)’에 대한 반박이다. 이 책은 미국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서서히 잃어버리는 대신, 일본이 급부상하던 당시 국제경제의 시대상을 ‘국가 간 경제전쟁’에 비유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25년 전 책이 출판됐을 당시에도 ‘경제의 성패는 국제 경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며 ‘국가간 경쟁론’에 비판했던 크루그먼 교수는 “수십년이 지난 지금 어느 국가가 경쟁에서 이겼는지 궁금했다”며 “정답은 ‘승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특히 지난 25년간 정반대의 경제정책로 정책 이행해온 프랑스와 미국이 경제발전도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한 국가의 경제정책은 그 나라 전체의 경제발전에 별로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한 국가의 경제정책은 오히려 국가내 어떤 계층이 부를 차지하느냐를 결정짓는 요소”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경제를 프랑스와 비교하며 “최근 25년간 미국 경제가 성장을 거듭해왔음에도 가계소득은 이에 미치지 못한 이유는 최상위 계층이 부의 대부분을 가져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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