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일본 도쿄 관청가 가스미가세키 지하철 역 부근은 아침 7시부터 출근을 서두르는 공무원들로 붐볐다. 1일부터 출근시간을 1~2시간 앞당긴 ‘유가츠(저녁이 있는 삶)’ 제도가 시행되면서 조기 출근족이 늘어난 탓이다.
아베 정부가 해가 길어지는 7~8월에 가족과 함께 저녁이 있는 삶을 내걸고 도입한 이 제도의 적용을 받는 공무원은 약 22만명. 자녀를 보육원이나 유치원 에 데려다주는 등의 사정으로 빠른 출근이 불가능한 공무원들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동참했다.
일찍 출근한 만큼 빨리 퇴근을 보장하기 위해 아베 정부는 오후 4시 15분 이후에는 회의를 원칙적으로 금지시켰다. 시행 첫 날엔 내각 인사국장을 겸직하고 있는 가토 가쓰노부 관방 부장관이 오후 3시를 넘어 내각부를 돌며 직원들에게 “빨리 퇴근준비를 하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내각 장관들과 사무차관들도 솔선수범하느라 사무실을 일찍 떴다. 아베 총리도 이날은 4시 40분쯤 총리 관저에서 나와 도내 국립서양미술관을 찾아 ‘보르도전(展)’을 관람했다. 아베 총리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름다운 보르도 지방의 역사와 미술을 느낄 수 있었다”며 저녁이 있는 삶을 홍보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조기 퇴근으로 주말이나 가능했던 아이들과의 운동을 평일에도 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하는 공무원들도 눈에 띄었다. 백화점이나 음식점들은 관청 공무원들이 일찍 퇴근하는 만큼 쇼핑이나 외식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조기 출근으로 괜히 일하는 시간만 1~2시간 더 늘어나게 됐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아베 정권이 안보관련 법제를 통과시키기 위해 정기국회를 9월 27까지 연장시켜놓은 터라, 국회의 쏟아지는 자료 요청에 응해야 하는 중앙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방위성의 한 관료는 일본 언론에 “안보 관련 법제 심의가 계속되고 있는데, 빨리 돌아갈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저녁이 있는 삶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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