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북한을 상대로 승소한 원고들이 잇따라 미국 정부가 동결한 북한 자산을 압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이 물어야 할 배상금 규모가 최소 8000억원에 달하지만 실제로 동결된 미국내 북한 자산 규모가 크지 않을뿐더러 법률적 문제로 인해 실제 집행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고 김동식 목사 납북사망 사건에서 승소한 이스라엘 인권단체 ‘슈랏 하딘’(Shrat Hadin)은 배상금 3억3000만달러(약 3566억원)를 받아내기 위해 북한 자산에 대한 압류절차를 추진 중이다.
이는 미국 연방 워싱턴DC 지방법원이 지난 9일 북한 정부를 상대로 김 목사 가족에게 3000만달러를 배상하고 징벌적 배상금으로 3억 달러를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이 단체의 대표인 닛사나 다르샨-라이트너는 지난주 미국 월드뉴스에 “전 세계에 있는 북한의 돈과 자산의 원천을 추적함으로써 최소 3000만달러를 받아낼 수 있다고 본다”며 “이미 미국 정부가 동결한 북한 자산을 압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북한이 미국에서 진행된 소송의 결과로 지급해야 할 배상금의 규모는 7억7700만달러(한화 약 8398억원)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연방법원은 지난 2010년 7월 일본 적군파와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PFLP)이 감행한 1972년 이스라엘 로드공항 테러 사건을 북한이 지원했다는 판결을 내리고 희생자 유족들에게 3억780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앞서 2008년 12월에는 1968년 미국 해군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과 관련해 북한이 승무원들에게 6500만달러를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7월 미국 연방 워싱턴DC 지방법원은 2006년 레바논 무장정파인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과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사건을 북한이 지원했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현재 특별관리인이 구체적인 피해규모를 산정하고 있어 북한이 물어야할 배상금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원고들은 법원의 결정을 근거로 배상금을 받아내기 위한 압류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1972년 로드공항 테러사건 피해자들은 지난해 북한 자산에 대한 압류신청을 했고 이에 미국 연방 뉴욕 남부 지방법원은 지난해 6월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에 북한 소유로 보고된 자산 내역을 원고들에게 공개하도록 명령했다.
푸에블로호 승무원들은 2010년 2월 배상금 결정 집행을 위해 미국 금융기관인 시티그룹에 대해 채권압류 절차에 들어간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배상금 집행이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미국 정부가 압류 중인 북한 자산의 정확한 규모가 불명확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OFAC가 가장 최근인 2008년 연방의회보고서에서 북한 동결자산은 3420만달러(3400만달러는 미국 내, 20만달러는 미국 금융기관의 해외지사 예치)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역은 공개돼 있지 않은 상태다. OFAC는 현재 북한 소유로 보고된 자산과 관련된 기록을 기밀로 분류하고 대외 공개를 금지하고 있다.
동결 상태의 외국국가의 자산을 강제적으로 압류해 이를 특정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으로 지급하는 데 대한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상 주체인 북한은 일절 소송에 응하지 않아 해당 사건들은 모두 ‘궐석재판’으로 진행됐다.
외교소식통은 “법원의 결정들은 가혹 행위나 테러지원 행위와 관련한 북한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는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며 “그러나 미국 정부가 동결한 북한 자산을 압류하는 문제는 법률적으로 어떻게 검토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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