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장관 재직 시절 개인 이메일 계정만 사용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을 불러온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업무관련 메일 3만건을 국무부 조사 후 대중에 공개키로 했다. 오는 4월 대선출마 선언을 앞두고 ‘게이트급’으로 논란이 번지는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절반에 속하는 3만건 메일은 “이미 지웠다”며 공개를 거부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뉴욕타임즈(NYT) 등에 따르면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 이메일 사용 논란과 관련해 “두 개의 기기(핸드폰)를 들고 다니는 불편을 피하기 위한 취지”라고 해명했다.
그는 “불편해도 2개의 핸드폰과 메일을 사용했어야 했다”면서도 “그러나 어떤 경우도 규정위반(breach)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개인 이메일 서버 또한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위한 것으로 정보기관의 보호를 이미 받고 있어 보안상 저촉될게 없다는 얘기다. 실제 클린턴이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정부에는 공무원들의 개인 매일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었다.
그러나 지난 2009년 그가 장관직을 떠난후 “개인메일을 사용하는 직원들이 있는 기관은 해당내용이 적절한 정부기관의 서버에 저장·보관되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새로 만들어 졌다.
그는 “2년간 주고받은 3만490건의 이메일을 국무부에 제출했다”며 “그러나 3만2000건의 다른 메일은 이미 삭제했다”고 밝혔다. 클린턴 전 장관은 “해당 메일은 딸의 결혼식, 요가약속 등 극히 개인적인 부분이 담긴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제출된 3만건의 이메일을 조사하는 데는 몇달이 소요될 전망이다. 조사가 완료되면 국가안보 등 기밀사항은 임의로 삭제한후 국무부 웹사이트를 통해 대중에 공개된다. 다만 이번 이메일 논란의 시발점이 된 주 리비아 벵가지 미국 대사관 테러 사건과 관련된 300여건의 이메일은 미리 공개될 수 있다. 벵가지 사건은 9·11 테러 11주년인 2012년 9월 11일 리비아 무장반군이 벵가지 미 영사관을 공격해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 등 미국인 4명이 숨진 사건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대표적인 외교실패 사례로 꼽힌다.
야당인 공화당 의원들은 이를 빌미로 지속적으로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 정보 공개를 요청해왔다.
그러나 공화당 측은 더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트레이 가우디 벵가지 특별조사위원회 의장(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은 “제출한 자료 외에는 선택권이 없고 클린턴 장관은 종종 아이패드와 블랙베리폰, 아이폰 등 여러 기기를 다루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며 공세를 계속 퍼부었다.
클린턴도 역공에 나섰다. 이날 클린턴 전 장관은 “공화당의원들은 이란을 돕거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해치려 한다”고 말했다.
이란 핵협상을 비판하던 공화당 의원들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면 버락오바와 대통령과 합의한 내용도 폐기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공개서한을 이란 지도자들에게 보낸 것을 염두에 둔 얘기다. 개인 이메일에 대한 공격을 공화당의 반역성 서한(Letter)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친 셈이다.
[이지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