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명품브랜드들이 경쟁적으로 제품가격 인상에 나섰으나 이젠 가격 인하로 돌아섰다. 주요 고객이던 중국 부유층마저 경제불황으로 인해 고가 명품소비를 줄여 브랜드들이 전략 변화에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시아판은 6일(현지시간) 명품브랜드들이 규모 2800억달러 명품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고가 제품보다 크기가 작고 덜 비싼 소재로 만든 낮은 가격의 가방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태리 패션 브랜드 구찌는 작년 가을 콜렉션에서 1350달러에 달하는 중간 크기 가방보다 작은 가방을 1100달러(약120만 원)에 출시했다. 또 다른 이태리 브랜드 프라다도 인기제품인 ‘사피아노’ 가방을 작은 버전으로 만들어 기존 제품의 절반 가격에 선보였다.
버그도프굿맨 뉴욕 백화점 관계자는 “명품브랜드의 이같은 변화는 지난 6개월간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명품브랜드 소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중국의 명품시장(169억 달러)은 작년 1% 감소했다. 중국의 사치품 소비가 감소한 것은 8년만에 처음으로, 중국 정부가 벌이고 있는 반부패 정책과 경기둔화 영향으로 분석된다. 중국을 포함한 대다수 나라들의 (미국 제외) 명품소비가 불황으로 인해 감소한 것이다.
고객들도 명품브랜드의 이같은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명품브랜드를 즐겨 찾는다는 제시카 배드거씨는 “가방 값 인하는 좋은 생각이다. 선택권이 넓어졌으니 올해는 쇼핑을 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물가가 급등하자 2002년과 2012년 사이 명품업체들은 매년 제품가격을 평균 14% 인상했다. 루이스 싱글허스트 모건스탠리 분석가는 지난해 가격인상덕분에 명품 가죽과 액세서리 제품 매출이 220% 성장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나 그는 “가격인상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정점에 도달했다”며 가격인하는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반면 가격인하에 동참하지 않는 도도한 브랜드도 존재한다. 초고가 브랜드 이미지를 추구하는 프랑스 패션 브랜드 에르메스와 샤넬은 여전히 높은 제품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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