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에 대한 대응을 놓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 보도했다.
대규모 양적완화를 통해 아베노믹스의 든든한 지원자였던 구로다 총재와 아베 총리의 찰떡궁합이 엔저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FT는 2012년 12월 아베 총리 집권 이후 약 30%나 떨어진 엔화값으로 인해 아베 정권은 이득을 보기도 했지만 수입물가가 높아져 중소기업과 가계가 타격을 입고 있다는 점을 아베 총리도 인정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하지만 구로다 총재의 입장은 다르다.
2015년 물가상승률 2% 달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일본은행은 엔저에 따른 수혜를 높게 보고 있다. 달러당 엔화값이 110엔이 가더라도 "일본경제에 오히려 플러스"라는 것이 구로다 총재의 입장이다.
이에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아베 총리와 구로다 총재와 엔저를 놓고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7일 국회답변에서 "엔저는 플러스측면도 마이너스측면도 있다"며 중소기업과 가계의 부담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구로다 총재는 전체 전체를 놓고 보면 '플러스'라는 점에 장점을 찍고 있다.
이 같은 일본은행의 입장은 아베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장기집권을 노리는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경제의 70~8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가계가 엔저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방치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경제는 엔저에도 불구하고 수출물량이 늘지 않으면서 무역적자가 기록적인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고노 류타로 BNP파리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T에 이 같은 수출 회복의 부재에 대해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계산착오"라고 지적했다. 사사키 토루 JP모건 환율전략가는 "높은 지지율이 아베 총리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였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실질임금 하락으로 고통받으면서 그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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