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통합 합의에 반발해 2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을 전격 취소한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대변인인 오피르 젠델만은 이날 공식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은 23일 저녁에 열기로 했던 협의를 취소했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측 수석 협상대표인 사에브 에라카트도 프랑스 AFP통신에 "이스라엘 측과 23일에는 잡힌 협상 일정이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평화협상 취소는 PLO와 하마스가 이날 5주 안에 통합정부를 구성하고 6개월 안에 총선을 실시하기로 합의한 데에 이어진 것이다.
앞서 가자 지구를 관할하는 하마스 정부의 이스마일 하니예 총리는 가자지구를 방문한 PLO 대표단 앞에서 성명을 공개하고 "마흐무드 압바스를 수반으로 하는 독립정부를 구성하는 데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PLO는 국제사회에서 팔레스타인을 대변하는 유일한 합법기구로 인정받고 있으며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이자 PLO 내 최대 정파인 파타 당수 마흐무드 압바스가 의장을 맡고 있다.
하마스는 PLO가 지난 1993년 이스라엘과 오슬로 평화협정을 맺은 데에 반발해 2007년 가자지구를 점령한 뒤 독자 정부를 세웠고 이후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압바스 자치정부와 대립해왔다.
이스라엘과 미국·EU 등 서방은 20년간 수십 건의 테러로 이스라엘인 수백명을 살해한 하마스를 테러조직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하마스 역시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이스라엘 파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PLO와 하마스의 통합이 평화를 해치는 행위라고 성토했으며 그동안 압바스 수반이 하마스와의 관계개선을 모색하는 데에 반발해온 그는 이날 총리실 성명을 통해 "오늘 저녁 압바스는 평화가 아니라 하마스를 택했다. 누구든 하마스를 선택한다면 평화를 원치 않는다는 의미"라고 재차 비난했다.
미국도 PLO와 하마스의 통합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이의 평화협상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실망과 우려를 표시했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통합 선언은 시기상으로 문제가 있으며 분명히 실망스러웠다"며 "이는 협상을 확대하려는 당사자들의 노력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자신들이 존재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정부를 상대로 이스라엘이 어떻게 협상을 할지 예상하기 어렵다"면서 우려를 표했다.
그는 또한 존 케리 국무장관이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해 이 문제를 논의했으며 현지 실무팀이 압바스 수반 측과도 접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압바스 수반은 "(하마스와의) 통합과 평화협상을 병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집트의 나빌 파스미 외무장관은 이번 통합 합의를 환영한다면서 "평화협상에서 팔레스탄인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으며 카타르 역시 외무장관을 통해 하마스에 축하의 뜻을 전달했다.
한편 이스라엘 전투기는 하마스와 PLO의 통합 선언이 있은 뒤 이날 오후 가자지구 북부에 폭격을 감행했고 현지 의료 담당관들은 이날 공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2명이 부상 당했다고 설명했다.
또 가자 긴급대책 책임자 아슈라프 알케드라는 이번 공습으로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파타 산하 무장단체 알악사 순교자 여단 소속 대원 2명 등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습에 대해 "가자 북부에서 테러 대응 작전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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