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 내각부 공무원이 1월20일 일본 해안가 주변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사건에 대한 단서가 하나씩 드러날수록 의혹만 증폭되고 있다.
2010년부터 일본 내각부 경제사회총합연구소에서 근무한 A(30)씨는 작년 7월 공무원 국비 유학 제도를 통해 미국 미네소타 대학원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 1월 초 한국에서 열리는 경제 관련 회의에 참석한다며 내각부에 출장신청서를 제출한 후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입국했다.
입국 이후 밝혀진 행적은 의문점 투성이다. A씨는 1월 6일 오후 4시쯤 남대문경찰서 소속 서소문파출소를 찾아와 자신의 본명으로 여권을 분실했다고 신고했다. 신고 후 A씨는 자신이 묵고 있던 호텔이 아닌 다른 호텔에 '알렉스'라는 가명을 사용해 가방 등 짐 3개를 맡겼다. 나중에 밝혀진 점은 A씨가 가명으로 맡긴 가방 속에는 그가 잃어버렸다고 신고한 여권이 들어 있었다.
이번 사건을 보도한 일본 언론은 A씨가 자신이 서울에 있다는 사실을 꾸미기위해 일부로 분실신고를 했다고 해석했다.
더욱 이상한 점은 분실신고를 한 당일 서울시내 모처에서 고무보트를 구매해 부산의 한 호텔로 배송시켰다. 가게 주인의 증언에 따르면 A씨는 고무보트를 구매 할 당시 영어를 사용하면서 자신을 홍콩인으로 속였다.
A씨는 내각부 허가를 받은 공식 일정을 소화할 때는 자신의 이름을, 보트 구매 등 자신의 개인적 일은 가명을 사용하며 국적을 바꾸는 등 치밀한 이중행각을 벌였다.
A씨는 공식 일정이 끝난 후 부산으로 이동, 서울에서 미리 배송시킨 고무보트를 타고 일본으로 떠났고 1월 20일 기타큐슈 근처 해안에서 A씨는 시체로 발견됐다.
일본 수사 당국은 A씨의 사인이 저체온증이나 익사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A씨가 고무보트를 통해 일본으로 건너간 점, 자신의 신분을 속여 가며 고무보트를 구매한 점 등 사건에 대한 의혹은 더 짙어지고 있다.
일본 경찰은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A씨가 일반 여권과는 다른 '공용여권'을 소지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으로 일시 귀국하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의 허가가 필요했고, 결국 출입국 흔적을 남기지 않고 몰래 일본에 다녀오기 위해 보트로 밀항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후지TV 등 일본 언론은 이 공무원이 여자 문제와 가정 불화 등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또 일본의 한 민영방송은 A씨가 다니던 미네소타 대학원이 올 1월부터 새 학기가 시작되지만, A씨가 등록수속을 밟지 않았다고 지난 5일 보도했다. 현지에선 A씨가 미국으로 다시 돌아갈 계획이 없었다고 보고 있다.
6일 오후 MBN '시사마이크'에 출연한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A씨가 한국을 방문한 목적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을 경유해서 일본으로 가려고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 교수는 A 씨가 고무보트를 사용한 점에 대해 "일정규모 이상의 보트는 신고와 구입절차가 까다롭다"며 "고무보트는 일반인도 쉽게 구입가능하고 (A씨가) 모터와 기름만 있으면 200㎞에 불과한 거리기 때문에 쉽게 건너갈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변사 사건의 수사권과 관련해 이 교수는 "일본에서 변사체로 발견됐고 A씨의 국적도 일본인이므로 수사의 공식 관할권은 일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스파이 설' 등 난무하는 추측에 대해 이 교수는 발견 당시 정황과 사인이 명쾌하게 밝혀진다면 의혹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에 대해 침묵하던 일본이 우리나라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청 외사국 관계자는 "인터폴을 통해 공조수사 요청이 들어왔다"며 의문이 남지 않도록 한국 내 행적을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매경닷컴 이진영 인턴기자 / 사진 출처 :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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