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농구를 관장하는 한국농구연맹(KBL)이 강동희 전 원주 동부(현 원주 DB) 감독 제명 처분을 재심의 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강동희 전 감독은 8년 전 승부조작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은 ‘승부조작범’이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에서는 ‘별’인 검사장을 달고, 헌법재판관으로 영전하는 등 법조계, 학계, 관계에서 경륜과 덕망을 쌓은 김희옥 신임 총재의 명성에도 흠집이 나게 생겼다.
14일 KBL은 “15일 오전 10시 서울 논현동 KBL 센터에서 재정위원회를 개최한다. 지난 2013년 9월 6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으로 제명 처분을 받았던 강동희 감독에 대해 재심의 한다”고 발표했다.
여론은 들끓고 있다. 재심의라는 자체가 제명 처분을 철회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강동희 전 감독은 4대 프로스포츠 사상 첫 승부조작에 연루된 사령탑이다. 2013년 4700만 원을 받고 주전 선수를 빼고 후보를 기용하는 방법으로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1심에서 징역 10월에 추징금 4700만 원이 선고됐다. 강 전 감독은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항소를 취하에 형이 확정됐다. KBL은 해당 판결을 근거로 강 전 감독에게 제명 처분을 내렸다.
이후 8년이 지났다. 실형을 살고 나온 강 전 감독은 프로스포츠 부정 방지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고, 농구 교실을 운영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반성과 제명 철회는 별개의 문제다. 만약 제명을 철회하게 되면 강 전 감독이 프로농구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과연 지난 8년 동안 실형을 살고 나와, 반성을 한 것만으로 승부조작에 대한 죄과를 씻었다고 할 수 있을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범죄로 따지면 승부조작범은 흉악범이라고 할 수 없는 ‘잡범 수준’이다. 그래서 형량도 벌금형이 나오는 경우가 있고, 징역형이 나와도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강동희 전 감독은 죄질이 나쁜 축에 속했다. 여러 차례에 걸쳐서 승부조작에 가담했고,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하다가 구속된 상태에서 공판을 치렀다.
무엇보다 법률적인 판단을 떠나 스포츠계에서 승부조작은 그냥 ‘파렴치범’이다. 스포츠가 추구하는 최우선 가치는 ‘공정한 경쟁’, ‘정정당당한 승부’다. 감독이라는 위치에서 지인에게 뒷돈을 받고, 승부조작을 한 것 자체로 이미 스포츠가 추구하는 가치를 저버린 행위다. 승부조작 사범에게 형사처벌 외에도 ‘무관용 원칙’이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다.
더구나 강동희 전 감독은 많은 농구팬들에 사랑을 받았던 레전드다. 중앙대와 실업팀 기아자동차 시절 허재(전 남자 농구대표팀 감독), 김유택(전 중앙대 감독) 등과 함께 왕조를 구축하며 농구 전성기를 이끈 장본인이다. 프로농구 출범 이후에도 흥행을 이끈 스타 중 하나였다. 강 전 감독의 많은 농구팬들은 충격을 받았고, 실망했다. 이는 당사자인 강 전 감독도 잘 알 것이다.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보내면서 농구인들 사이에서는 강 전 감독을 사면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강 전 감독 본인과 프로 10개 구단 감독, 농구 원로들이 탄원서를 제출하며 재심의가 결정됐다.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한 농구팬은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다. 패거리 문화에 KBL이 끌려다니고 있다. 재심의 자체가 제명 철회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농구팬은 “강동희 전 감독 팬이었지만, 제명을 철회하면 안된다. 승부조작은 죄질이 나쁘다. 팬들을 우습게 아는 처사 아니냐. 승부조작 방지 교육이나 불법도박 근절 홍보대사라면 모를까, 프로농구 지도자로 중계방송에 나오면 오만가지 정이 떨어질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재심의를 거쳐 제명을 철회하면 승부조작 스캔들을 모두 겪은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배구 등 4대 스포츠 중 프로농구가 가장 먼저 승부조작범에게 관용을 베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자신의 죄과를 반성하는 강동희 전 감독의 진정성이 제명과는 별개여야 하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다. 승부조작을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게 스포츠계 전반에 뿌리내려져야 한다. 농구판에 돌아올 수 없는 강동희야 말로 승부조작 사례의 ‘살아있는 교보재’다.
이제는 그 반성의 진정성마저도 의심해야 한다. 강동희 전 감독은 부정 방지 강사로 나서며 현역 프로선수들에게 “나처럼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저지른 죄를 평생 참회하겠다”고 강조해왔다. 그런데 자신이 직접 탄원서를 제출했다면 반성의 순수함도 희석될 수밖에 없다.
최근 KBL은 신임 총재로 김희옥 전 동국대 총장을 선임했다. 새로 총재사를 맡게 된 KCC가 모셨다. 임기는 7월 1일부터다.
김 총재는 사법시험 18회에 합격한 뒤 법조계 경력 대부분을 검찰에서 보냈다. 서울동부지검장을 거쳐 법무부 차관을 지낸 검사장 출신이다. 생애 대부분을 범죄를 수사하고, 기소하던 사람이 임기 시작 전부터 승부조작범 사면을 검토하는 모양새가 됐다. 일종의 모순이다. 재심의 자체만으로도 김 총재의 얼굴에 먹칠하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안준철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에 검찰에서는 ‘별’인 검사장을 달고, 헌법재판관으로 영전하는 등 법조계, 학계, 관계에서 경륜과 덕망을 쌓은 김희옥 신임 총재의 명성에도 흠집이 나게 생겼다.
14일 KBL은 “15일 오전 10시 서울 논현동 KBL 센터에서 재정위원회를 개최한다. 지난 2013년 9월 6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으로 제명 처분을 받았던 강동희 감독에 대해 재심의 한다”고 발표했다.
여론은 들끓고 있다. 재심의라는 자체가 제명 처분을 철회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강동희 전 감독은 4대 프로스포츠 사상 첫 승부조작에 연루된 사령탑이다. 2013년 4700만 원을 받고 주전 선수를 빼고 후보를 기용하는 방법으로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1심에서 징역 10월에 추징금 4700만 원이 선고됐다. 강 전 감독은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항소를 취하에 형이 확정됐다. KBL은 해당 판결을 근거로 강 전 감독에게 제명 처분을 내렸다.
이후 8년이 지났다. 실형을 살고 나온 강 전 감독은 프로스포츠 부정 방지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고, 농구 교실을 운영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반성과 제명 철회는 별개의 문제다. 만약 제명을 철회하게 되면 강 전 감독이 프로농구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과연 지난 8년 동안 실형을 살고 나와, 반성을 한 것만으로 승부조작에 대한 죄과를 씻었다고 할 수 있을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범죄로 따지면 승부조작범은 흉악범이라고 할 수 없는 ‘잡범 수준’이다. 그래서 형량도 벌금형이 나오는 경우가 있고, 징역형이 나와도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강동희 전 감독은 죄질이 나쁜 축에 속했다. 여러 차례에 걸쳐서 승부조작에 가담했고,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하다가 구속된 상태에서 공판을 치렀다.
무엇보다 법률적인 판단을 떠나 스포츠계에서 승부조작은 그냥 ‘파렴치범’이다. 스포츠가 추구하는 최우선 가치는 ‘공정한 경쟁’, ‘정정당당한 승부’다. 감독이라는 위치에서 지인에게 뒷돈을 받고, 승부조작을 한 것 자체로 이미 스포츠가 추구하는 가치를 저버린 행위다. 승부조작 사범에게 형사처벌 외에도 ‘무관용 원칙’이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다.
더구나 강동희 전 감독은 많은 농구팬들에 사랑을 받았던 레전드다. 중앙대와 실업팀 기아자동차 시절 허재(전 남자 농구대표팀 감독), 김유택(전 중앙대 감독) 등과 함께 왕조를 구축하며 농구 전성기를 이끈 장본인이다. 프로농구 출범 이후에도 흥행을 이끈 스타 중 하나였다. 강 전 감독의 많은 농구팬들은 충격을 받았고, 실망했다. 이는 당사자인 강 전 감독도 잘 알 것이다.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보내면서 농구인들 사이에서는 강 전 감독을 사면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강 전 감독 본인과 프로 10개 구단 감독, 농구 원로들이 탄원서를 제출하며 재심의가 결정됐다.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한 농구팬은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다. 패거리 문화에 KBL이 끌려다니고 있다. 재심의 자체가 제명 철회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농구팬은 “강동희 전 감독 팬이었지만, 제명을 철회하면 안된다. 승부조작은 죄질이 나쁘다. 팬들을 우습게 아는 처사 아니냐. 승부조작 방지 교육이나 불법도박 근절 홍보대사라면 모를까, 프로농구 지도자로 중계방송에 나오면 오만가지 정이 떨어질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재심의를 거쳐 제명을 철회하면 승부조작 스캔들을 모두 겪은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배구 등 4대 스포츠 중 프로농구가 가장 먼저 승부조작범에게 관용을 베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자신의 죄과를 반성하는 강동희 전 감독의 진정성이 제명과는 별개여야 하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다. 승부조작을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게 스포츠계 전반에 뿌리내려져야 한다. 농구판에 돌아올 수 없는 강동희야 말로 승부조작 사례의 ‘살아있는 교보재’다.
이제는 그 반성의 진정성마저도 의심해야 한다. 강동희 전 감독은 부정 방지 강사로 나서며 현역 프로선수들에게 “나처럼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저지른 죄를 평생 참회하겠다”고 강조해왔다. 그런데 자신이 직접 탄원서를 제출했다면 반성의 순수함도 희석될 수밖에 없다.
최근 KBL은 신임 총재로 김희옥 전 동국대 총장을 선임했다. 새로 총재사를 맡게 된 KCC가 모셨다. 임기는 7월 1일부터다.
김 총재는 사법시험 18회에 합격한 뒤 법조계 경력 대부분을 검찰에서 보냈다. 서울동부지검장을 거쳐 법무부 차관을 지낸 검사장 출신이다. 생애 대부분을 범죄를 수사하고, 기소하던 사람이 임기 시작 전부터 승부조작범 사면을 검토하는 모양새가 됐다. 일종의 모순이다. 재심의 자체만으로도 김 총재의 얼굴에 먹칠하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안준철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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