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최홍만(38)이 제41대 천하장사이자 2005년 K-1 월드그랑프리 서울대회 챔피언으로서의 자존심을 재차 구기긴 했으나 대중에 알려진 것처럼 종교인에게 패하진 않았다. 세계챔피언 경력자를 잇달아 꺾은 정상급 선수에게 졌을 뿐이다. 넘어지거나 오래 붙어 있으면 경기가 중단되는 입식타격기는 운동능력의 격차가 확연할 경우 신체조건이 우월해도 패배를 당할 수 있다.
중국 마카오 특별행정구에서는 10일 신생 킥복싱 단체 ‘MAS 파이트’의 첫 대회가 열렸다. 최홍만은 메인이벤트를 장식했으나 이룽(31)에게 경기 시작 4분 8초 만에 TKO 당했다.
‘MAS 파이트’는 중국 4대 직할시 중 하나를 기반으로 하는 ‘충칭 텔레비전’과 현지 최대 실시간 영상 서비스 ‘PP라이브’ 그리고 미국 방송 ‘폭스스포츠’ 아시아판이 생중계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이 정도 이벤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선수가 대한민국 언론 보도처럼 정말로 ‘소림사 스님’일 리는 없다. MAS 파이트가 첫 대회의 간판스타로 내세운 이룽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프로 킥복싱 75전 62승 1무 12패가 된 이룽은 중국에서 ‘산둥 더저우 (출신) 무술 승려’, ‘중화에서 제일 용맹한 스님’ 등으로 통한다. 해외 무대에는 ‘수도자’, ‘탁발승’, ‘소림사 승려’ 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국 국영방송 ‘중궈궈지광보뎬타이’ 2015년 4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이룽은 북위 선무제 10년(512년) 시작됐다는 유구한 역사의 소림무술을 동경하여 독학, 즉 스스로 공부하여 지금의 경지에 이르렀다.
진짜 소림사는 중국 정부가 공인한 체육 교습 기관으로 변한 지 오래다. 이룽이 소림사 스님을 자처하는 언행과 복장 등을 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코스프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룽이 중국에서 ‘전통 무예’라고 여겨지는 개념을 독자적으로 배우고 익혔다는 얘기이지 킥복싱 자체를 스승이나 훈련 상대 없이 혼자 연마하고 발전시켰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룽은 ‘온라인 미디어에 가장 영향력 있는 중국 체육인’으로 4년 연속 선정됐고 중화 무술 최우수 공로상,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우슈 홍보대사 등의 경력은 현지 위상이 어느 정도 인지를 보여준다. 방송·영화배우로도 활동 중이다.
입식타격기 경기로 꺾은 상대의 면면만 봐도 이룽의 기량은 입증이 되고도 남는다. 특히 최근 2년 동안 2009 세계무아이타이평의회(WMC) -72.5㎏ 인터콘티넨털 챔피언 마르코 피퀴에(38·수리남/네덜란드), 2004·2006 K-1 -70㎏ 챔피언 바우카우 바이차멕(36·태국), 2014 K-1 –70㎏ 챔피언 엔리코 켈(26·독일)을 이긴 것은 인상적이다.
MAS 파이트 공식 프로필을 보면 최홍만은 신장 218㎝ 체중 150㎏ 리치 235㎝로 측정됐다. 신장 176㎝ 체중 73.5㎏ 리치 178㎝라고 공지된 이룽과의 체격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킥복싱은 K-1으로 대표되는 최고 전성기에도 무제한급이 존재했다. 클린치가 일정 시간 이어지거나 이유를 막론하고 선수가 바닥에 넘어지면 경기가 멈춰지는 입식타격기 특성상 ‘다윗과 골리앗’ 유형의 대결은 심심치 않게 메이저대회에서도 선보여왔다.
MAS 파이트는 일반적인 킥복싱과 달리 유도식 던지기나 입식 그래플링, 즉 선 상태에서 관절을 꺾거나 목을 조르는 기술도 가능한 대회이긴 하다. 그러나 이런 환경도 최홍만이 이룽의 역동성을 따라잡을 만한 신체 능력이 있어야 활용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최홍만은 12월 17일 AFC09라는 한국 대회에 출전하기로 예정됐다. 38일 후 경기를 해야 하는 선수라면 자연스럽게 이룽과의 MAS 파이트에서는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주최 측은 회복을 위한 최대 10분의 휴식을 부여했으나 최홍만은 주어진 시간을 다 보내고도 경기 재개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MAS 파이트’는 주관 방송사 영상으로 비디오 판독한 결과 이룽의 발차기가 최홍만의 고간이 아닌 아랫배에 맞았다고 판단했다. 표면적으로는 이롱의 TKO승이지만 사실상 최홍만의 기권패다.
AFC는 12일 최홍만의 차기 대회 결장을 발표하면서 “격투기 선수로서 기본을 지켜라”, “이벤트성 경기는 없다”, “진검승부만 준비하겠다”라며 이룽과의 MAS 파이트 대결을 깎아내리는 표현을 잇달아 사용했다.
그러나 이룽은 실력뿐 아니라 중국 시장에서의 인지도나 상업성 등을 생각하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입식타격기 경기를 주최하는 어떤 단체도 몸값을 감당할 수 없는 거물이다.
물론 최홍만의 킥복싱 개인 최다·최장 연패 기록이 5경기 및 3991일로 늘어난 것, 즉 10년 11개월 3일 동안 입식타격기 승리가 없는 현실은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룽-최홍만 대결 자체는 킥복싱 특성이나 역사를 돌이켜볼 때 이해를 하려면 못할 것도 없다. AFC는 소속 선수를 필요 이상으로 비하하는 것이 대회사의 기본인지 돌이켜야 한다. dogma0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 마카오 특별행정구에서는 10일 신생 킥복싱 단체 ‘MAS 파이트’의 첫 대회가 열렸다. 최홍만은 메인이벤트를 장식했으나 이룽(31)에게 경기 시작 4분 8초 만에 TKO 당했다.
‘MAS 파이트’는 중국 4대 직할시 중 하나를 기반으로 하는 ‘충칭 텔레비전’과 현지 최대 실시간 영상 서비스 ‘PP라이브’ 그리고 미국 방송 ‘폭스스포츠’ 아시아판이 생중계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이 정도 이벤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선수가 대한민국 언론 보도처럼 정말로 ‘소림사 스님’일 리는 없다. MAS 파이트가 첫 대회의 간판스타로 내세운 이룽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프로 킥복싱 75전 62승 1무 12패가 된 이룽은 중국에서 ‘산둥 더저우 (출신) 무술 승려’, ‘중화에서 제일 용맹한 스님’ 등으로 통한다. 해외 무대에는 ‘수도자’, ‘탁발승’, ‘소림사 승려’ 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국 국영방송 ‘중궈궈지광보뎬타이’ 2015년 4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이룽은 북위 선무제 10년(512년) 시작됐다는 유구한 역사의 소림무술을 동경하여 독학, 즉 스스로 공부하여 지금의 경지에 이르렀다.
진짜 소림사는 중국 정부가 공인한 체육 교습 기관으로 변한 지 오래다. 이룽이 소림사 스님을 자처하는 언행과 복장 등을 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코스프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룽이 중국에서 ‘전통 무예’라고 여겨지는 개념을 독자적으로 배우고 익혔다는 얘기이지 킥복싱 자체를 스승이나 훈련 상대 없이 혼자 연마하고 발전시켰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룽은 ‘온라인 미디어에 가장 영향력 있는 중국 체육인’으로 4년 연속 선정됐고 중화 무술 최우수 공로상,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우슈 홍보대사 등의 경력은 현지 위상이 어느 정도 인지를 보여준다. 방송·영화배우로도 활동 중이다.
입식타격기 경기로 꺾은 상대의 면면만 봐도 이룽의 기량은 입증이 되고도 남는다. 특히 최근 2년 동안 2009 세계무아이타이평의회(WMC) -72.5㎏ 인터콘티넨털 챔피언 마르코 피퀴에(38·수리남/네덜란드), 2004·2006 K-1 -70㎏ 챔피언 바우카우 바이차멕(36·태국), 2014 K-1 –70㎏ 챔피언 엔리코 켈(26·독일)을 이긴 것은 인상적이다.
MAS 파이트 공식 프로필을 보면 최홍만은 신장 218㎝ 체중 150㎏ 리치 235㎝로 측정됐다. 신장 176㎝ 체중 73.5㎏ 리치 178㎝라고 공지된 이룽과의 체격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킥복싱은 K-1으로 대표되는 최고 전성기에도 무제한급이 존재했다. 클린치가 일정 시간 이어지거나 이유를 막론하고 선수가 바닥에 넘어지면 경기가 멈춰지는 입식타격기 특성상 ‘다윗과 골리앗’ 유형의 대결은 심심치 않게 메이저대회에서도 선보여왔다.
최홍만과의 MAS 파이트 메인이벤트에서 이룽은 근접전에서도 체격 열세를 극복하고 킥 공격을 성공시켰다. 사진=MAS 파이트 공식 SNS
최홍만은 2008년 6월 10일 뇌종양 수술 후 운동능력이 확연히 저하됐다. 아무리 괴력의 소유자라고 해도 이룽의 기동성은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둘의 대진 자체가 터무니없진 않다.MAS 파이트는 일반적인 킥복싱과 달리 유도식 던지기나 입식 그래플링, 즉 선 상태에서 관절을 꺾거나 목을 조르는 기술도 가능한 대회이긴 하다. 그러나 이런 환경도 최홍만이 이룽의 역동성을 따라잡을 만한 신체 능력이 있어야 활용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최홍만은 12월 17일 AFC09라는 한국 대회에 출전하기로 예정됐다. 38일 후 경기를 해야 하는 선수라면 자연스럽게 이룽과의 MAS 파이트에서는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최홍만이 이룽에게 TKO를 당한 순간. 주최 측은 급소를 맞았다는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MAS 파이트 공식 SNS
최홍만은 이룽의 우슈 산다(武术 散打) 기반 킥을 복부에 맞자 급소를 가격당했다며 주저앉았다.주최 측은 회복을 위한 최대 10분의 휴식을 부여했으나 최홍만은 주어진 시간을 다 보내고도 경기 재개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MAS 파이트’는 주관 방송사 영상으로 비디오 판독한 결과 이룽의 발차기가 최홍만의 고간이 아닌 아랫배에 맞았다고 판단했다. 표면적으로는 이롱의 TKO승이지만 사실상 최홍만의 기권패다.
AFC는 12일 최홍만의 차기 대회 결장을 발표하면서 “격투기 선수로서 기본을 지켜라”, “이벤트성 경기는 없다”, “진검승부만 준비하겠다”라며 이룽과의 MAS 파이트 대결을 깎아내리는 표현을 잇달아 사용했다.
그러나 이룽은 실력뿐 아니라 중국 시장에서의 인지도나 상업성 등을 생각하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입식타격기 경기를 주최하는 어떤 단체도 몸값을 감당할 수 없는 거물이다.
물론 최홍만의 킥복싱 개인 최다·최장 연패 기록이 5경기 및 3991일로 늘어난 것, 즉 10년 11개월 3일 동안 입식타격기 승리가 없는 현실은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룽-최홍만 대결 자체는 킥복싱 특성이나 역사를 돌이켜볼 때 이해를 하려면 못할 것도 없다. AFC는 소속 선수를 필요 이상으로 비하하는 것이 대회사의 기본인지 돌이켜야 한다. dogma0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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