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대호 기자] 김용철 한국실업야구연맹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실업야구 부활의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두고 보이소. 내년 봄엔 최소 8개 팀에서 17개 팀까지 실업야구팀을 창단하도록 하겠습니다.”
한국노총,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실업야구팀 창단 업무 협약식’을 맺은 지 하루가 지난 12일, 김용철 위원장을 만났다. 머리에 쌓인 은빛 훈장이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할 뿐 서글서글한 눈웃음에 부산사투리가 섞인 거침없는 언변은 여전했다. “10월까지 창단기업을 확정하고, 11월 합동 트라이아웃, 12월 창단식과 겨울훈련 그리고 내년 3월 리그 출범이 마스터 플랜입니다.”
인터뷰가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 “54개 기업과 접촉하고 있습니다. 건설, 철강, 금융계 중심입니다. 이 가운데 5개 기업은 창단 성사 단계입니다.” 한국노총에서 우수기업을 소개해 줘 창단작업이 훨씬 수월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다소 생뚱맞은 질문을 던져 봤다. “왜 실업야구 창단에 목숨을 거냐고” 김 위원장은 길게 한 숨을 내쉰다. “실업야구는 제 생명입니다. 실업야구가 없었다면 ‘김용철’이란 이름 석 자도 없었을 테니까요.”
김용철 위원장이 부산상고(현 개성고) 3학년이던 1975년. 김 위원장은 그야말로 ‘미완의 대기’에 불과했다. 큰 덩치에 일발장타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아직은 설익은 풋과일이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고려대에 진학하기로 결심한 즈음 아버지가 몸 져 눕고 말았다. 마침 부산상고 대선배인 김응용 한일은행 감독이 부산까지 내려와 입행원서를 내밀었다. “망설였지만 한일은행에 입단한 건 일생일대 행운이었어요.” 임신근 우용득 최남수 강병철 허구연 강문길 조창수 주성노 등등. 김용철 위원장은 국가대표 축소판인 기라성 같은 한일은행 선배들을 밀어내고 입단 첫 해 4번 타자 자리를 꿰찼다. “잘하는 선배들이 워낙 많아 그저 따라만 하자고 했는데,,,” 김용철 위원장은 입단 첫 해 국가대표가 됐고, 이후 프로에서도 탄탄대로를 달렸다.
“실업팀에 입단하면서 야구에 눈을 떴습니다.” 김용철 위원장이 실업야구팀 창단에 전력을 쏟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지금도 나 같은 선수가 얼마나 많겠어요? 펴 보지도 못하고 지는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야죠.”
뜻은 좋은데 과연 참여할 기업이 얼마나 될까? 운영비는 감당할 수 있을까? 야구장은 확보했나? 하나씩 물었다. “1부 17개 팀, 2부 30개 팀을 둬 승강제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일단 내년엔 최소 8개 팀을 구성해 전국체전에 시범종목으로 나가고, 2020년엔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게 목표입니다.” 대기업은 물론, 각 지방의 금융권과 공기업들도 실업야구팀 창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팀 구성은 별 어려움 없이 진행될 것으로 자신했다.
“팀 당 1년 예산을 12억 원 정도로 계산하고 있습니다. 타이틀스폰서와 광고, 전국체전 예산과 지자체 지원을 합치면 기업의 부담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에 실업선수들은 회사 근무와 운동을 병행하기 때문에 일방적인 지출이 아닙니다.” 실업야구연맹은 선수들의 회사 근무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과 자격증 취득 등에서 도움을 줄 생각이다.
“주중 오후에 경기를 치를 것입니다. 야구장은 수도권 17개가량을 확보했습니다. 8개 팀 기준으로 팀 당 연간 64경기를 리그전으로 펼친 뒤 최종 챔피언 결정전은 목동구장에서 갖는다는 계획입니다.”
김용철 위원장의 표정에서 일종의 ‘사명감’이 엿보였다. “야구실업자가 못해도 4만 명에서 5만 명은 됩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사는 지도 모릅니다. 그들에게 일자리를 줘야 합니다.”
그렇다면 프로에서 낙오된 선수들은? 김용철 위원장은 단호했다. “실업팀에 육성선수(일명 연습생)라 해도 프로출신은 절대 받지 않습니다. 고교, 대학 졸업선수들이 취업하는 곳이 실업야구입니다. 프로 출신을 받으면 이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실업팀에서 뛰다가 프로에 지명을 받을 수도,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김 위원장이 바라는 실업야구는 이렇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엔 실업선발을 주축으로 대학선수가 포함된 순수 아마추어가 나갈 수 있도록 할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실업야구 수준을 빨리 끌어 올려야죠.” 프로선수의 병역특례가 합당한 것인가 하는 명제가 시대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김 위원장은 “실업야구가 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김용철 위원장의 호언장담이 실현될지 드러날 것이다. dhkim@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노총,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실업야구팀 창단 업무 협약식’을 맺은 지 하루가 지난 12일, 김용철 위원장을 만났다. 머리에 쌓인 은빛 훈장이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할 뿐 서글서글한 눈웃음에 부산사투리가 섞인 거침없는 언변은 여전했다. “10월까지 창단기업을 확정하고, 11월 합동 트라이아웃, 12월 창단식과 겨울훈련 그리고 내년 3월 리그 출범이 마스터 플랜입니다.”
인터뷰가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 “54개 기업과 접촉하고 있습니다. 건설, 철강, 금융계 중심입니다. 이 가운데 5개 기업은 창단 성사 단계입니다.” 한국노총에서 우수기업을 소개해 줘 창단작업이 훨씬 수월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다소 생뚱맞은 질문을 던져 봤다. “왜 실업야구 창단에 목숨을 거냐고” 김 위원장은 길게 한 숨을 내쉰다. “실업야구는 제 생명입니다. 실업야구가 없었다면 ‘김용철’이란 이름 석 자도 없었을 테니까요.”
김용철 위원장이 부산상고(현 개성고) 3학년이던 1975년. 김 위원장은 그야말로 ‘미완의 대기’에 불과했다. 큰 덩치에 일발장타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아직은 설익은 풋과일이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고려대에 진학하기로 결심한 즈음 아버지가 몸 져 눕고 말았다. 마침 부산상고 대선배인 김응용 한일은행 감독이 부산까지 내려와 입행원서를 내밀었다. “망설였지만 한일은행에 입단한 건 일생일대 행운이었어요.” 임신근 우용득 최남수 강병철 허구연 강문길 조창수 주성노 등등. 김용철 위원장은 국가대표 축소판인 기라성 같은 한일은행 선배들을 밀어내고 입단 첫 해 4번 타자 자리를 꿰찼다. “잘하는 선배들이 워낙 많아 그저 따라만 하자고 했는데,,,” 김용철 위원장은 입단 첫 해 국가대표가 됐고, 이후 프로에서도 탄탄대로를 달렸다.
“실업팀에 입단하면서 야구에 눈을 떴습니다.” 김용철 위원장이 실업야구팀 창단에 전력을 쏟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지금도 나 같은 선수가 얼마나 많겠어요? 펴 보지도 못하고 지는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야죠.”
뜻은 좋은데 과연 참여할 기업이 얼마나 될까? 운영비는 감당할 수 있을까? 야구장은 확보했나? 하나씩 물었다. “1부 17개 팀, 2부 30개 팀을 둬 승강제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일단 내년엔 최소 8개 팀을 구성해 전국체전에 시범종목으로 나가고, 2020년엔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게 목표입니다.” 대기업은 물론, 각 지방의 금융권과 공기업들도 실업야구팀 창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팀 구성은 별 어려움 없이 진행될 것으로 자신했다.
“팀 당 1년 예산을 12억 원 정도로 계산하고 있습니다. 타이틀스폰서와 광고, 전국체전 예산과 지자체 지원을 합치면 기업의 부담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에 실업선수들은 회사 근무와 운동을 병행하기 때문에 일방적인 지출이 아닙니다.” 실업야구연맹은 선수들의 회사 근무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과 자격증 취득 등에서 도움을 줄 생각이다.
“주중 오후에 경기를 치를 것입니다. 야구장은 수도권 17개가량을 확보했습니다. 8개 팀 기준으로 팀 당 연간 64경기를 리그전으로 펼친 뒤 최종 챔피언 결정전은 목동구장에서 갖는다는 계획입니다.”
김용철 위원장의 표정에서 일종의 ‘사명감’이 엿보였다. “야구실업자가 못해도 4만 명에서 5만 명은 됩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사는 지도 모릅니다. 그들에게 일자리를 줘야 합니다.”
그렇다면 프로에서 낙오된 선수들은? 김용철 위원장은 단호했다. “실업팀에 육성선수(일명 연습생)라 해도 프로출신은 절대 받지 않습니다. 고교, 대학 졸업선수들이 취업하는 곳이 실업야구입니다. 프로 출신을 받으면 이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실업팀에서 뛰다가 프로에 지명을 받을 수도,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김 위원장이 바라는 실업야구는 이렇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엔 실업선발을 주축으로 대학선수가 포함된 순수 아마추어가 나갈 수 있도록 할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실업야구 수준을 빨리 끌어 올려야죠.” 프로선수의 병역특례가 합당한 것인가 하는 명제가 시대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김 위원장은 “실업야구가 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김용철 위원장의 호언장담이 실현될지 드러날 것이다. dhkim@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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