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교파 니시코리, 파워 앞세운 오사카…동반 결승행도 도전
니시코리 게이(19위)와 오사카 나오미(19위·이상 일본)가 올해 US오픈 테니스대회 남녀단식 4강에 나란히 오르면서 일본 테니스 역사가 새로 쓰였습니다.
지금까지 메이저 대회에서 일본 남녀 선수가 나란히 8강까지 오른 적은 있었지만 4강에 동반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1995년 윔블던에서 마쓰오카 슈조, 다테 기미코가 단식 8강에 함께 진출한 것이 최초였고, 올해 US오픈에서 니시코리와 오사카가 23년 만에 이를 재현하면서 일본 테니스계가 반색했습니다.
하지만 니시코리와 오사카는 한술 더 떠서 오늘(6일, 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준준결승까지 나란히 통과하며 일본 테니스 사상 최초의 메이저 대회 남녀단식 4강 동반 진출을 달성했습니다.
먼저 오사카가 여자단식 8강전에서 레시아 트수렌코(36위·우크라이나)를 2-0(6-1 6-1)으로 완파했고, 이어 니시코리도 2014년 US오픈 챔피언 마린 칠리치(7위·크로아티아)를 4시간 7분 접전 끝에 3-2(2-6 6-4 7-6<7-5> 4-6 6-4)로 따돌리면서 4강에 합류했습니다.
니시코리는 2014년 US오픈 준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 국적 남자 선수의 역대 메이저 대회 단식 최고 성적을 달성했을 정도로 이미 세계 정상급 기량을 인정받은 선수입니다.
2015년 세계 랭킹 4위까지 올라 역시 아시아 국적 남자 선수로는 역대 최고 랭킹을 찍었습니다.
키 178㎝로 큰 편이 아니고 파워 역시 서양 선수들에 비해 밀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올해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경기당 서브 에이스 3.3개로 81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러나 절묘한 제구력을 앞세운 경기 운영 능력이 탁월해 체격과 파워의 불리함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오늘 칠리치와 8강전에서 서브 에이스 6-19로 밀렸고, 공격 성공 횟수에서도 29-57로 열세였지만 실책이 45-70으로 훨씬 적었습니다.
서브 최고 시속은 칠리치가 217㎞, 니시코리 196㎞로 20㎞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토털 포인트에서도 칠리치가 152-144로 더 많은 포인트를 따냈지만 그만큼 니시코리는 필요할 때 힘을 몰아서 쓰는 전략으로 승리를 가져왔습니다.
올해 21살인 오사카는 아이티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선수입니다.
그는 니시코리와는 달리 '파워 테니스'를 구사하는 스타일입니다. 키가 180㎝로 니시코리보다 큽니다.
이번 대회에서 서브 에이스 25개를 꽂아 여자 선수들 가운데 4위, 서브 최고 시속도 191㎞로 4위입니다.
올해 3월에는 세리나 윌리엄스(26위·미국)를 2-0(6-3 6-2)으로 완파하는 등 거침없는 상승세가 돋보입니다.
일본 여자 선수가 메이저 대회 단식 4강에 오른 것은 1996년 윔블던 다테 이후 올해 오사카가 22년 만입니다. 1996년은 오사카가 태어나기도 전입니다.
니시코리와 오사카는 둘 다 어릴 때 미국으로 건너가 테니스를 배운 공통점이 있습니다.
니시코리는 14살 때인 2004년, 오사카는 3살이던 2000년에 미국 플로리다에 자리를 잡고 기량을 연마했습니다.
니시코리는 2014년부터 1989년 프랑스오픈 우승자인 대만계 미국인 마이클 창의 지도를 받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 선수의 메이저 대회 남녀단식 최고 성적은 남자는 올해 호주오픈 정현(23위·한국체대)의 4강, 여자는 1981년 US오픈 이덕희의 16강입니다.
또 아시아 국적 선수의 메이저 대회 여자단식 최고 성적은 리나(중국)의 2011년 프랑스오픈, 2014년 호주오픈 우승입니다.
이진수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KEB 하나은행 코리아오픈 토너먼트 디렉터는 "일본 테니스는 니시코리의 예에서 보듯이 체격이나 파워가 밀리면서도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는 노하우가 있다"며 "오사카는 특이한 경우이긴 하지만 워낙 공격적이고 대담한 면까지 갖춰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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