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채태인(36)은 지난 10일 괌으로 떠났다. 발걸음이 가볍지는 않았다. 그는 새로운 숙제를 시작하기 전 지난 숙제를 끝내지 못했다.
채태인의 신분은 ‘지금도’ FA다. 아직도 원 소속팀 넥센을 비롯해 어느 팀과도 계약하지 않았다. ‘못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
FA 시장의 개장일은 지난해 11월 8일이었다. 두 달이 지나도록 채태인의 협상에 관한 소식은 뜸했다.
넥센은 ‘보상선수를 받지 않겠다’며 호객 행위를 했지만, 선뜻 손을 드는 팀이 없다. 9억원의 보상금도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채태인의 계약 규모까지 고려하면, 최소 12억원 이상의 투자다. 웬만한 팀 내 연봉 1,2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채태인으로선 답답할 따름이다. FA 미계약자가 채태인을 포함해 총 8명이다. 동병상련. 하지만 저마다 상황이 다르다.
일각에서는 과거 FA 신청 후 ‘강제’ 은퇴 수순을 밟았던 사례를 재조명하고 있다. 선수 생명의 위기다. 가까운 예로 2016시즌을 마친 후 FA 권리를 행사한 용덕한은 ‘코치’가 됐다.
채태인은 2달 전부터 운동을 했다. FA 협상과 별개로 KBO리그에서 보낼 12번째 시즌 준비를 소홀히 할 수 없다. 몸 상태도 좋다. 2017시즌 중 갈비뼈에 실금이 가 통증을 참고 뛰어야 했으나 다 회복됐다.
채태인은 “그렇지만 현재 내가 할 거는 이것(운동) 밖에 없다. (협상이 더디지만)야구를 계속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답답한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마음이 편하면 어떻고 불편하면 어떤가. 결국 해야 하는 야구다. 지금 생각 같아서는 그냥 어디서라도 야구를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현실적으로 채태인의 행선지는 좁혀질 수밖에 없다. 넥센도 협상 창구를 열어뒀다. 지난달 중순부터 연락을 주고받았다. 지난 8일에는 고형욱 넥센 단장과 채태인이 식사를 하며 직접 대화를 나눴다.
넥센은 채태인의 공을 인정한다. 2016년 3월 트레이드로 이적한 채태인은 2017시즌 109경기 타율 0.322 12홈런 62타점 46득점을 기록했다. 장타율(0.500)과 출루율(0.388)도 높았다. 2016시즌의 아쉬움을 어느 정도 지웠다. 채태인이 건재하다는 걸 확실히 보여줬다.
또한, 지표로 나타낼 수 없는 채태인의 역할도 있다. 분위기 메이커다. 더그아웃에서 활력을 불어넣는다. 넥센에 필요한 존재다. 내부적으로도 이 점을 높이 샀다.
넥센은 이장석 대표이사의 선고공판 등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채태인 FA 협상의 변수였다. 또한, 채태인과 포지션이 겹치는 박병호도 복귀했다. 채태인이 지명타자를 맡을 수도 있지만 장영석, 초이스, 이택근 등 자원이 없지 않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지 않으나 협상 온도는 차갑지 않다. 채태인은 “구단에서 내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하셨다. 전반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아직은 구체적인 협상을 하지 않았다. 그럴 단계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 단장도 “(채)태인이를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기다리게 할 수도 없다. 첫 미팅 분위기는 좋았다. 깊숙한 대화를 나누지 못했으나 얼굴을 붉히며 감정싸움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라고 전했다.
채태인은 오는 26일 귀국할 예정이다. 협상이 일시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연락의 끈은 유지한다. 채태인의 이야기를 들었으니 이제 넥센의 이야기가 전해질 차례다.
고 단장은 “협상을 귀국 후 다시 하자는 게 아니다. 그 안에 좋은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태인이의 이야기를 들었으니)이제 구단이 답을 찾아야 한다”라고 여지를 뒀다. 내부적인 분위기도 채태인과 계약에 무게가 실린다.
초장기 계약은 어려울 것이다. 넥센은 2015년 말 FA 이택근과 4년 계약을 했다. 지금의 채태인과 같은 나이였다. 그리고 넥센의 가장 최근 FA 4년 계약자다. 물론, 이택근은 넥센에서 상징적인 선수다.
더욱이 FA 시장 풍경이 예년과 다르다. 몇몇이 초대형 계약을 맺었지만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베테랑과 장기 계약에 대해 회의적이다.
10일 현재 김현수(115억원), 황재균(88억원), 강민호, 민병헌(이상 80억원) 등 ‘빅4’를 제외하고 계약기간 4년을 보장 받은 선수는 정의윤(29억원)이 유일하다. 다만 정의윤은 옵션만 12억원이다. 41.4%의 높은 비율이다.
채태인은 30대 중반을 지났다. 어떤 기준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이’에 상당히 예민한 분위기다. 각각 KIA, 한화와 줄다리기 협상을 벌이는 김주찬, 정근우도 계약기간에 대한 이견 차가 크다. 두 선수는 채태인과 비슷한 또래다.
채태인은 “내 나이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으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래서 좀 아쉽다. 결국 야구장에서 보여줄 수밖에 없지 않나. 난 잘 할 수 있다. 정말 자신있다”라고 강조했다.
채태인의 2017시즌 타율은 팀 내 3번째. 그리고 홈런 4위-타점 4위-안타 6위-장타율 4위-출루율 5위-OPS 4위였다.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면서 채태인은 시카고 컵스의 저주를 깬 조 매든 감독 이야기를 꺼냈다. 매든 감독은 베테랑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역설했다. 헌신과 리더십, 경험은 단순히 수치로 환산할 수 없다는 것.
‘젊은 팀’ 넥센도 이 부분을 간과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채태인이 가세할 경우 ‘어느 정도’까지 기대할 수 있는 지, 계산기를 두들긴다. 넥센이 채태인에게 제시할 계약 규모와 직결되는 부분이다.
고 단장은 “채태인의 나이도 고려 대상이다. 그렇지만 (이 부분을)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해 최상의 답을 찾는다. 데드라인까지 시간은 남아있다. 그러나 여유를 부릴 상황은 아니다.
채태인은 넥센에 자신의 의사를 피력했다. 넥센의 답변을 기다릴 차례다. 그 가운데 그는 괌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채태인의 신분은 ‘지금도’ FA다. 아직도 원 소속팀 넥센을 비롯해 어느 팀과도 계약하지 않았다. ‘못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
FA 시장의 개장일은 지난해 11월 8일이었다. 두 달이 지나도록 채태인의 협상에 관한 소식은 뜸했다.
넥센은 ‘보상선수를 받지 않겠다’며 호객 행위를 했지만, 선뜻 손을 드는 팀이 없다. 9억원의 보상금도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채태인의 계약 규모까지 고려하면, 최소 12억원 이상의 투자다. 웬만한 팀 내 연봉 1,2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채태인으로선 답답할 따름이다. FA 미계약자가 채태인을 포함해 총 8명이다. 동병상련. 하지만 저마다 상황이 다르다.
일각에서는 과거 FA 신청 후 ‘강제’ 은퇴 수순을 밟았던 사례를 재조명하고 있다. 선수 생명의 위기다. 가까운 예로 2016시즌을 마친 후 FA 권리를 행사한 용덕한은 ‘코치’가 됐다.
채태인은 2달 전부터 운동을 했다. FA 협상과 별개로 KBO리그에서 보낼 12번째 시즌 준비를 소홀히 할 수 없다. 몸 상태도 좋다. 2017시즌 중 갈비뼈에 실금이 가 통증을 참고 뛰어야 했으나 다 회복됐다.
채태인은 “그렇지만 현재 내가 할 거는 이것(운동) 밖에 없다. (협상이 더디지만)야구를 계속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답답한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마음이 편하면 어떻고 불편하면 어떤가. 결국 해야 하는 야구다. 지금 생각 같아서는 그냥 어디서라도 야구를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현실적으로 채태인의 행선지는 좁혀질 수밖에 없다. 넥센도 협상 창구를 열어뒀다. 지난달 중순부터 연락을 주고받았다. 지난 8일에는 고형욱 넥센 단장과 채태인이 식사를 하며 직접 대화를 나눴다.
넥센은 채태인의 공을 인정한다. 2016년 3월 트레이드로 이적한 채태인은 2017시즌 109경기 타율 0.322 12홈런 62타점 46득점을 기록했다. 장타율(0.500)과 출루율(0.388)도 높았다. 2016시즌의 아쉬움을 어느 정도 지웠다. 채태인이 건재하다는 걸 확실히 보여줬다.
또한, 지표로 나타낼 수 없는 채태인의 역할도 있다. 분위기 메이커다. 더그아웃에서 활력을 불어넣는다. 넥센에 필요한 존재다. 내부적으로도 이 점을 높이 샀다.
채태인(왼쪽)은 2017시즌 활약으로 2016시즌의 아쉬움을 어느 정도 지웠다. 사진=김영구 기자
넥센이 채태인을 전력 외 선수로 분류해 시장에 내놓은 것은 아니다. 고 단장도 “(여유가 없어)명확하게 어떤 노선을 결정하지 않았을 뿐, 채태인이 팀에 필요 없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고 설명했다.넥센은 이장석 대표이사의 선고공판 등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채태인 FA 협상의 변수였다. 또한, 채태인과 포지션이 겹치는 박병호도 복귀했다. 채태인이 지명타자를 맡을 수도 있지만 장영석, 초이스, 이택근 등 자원이 없지 않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지 않으나 협상 온도는 차갑지 않다. 채태인은 “구단에서 내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하셨다. 전반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아직은 구체적인 협상을 하지 않았다. 그럴 단계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 단장도 “(채)태인이를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기다리게 할 수도 없다. 첫 미팅 분위기는 좋았다. 깊숙한 대화를 나누지 못했으나 얼굴을 붉히며 감정싸움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라고 전했다.
채태인은 오는 26일 귀국할 예정이다. 협상이 일시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연락의 끈은 유지한다. 채태인의 이야기를 들었으니 이제 넥센의 이야기가 전해질 차례다.
고 단장은 “협상을 귀국 후 다시 하자는 게 아니다. 그 안에 좋은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태인이의 이야기를 들었으니)이제 구단이 답을 찾아야 한다”라고 여지를 뒀다. 내부적인 분위기도 채태인과 계약에 무게가 실린다.
초장기 계약은 어려울 것이다. 넥센은 2015년 말 FA 이택근과 4년 계약을 했다. 지금의 채태인과 같은 나이였다. 그리고 넥센의 가장 최근 FA 4년 계약자다. 물론, 이택근은 넥센에서 상징적인 선수다.
더욱이 FA 시장 풍경이 예년과 다르다. 몇몇이 초대형 계약을 맺었지만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베테랑과 장기 계약에 대해 회의적이다.
10일 현재 김현수(115억원), 황재균(88억원), 강민호, 민병헌(이상 80억원) 등 ‘빅4’를 제외하고 계약기간 4년을 보장 받은 선수는 정의윤(29억원)이 유일하다. 다만 정의윤은 옵션만 12억원이다. 41.4%의 높은 비율이다.
채태인은 30대 중반을 지났다. 어떤 기준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이’에 상당히 예민한 분위기다. 각각 KIA, 한화와 줄다리기 협상을 벌이는 김주찬, 정근우도 계약기간에 대한 이견 차가 크다. 두 선수는 채태인과 비슷한 또래다.
고심 끝에 꺼낼 넥센의 카드는 채태인을 웃게 만들까. 사진=옥영화 기자
채태인은 베테랑의 ‘실력’과 ‘필요성’에 대해 판단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자신감이 늘 넘쳤던 그는 지금도 마찬가지다.채태인은 “내 나이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으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래서 좀 아쉽다. 결국 야구장에서 보여줄 수밖에 없지 않나. 난 잘 할 수 있다. 정말 자신있다”라고 강조했다.
채태인의 2017시즌 타율은 팀 내 3번째. 그리고 홈런 4위-타점 4위-안타 6위-장타율 4위-출루율 5위-OPS 4위였다.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면서 채태인은 시카고 컵스의 저주를 깬 조 매든 감독 이야기를 꺼냈다. 매든 감독은 베테랑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역설했다. 헌신과 리더십, 경험은 단순히 수치로 환산할 수 없다는 것.
‘젊은 팀’ 넥센도 이 부분을 간과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채태인이 가세할 경우 ‘어느 정도’까지 기대할 수 있는 지, 계산기를 두들긴다. 넥센이 채태인에게 제시할 계약 규모와 직결되는 부분이다.
고 단장은 “채태인의 나이도 고려 대상이다. 그렇지만 (이 부분을)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해 최상의 답을 찾는다. 데드라인까지 시간은 남아있다. 그러나 여유를 부릴 상황은 아니다.
채태인은 넥센에 자신의 의사를 피력했다. 넥센의 답변을 기다릴 차례다. 그 가운데 그는 괌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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