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만(37)이 10년 만에 한국에서 가진 킥복싱경기는 ‘링’이 아니었다.
KBS 스포츠 월드 아레나(舊 88체육관)에서는 27일 ‘엔젤스 파이팅 5’라는 종합격투기·입식타격기 혼성 대회가 진행됐다. 제41대 천하장사 최홍만은 2004 K-1 일본그랑프리 챔피언 우치다 노보루(42)와 킥복싱 무제한급 대결을 펼쳐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최홍만의 2005년 입식타격기 데뷔 후 19경기는 모두 링이었다. 그러나 ‘엔젤스 파이팅 5’는 2007년부터 세계 종합격투기 1위 대회사로 군림 중인 UFC처럼 케이지, 즉 철망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경기했다.
링처럼 밧줄의 탄력을 활용한다거나 사각 구석에 몰아넣는 등의 전략을 사용할 수 없다. 기동성이 부족한 선수들이 링보다 넓은 케이지에서 경기하면 접근전 빈도가 떨어질 수 있다.
우치다 노보루는 2017년 공식전 및 훈련에서 타격 회피가 평균 이상이었다. 최홍만이 순간적으로 거리를 좁힐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여겨졌다.
실전에서의 최홍만은 기대 이상이었다. 3라운드 1차례 다운을 뺏는 등 4연패에서 탈출할만했다. 신체조건의 우위를 살려 상대 회피 효과를 감퇴시킨 것도 좋았다.
킥복서로만 활동한 우치다 노보루와 달리 최홍만은 종합격투기 선수로도 4승 5패라는 전적이 있다. 2015~2016년에는 케이지에서만 4경기를 치러 2승 2패였다.
사각 링이 아닌 곳에서 경기하자 최홍만보다 우치다 노보루의 어색함이 두드러졌다. 공격을 피할 때 넓은 공간을 다 활용하지 못하여 여러 차례 펀치를 허용했다.
2005 K-1 월드그랑프리 서울대회 우승자 최홍만은 어느덧 30대 후반이다. 최홍만과 비슷한 시기 전성기를 누린 우치다 노보루는 40대 초반의 한복판에 접어들었다.
최홍만과의 ‘엔젤스 파이팅 5’ 메인이벤트로 열린 킥복싱 무제한급 경기에 임하는 우치다 노보루가 당황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나이 때문인지 둘 다 기동력으로는 합격점을 줄 수 없는 경기를 펼쳤다. 그래도 최홍만은 링보다 치고 빠지기가 쉽다는 것을 이해하고 상대의 퇴로를 차단하는 공격을 적재적소에 가하여 우치다 노보루와의 공방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최홍만-우치다는 K-1 황금기 시절 지역대회 우승자끼리의 대진이었다. 최홍만은 216㎝·150㎏, 우치다 노보루는 184㎝·115㎏으로 자웅을 겨뤘다.
우치다 노보루는 2010년 1월 17일 은퇴를 2016년 번복한 후 3연승에 도전했으나 무산됐다. 최홍만은 3347일(만 9년 2개월) 만에 한국 킥복싱경기에서 승리했다.
최홍만은 ‘엔젤스 파이팅 5’를 앞두고 독점중계방송사 ‘KBS N 스포츠’를 통하여 “일본에서 6개월 동안 훈련했다. 매일같이 우치다 노보루와의 대결을 상정한 맞춤형 스파링을 해왔다”라면서 “격투기 하나를 바라보면서 여기까지 왔다. 기대해주고 한 번 믿어달라”라고 말한 약속을 지켰다.
킥복싱 통산 13승 7패 및 종합격투기 4승 5패. 한국 이종격투기 최고시청률기록은 입식과 MMA 모두 모두 최홍만이 가지고 있다.
최홍만이 입식타격기 7연승에 도전했던 2005년 K-1 월드그랑프리 준준결승(판정패)은 평균 20.4% 및 순간 최대 22.78%로 종합유선방송 역대 1위를 경신했다.
제2대 프라이드 +93kg 챔피언 표도르 예멜리야넨코(41·러시아)와의 2007년 연말 대결은 평균 13.02% 및 순간 최대 13.51%. 당시 최홍만은 종합격투기 2연승을 노렸으나 1분 58초 만에 팔 관절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항복했다.
최홍만은 2008년 9월 29일 K-1 월드그랑프리 16강전에서 초대 K-1 –100㎏ 챔피언 바드르 하리(33·네덜란드/모로코)에게 TKO로 진 것이 마지막 한국·서울 킥복싱경기였다.
사진=MK스포츠 제공/온라인이슈팀 mkculture@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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