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가을, 추수의 계절이 찾아왔다. 프로야구에서도 가을은 수확의 시기다. 정규시즌을 통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팀들이 가려지기 때문이다. 흔히 가을야구로도 불리는 포스트시즌 진출은 프로야구 한 해 농사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점이 된다.
1982년 6개 구단으로 출범한 프로야구는 36년 동안 규모와 함께 포스트시즌 제도도 변화해왔다. 원년 전·후기 리그 우승팀끼리 한국시리즈를 열었던 방식은 1985년 삼성 라이온즈가 전·후기리그 통합 우승을 차지하면서 전·후기 각각 2위팀까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방식으로 이어지다가, 1989년부터 전·후기리그를 없애고 현행 체제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준플레이오프제가 도입됐다. 정규시즌 4위와 3위가 준플레이오프를 거치고, 승자가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2위팀과 맞붙어, 다시 플레이오프의 승자가,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정규시즌 우승팀과 대결하는 방식이었다.
1986년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 이글스)의 창단으로 만들어진 7개 구단 체제부터 4위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의 창단으로 8개구단 체제가 되면서 전체 구단 중 절반이 가을야구 진출의 요건이 됐다. 1999년부터 2000년까지 매직리그 드림리그로 잠시 양대리그를 운영했지만, 2001년 다시 단일리그로 회귀했다. 이후 NC다이노스의 창단으로 2013~2014년에는 9개 구단 체제가 됐지만, 4위까지 가을야구 진출권이 주어지는 방식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다 2015년 kt위즈의 창단으로 10개 구단 체제가 되면서 포스트시즌 티켓은 한 장 늘었다. 와일드카드제를 도입한 것이었다.
와일드카드 도입은 새로운 리그의 활력소가 됐다. 사질 이전 방식에서는 4위나 3위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와일드카드제의 도입으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3위에 대한 어드밴티지가 생겨,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경쟁이 펼쳐지게 됐다. 올해만 해도 3위를 두고, 롯데 자이언츠와 NC다이노스가 뜨거운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어쨌든 5위까지 주어지는 포스트시즌 진출은 한 시즌에 대한 성공 척도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가을야구를 경험하는 팀들 사이에서 어떠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 확실한 에이스와 마무리 투수…그리고 해결사
흔히 두자릿수 승리를 따낼 수 있는 에이스, 뒷문을 확실하게 걸어 잠그는 마무리 투수, 그리고 타선의 중심을 잡아줄 해결사가 있었야 팀 성적을 담보할 수 있다고 한다. 과거 한 감독 은 “15승을 거둘 수 있는 에이스와 10승 투수 3명, 30세이브 이상을 책임져 주는 마무리, 그리고 100타점 이상을 때릴 수 있는 4번타자가 있다면 포스트시즌에 진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팀”이라고 말했다.
이를 선두를 달리고 있는 KIA에 대입하면 일정 부분 맞아 떨어진다. KIA는 헥터 노에시와 양현종이 각각 19승(다승 공동 1위)을 거두고 있다. 다만 확실한 마무리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타선에서는 최형우와 로저 버나디나가 100타점 이상을 때리고 있다. 둘은 20홈런 이상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둘 외에 나지완과 이범호도 20개 이상의 홈런을 터트리고 있다.
후반기 무서운 상승세로 3위까지 올라선 롯데 자이언츠는 이 조건에 딱 맞아 떨어진다. 15승을 거둔 투수는 없지만, 브룩스 레일리, 박세웅, 송승준이 10승 이상을 거뒀고, 마무리 손승락이 36세이브를 기록했다. 타선에서는 이대호라는 확실한 4번타자가 있다. 이대호는 30홈런-100타점 고지를 넘어서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있다.
◆ 팀 평균자책점 1위도 가을을 담보할 수 없다
하지만 위 공식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10승 투수를 3명이나 배출하고도 가을야구를 가지 못한 사례가 더러 있다. 2011년 LG는 레다메스 리즈, 벤자민 주키치, 박현준이 두자릿수 승리를 거두고도 공동 6위로 끝났다. 2014년 롯데도 유먼, 옥스프링, 장원준 등 10승 트리오를 보유하고도 가을야구가 좌절됐다. 역시 LG는 2015년 루카스 하렐, 헨리 소사, 우규민 등 10승 투수 3명을 배출하고, 9위로 시즌을 마감하는 망신을 당했다.
올해도 LG는 불명예 기록을 하나 눈앞에 두고 있다. 1989년 이후 팀평균자책점 1위팀의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는 두 번째 팀이 되는 것이다. 28일 현재 LG는 팀평균자책점 4.28로 10개구단 중 가장 위에 위치한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절대적 명제를 고려하면, 다소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다. 앞선 사례는 1995년 해태 타이거즈였다. 다만 이때 해태의 순위는 4위였는데, 당시 3위와 4위가 3경기 차 이내가 아니면 준플레이오프가 열리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어 가을야구 진출이 좌절된 것이었다. 팀평균자책점 1위를 하고도 5위 안에 들지 못한 사례는 최초다.
한편 팀홈런 1위가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사례도 많지 않다. 1994년 삼성(106개), 1999년 해태 타이거즈(210개), 2008년 한화 이글스(120개) 등 3차례 뿐이다.
LG의 경우처럼 이례적인 경우 가장 큰 원인은 타선의 침묵이었겠지만, 구단이 10개로 늘어나고, 경기수도 팀당 144경기로 늘어난 것도 팀평균자책점 1위 팀이 5강 안에도 들지 못하는 씁쓸한 현실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결국 가을에 야구를 할 수 있는 조건은 투타 조화다”라며 “과거 제시됐던 확실한 에이스, 마무리투수, 타선에서의 해결사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그 수치를 충족시켰다고 해서 가을야구라는 결과물이 완성되는 관계는 아니다. LG의 경우에는 타선에서 확실한 주전급 선수가 없었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가 2명이라는 건 이를 잘 보여주는 데이터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딱 맞아 떨어지는 공식은 없다. 가을야구 퍼즐을 맞추기에 대한 정량적 해답보다는 144경기라는 긴 여정에서 베스트 전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더 절실해지는 상황이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982년 6개 구단으로 출범한 프로야구는 36년 동안 규모와 함께 포스트시즌 제도도 변화해왔다. 원년 전·후기 리그 우승팀끼리 한국시리즈를 열었던 방식은 1985년 삼성 라이온즈가 전·후기리그 통합 우승을 차지하면서 전·후기 각각 2위팀까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방식으로 이어지다가, 1989년부터 전·후기리그를 없애고 현행 체제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준플레이오프제가 도입됐다. 정규시즌 4위와 3위가 준플레이오프를 거치고, 승자가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2위팀과 맞붙어, 다시 플레이오프의 승자가,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정규시즌 우승팀과 대결하는 방식이었다.
1986년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 이글스)의 창단으로 만들어진 7개 구단 체제부터 4위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의 창단으로 8개구단 체제가 되면서 전체 구단 중 절반이 가을야구 진출의 요건이 됐다. 1999년부터 2000년까지 매직리그 드림리그로 잠시 양대리그를 운영했지만, 2001년 다시 단일리그로 회귀했다. 이후 NC다이노스의 창단으로 2013~2014년에는 9개 구단 체제가 됐지만, 4위까지 가을야구 진출권이 주어지는 방식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다 2015년 kt위즈의 창단으로 10개 구단 체제가 되면서 포스트시즌 티켓은 한 장 늘었다. 와일드카드제를 도입한 것이었다.
와일드카드 도입은 새로운 리그의 활력소가 됐다. 사질 이전 방식에서는 4위나 3위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와일드카드제의 도입으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3위에 대한 어드밴티지가 생겨,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경쟁이 펼쳐지게 됐다. 올해만 해도 3위를 두고, 롯데 자이언츠와 NC다이노스가 뜨거운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어쨌든 5위까지 주어지는 포스트시즌 진출은 한 시즌에 대한 성공 척도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가을야구를 경험하는 팀들 사이에서 어떠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 확실한 에이스와 마무리 투수…그리고 해결사
흔히 두자릿수 승리를 따낼 수 있는 에이스, 뒷문을 확실하게 걸어 잠그는 마무리 투수, 그리고 타선의 중심을 잡아줄 해결사가 있었야 팀 성적을 담보할 수 있다고 한다. 과거 한 감독 은 “15승을 거둘 수 있는 에이스와 10승 투수 3명, 30세이브 이상을 책임져 주는 마무리, 그리고 100타점 이상을 때릴 수 있는 4번타자가 있다면 포스트시즌에 진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팀”이라고 말했다.
이를 선두를 달리고 있는 KIA에 대입하면 일정 부분 맞아 떨어진다. KIA는 헥터 노에시와 양현종이 각각 19승(다승 공동 1위)을 거두고 있다. 다만 확실한 마무리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타선에서는 최형우와 로저 버나디나가 100타점 이상을 때리고 있다. 둘은 20홈런 이상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둘 외에 나지완과 이범호도 20개 이상의 홈런을 터트리고 있다.
후반기 무서운 상승세로 3위까지 올라선 롯데 자이언츠는 이 조건에 딱 맞아 떨어진다. 15승을 거둔 투수는 없지만, 브룩스 레일리, 박세웅, 송승준이 10승 이상을 거뒀고, 마무리 손승락이 36세이브를 기록했다. 타선에서는 이대호라는 확실한 4번타자가 있다. 이대호는 30홈런-100타점 고지를 넘어서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있다.
올해 롯데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이대호. 사진=김영구 기자
◆ 팀 평균자책점 1위도 가을을 담보할 수 없다
하지만 위 공식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10승 투수를 3명이나 배출하고도 가을야구를 가지 못한 사례가 더러 있다. 2011년 LG는 레다메스 리즈, 벤자민 주키치, 박현준이 두자릿수 승리를 거두고도 공동 6위로 끝났다. 2014년 롯데도 유먼, 옥스프링, 장원준 등 10승 트리오를 보유하고도 가을야구가 좌절됐다. 역시 LG는 2015년 루카스 하렐, 헨리 소사, 우규민 등 10승 투수 3명을 배출하고, 9위로 시즌을 마감하는 망신을 당했다.
올해도 LG는 불명예 기록을 하나 눈앞에 두고 있다. 1989년 이후 팀평균자책점 1위팀의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는 두 번째 팀이 되는 것이다. 28일 현재 LG는 팀평균자책점 4.28로 10개구단 중 가장 위에 위치한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절대적 명제를 고려하면, 다소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다. 앞선 사례는 1995년 해태 타이거즈였다. 다만 이때 해태의 순위는 4위였는데, 당시 3위와 4위가 3경기 차 이내가 아니면 준플레이오프가 열리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어 가을야구 진출이 좌절된 것이었다. 팀평균자책점 1위를 하고도 5위 안에 들지 못한 사례는 최초다.
한편 팀홈런 1위가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사례도 많지 않다. 1994년 삼성(106개), 1999년 해태 타이거즈(210개), 2008년 한화 이글스(120개) 등 3차례 뿐이다.
28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벌어진 2017 프로야구 KBO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LG가 kt에 완승을 거두며 가을야구 희망을 이어갔다. 팀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고 있는 LG는 가을야구 좌절 위기에 몰려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가을야구 퍼즐 맞추기…결국 ‘조화’가 중요하다LG의 경우처럼 이례적인 경우 가장 큰 원인은 타선의 침묵이었겠지만, 구단이 10개로 늘어나고, 경기수도 팀당 144경기로 늘어난 것도 팀평균자책점 1위 팀이 5강 안에도 들지 못하는 씁쓸한 현실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결국 가을에 야구를 할 수 있는 조건은 투타 조화다”라며 “과거 제시됐던 확실한 에이스, 마무리투수, 타선에서의 해결사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그 수치를 충족시켰다고 해서 가을야구라는 결과물이 완성되는 관계는 아니다. LG의 경우에는 타선에서 확실한 주전급 선수가 없었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가 2명이라는 건 이를 잘 보여주는 데이터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딱 맞아 떨어지는 공식은 없다. 가을야구 퍼즐을 맞추기에 대한 정량적 해답보다는 144경기라는 긴 여정에서 베스트 전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더 절실해지는 상황이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