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결국 떠났다. 그가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했다는 것은 한국축구가 매우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는 방증이다. ‘이번에는 다르겠지’라며 한 번 더, 또 한 번 더 기회를 줬으나 더 깊은 나락으로 빠질 따름이었다.
한국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8경기를 치른 현재 4승 1무 3패(승점 13점)를 기록했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3번이나 진 것은 처음이다. 본선 직행이 가능한 A조 2위에 올라있으나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대한축구협회는 ‘소방수’를 찾고 있다. 급박하다. 정몽규 회장이 해외 일정을 마치고 지난 19일 귀국하면서 새 감독 선임 작업도 속도를 올린다.
이란과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은 8월 31일 열린다. 늦어도 내달 안으로는 슈틸리케 감독의 후임을 찾아야 한다. 빠듯한 시간에 현실적으로 새 감독 후보군은 한정돼 있다. 이미 몇몇 후보가 하마평에 올랐다. 큰 틀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파격보다는 안정된 인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되느냐가 아니다. 누가 됐든 ‘어떻게’ 이끌어 갈지 여부다. 당면 과제는 내년 6월 러시아로 갈 티켓을 확보하는 것이다. 2경기가 남아있다. 위기 속 기회는 이제 많지 않다.
◆리더의 소통
현재 A대표팀을 둘러싼 공기는 상당히 무겁다. 슈틸리케 전 감독은 지난 4월 재신임 후 분위기 쇄신을 강조했다. 그러나 2달 뒤 그가 물러날 때까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팀 내 기강을 잡지 못했으며 소통도 원활하지 않았다.
슈틸리케 전 감독은 “팀이 하나가 돼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슈틸리케호는 ‘원 팀’이 아니었다. 팀 안팎으로 긍정적이지 않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책임을 논할 때 선수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라운드 위에서 뛰는 이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다.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분위기는 침체됐다. 주장 기성용은 “몇 경기 전부터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카타르 원정, 1경기만 아니라 월드컵 최종예선 들어 지속됐던 문제라는 이야기다. 이를 바로 잡아야 할 신임 감독이다.
신임 감독의 계약기간은 무의미하다. 단 2경기에 모든 게 걸려있다. 현실적으로 전술적인 완성도를 높이기도 어려운 시점이다. A대표팀 소집은 빨라야 8월 28일이다. 선수들은 소속팀 일정을 소화하고 합류한다. 해외파의 경우, 장거리 이동까지 해야 한다.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하다.
현재 전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좋은 경기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수와 팀을 잘 알아야 하며 그렇기 위해서는 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용수 전 기술위원장도 ‘선수단과 소통할 수 있는 지도자’를 신임 감독의 자격 중 하나로 꼽았다.
슈틸리케 전 감독은 지난 4월 유럽 출장을 떠나 해외파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면서 그 동안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선수단은 하나로 뭉치지 않았다. 따로 움직였다. 되풀이해선 안 된다.
한 축구 관계자는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분위기 전환이다. 신임 감독은 선수단과 격의 없이 소통하면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야 한다”라고 했다.
한국이 상대할 팀은 A조 1위 이란(8월 31일·홈)과 3위 우즈베키스탄(9월 5일·원정)이다. 2경기를 모두 이길 경우, 자력으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
우즈베키스탄만 이겨도 A조 2위 자리를 확보한다. 하지만 불리한 여건 속에 떠날 원정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이긴다는 게 쉽지 않다. 한국의 마지막 우즈베키스탄 원정 승리는 20년 전이다. 역대 전적에서 10승 3무 1패로 우세하나 최근 우즈베키스탄을 만날 때마다 고전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하겠다”는 기성용의 각오대로 이란전이 매우 중요하다. 이란은 늘 껄끄럽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이란을 잘 조직했다. 한국은 케이로스 감독과 악연이나 1번도 이기지 못했다. 무승부는커녕 1골조차 못 넣었다. 운이 안 따른 적은 많지 않았다. 지략 싸움에서 패배의 연속이었다.
승점 1점도 귀하나 이란전에서 필요한 것은 승점 3점이다. 이번에는 케이로스 감독이 펼친 그물망 수비를 뚫어내야 한다. 이란은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720분 연속 무실점을 자랑하고 있다.
신임 감독에게 요구되는 것은 ‘이기는 축구’다. 아름다운 축구, 점유율 축구 등은 무의미하다. 내용이 아니라 결과가 좋아야 한다. 현대축구는 짧은 시간 내 빠르게 흐름이 바뀌고 있다. 그 가운데 절대 바뀌지 않는 하나가 정보전이다. 많이 알아두는 것은 기본이다.
슈틸리케 전 감독은 정보전에서 뒤처졌다. 냉정히 말해 맞춤 전략이라는 것이 없었다. “우리의 축구를 구사하겠다”라고 밝혔으나 그의 축구는 무색무취였다. 그리고 너무 뻔해 수를 읽혔다. 완벽하게 분석된 한국의 골문을 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제는 당하지 않고 거꾸로 그렇게 해내야 한다.
신임 감독이 짧은 시간 동안 자기 색깔을 펼치기 어렵다. 하지만 상대를 깊이 있게 분석해 이길 방도를 찾는 일은 할 수 있다. 빠듯한 준비기간이나 만만치 않은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을 파헤칠 시간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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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8경기를 치른 현재 4승 1무 3패(승점 13점)를 기록했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3번이나 진 것은 처음이다. 본선 직행이 가능한 A조 2위에 올라있으나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대한축구협회는 ‘소방수’를 찾고 있다. 급박하다. 정몽규 회장이 해외 일정을 마치고 지난 19일 귀국하면서 새 감독 선임 작업도 속도를 올린다.
이란과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은 8월 31일 열린다. 늦어도 내달 안으로는 슈틸리케 감독의 후임을 찾아야 한다. 빠듯한 시간에 현실적으로 새 감독 후보군은 한정돼 있다. 이미 몇몇 후보가 하마평에 올랐다. 큰 틀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파격보다는 안정된 인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되느냐가 아니다. 누가 됐든 ‘어떻게’ 이끌어 갈지 여부다. 당면 과제는 내년 6월 러시아로 갈 티켓을 확보하는 것이다. 2경기가 남아있다. 위기 속 기회는 이제 많지 않다.
◆리더의 소통
현재 A대표팀을 둘러싼 공기는 상당히 무겁다. 슈틸리케 전 감독은 지난 4월 재신임 후 분위기 쇄신을 강조했다. 그러나 2달 뒤 그가 물러날 때까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팀 내 기강을 잡지 못했으며 소통도 원활하지 않았다.
슈틸리케 전 감독은 “팀이 하나가 돼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슈틸리케호는 ‘원 팀’이 아니었다. 팀 안팎으로 긍정적이지 않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책임을 논할 때 선수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라운드 위에서 뛰는 이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다.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분위기는 침체됐다. 주장 기성용은 “몇 경기 전부터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카타르 원정, 1경기만 아니라 월드컵 최종예선 들어 지속됐던 문제라는 이야기다. 이를 바로 잡아야 할 신임 감독이다.
신임 감독의 계약기간은 무의미하다. 단 2경기에 모든 게 걸려있다. 현실적으로 전술적인 완성도를 높이기도 어려운 시점이다. A대표팀 소집은 빨라야 8월 28일이다. 선수들은 소속팀 일정을 소화하고 합류한다. 해외파의 경우, 장거리 이동까지 해야 한다.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하다.
현재 전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좋은 경기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수와 팀을 잘 알아야 하며 그렇기 위해서는 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용수 전 기술위원장도 ‘선수단과 소통할 수 있는 지도자’를 신임 감독의 자격 중 하나로 꼽았다.
슈틸리케 전 감독은 지난 4월 유럽 출장을 떠나 해외파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면서 그 동안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선수단은 하나로 뭉치지 않았다. 따로 움직였다. 되풀이해선 안 된다.
한 축구 관계자는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분위기 전환이다. 신임 감독은 선수단과 격의 없이 소통하면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야 한다”라고 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오른쪽)과 지략 대결에서 웃은 A대표팀 감독은 없었다. 사진=MK스포츠 DB
◆감독의 지략한국이 상대할 팀은 A조 1위 이란(8월 31일·홈)과 3위 우즈베키스탄(9월 5일·원정)이다. 2경기를 모두 이길 경우, 자력으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
우즈베키스탄만 이겨도 A조 2위 자리를 확보한다. 하지만 불리한 여건 속에 떠날 원정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이긴다는 게 쉽지 않다. 한국의 마지막 우즈베키스탄 원정 승리는 20년 전이다. 역대 전적에서 10승 3무 1패로 우세하나 최근 우즈베키스탄을 만날 때마다 고전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하겠다”는 기성용의 각오대로 이란전이 매우 중요하다. 이란은 늘 껄끄럽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이란을 잘 조직했다. 한국은 케이로스 감독과 악연이나 1번도 이기지 못했다. 무승부는커녕 1골조차 못 넣었다. 운이 안 따른 적은 많지 않았다. 지략 싸움에서 패배의 연속이었다.
승점 1점도 귀하나 이란전에서 필요한 것은 승점 3점이다. 이번에는 케이로스 감독이 펼친 그물망 수비를 뚫어내야 한다. 이란은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720분 연속 무실점을 자랑하고 있다.
신임 감독에게 요구되는 것은 ‘이기는 축구’다. 아름다운 축구, 점유율 축구 등은 무의미하다. 내용이 아니라 결과가 좋아야 한다. 현대축구는 짧은 시간 내 빠르게 흐름이 바뀌고 있다. 그 가운데 절대 바뀌지 않는 하나가 정보전이다. 많이 알아두는 것은 기본이다.
슈틸리케 전 감독은 정보전에서 뒤처졌다. 냉정히 말해 맞춤 전략이라는 것이 없었다. “우리의 축구를 구사하겠다”라고 밝혔으나 그의 축구는 무색무취였다. 그리고 너무 뻔해 수를 읽혔다. 완벽하게 분석된 한국의 골문을 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제는 당하지 않고 거꾸로 그렇게 해내야 한다.
신임 감독이 짧은 시간 동안 자기 색깔을 펼치기 어렵다. 하지만 상대를 깊이 있게 분석해 이길 방도를 찾는 일은 할 수 있다. 빠듯한 준비기간이나 만만치 않은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을 파헤칠 시간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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