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리오넬 메시가 좌측 상단을 노리고 찬 프리킥이 크로스바 아래쪽을 스친 뒤 골망을 흔들었다. 영점 조준을 잘못해 공이 크로스바 상단에 맞고 튕겼다면?
최근 악화일로를 걷는 잉글랜드의 사우스햄튼은 2부 소속 노리치시티를 만나 분위기 전환에 성공할 뻔했다. 버질 반 다이크와 요시다 마야의 골로 정규시간 내 스코어는 2-1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2분 노리치시티의 스티븐 네이스미스가 골문 앞 노마크 헤더 상황을 맞는데….
두 경기에서 네 팀을 울리고 웃긴 공통분모는 ‘골’이다. 바르셀로나는 메시의 동점골로 간신히 승점 1점을 획득했다. 사우스햄튼은 이 한 골로 다 잡은 경기를 놓치면서 19일 재경기를 치러야 한다.
“골은 축구를 축구답게 만든다”
《지금껏 축구는 왜 오류투성일까》(원제 ’The Numbers Game’)의 공동 저자 크리스 앤더슨과 데이비드 샐리는 이렇게 주장한다. 그들은 “경기 중 언제 터질지 모르는 단 한 골이 승리와 패배, 환희와 절망을 좌우한다. 그래서 골이 곧 축구의 아름다움”이라고도 책에 적었다.
골이 진귀한 보물 취급을 받는 건 골이 지닌 희소성과 무작위성 때문이다.
책은 2010년 UEFA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예로 들었다. 인터밀란과 바이에른뮌헨간 맞대결에서 총 2824개의 이벤트(슛, 패스, 스로인, 골킥 등)가 발생했는데, 골은 인터밀란의 디에고 밀리토가 기록한 2골이 전부였다. 1골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이벤트는 1421개였다고 볼 수 있다.
골을 만드는 요인은 무수히 많다. 슈팅하는 선수의 컨디션, 날카로운 스루패스 혹은 크로스, 미드필더 혹은 수비수의 패스 미스, 골키퍼의 미끄러운 장갑, 관중석에서 날아온 탱탱볼, 불쑥 튀어나온 잔디, 햇빛, 행운 등에 의해 골이 생성되기도 한다. 경기에 뛰는 선수나, 관중이나, 축구 전문가 할 것 없이 골을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골잡이’들은 그저 슈팅 기술이 뛰어나 많은 득점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희소성과 임의성을 스스로 극복하므로 클럽으로부터 열망의 존재가 된다고 책은 설명했다. 파리생제르맹(PSG)이 4년 동안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에게 총 1억 6500만 유로(약 2300억원)를 투자하고, 첼시가 5000만 파운드(당시 환율 약 900억원)를 들여 페르난도 토레스를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프랑스 재정부 장관은 ‘개탄스럽다’며 터무니없는 돈을 지급한 구단을 비난했지만, PSG 입장에서 그것은 간단한 일이었다. 그들은 그 돈으로 ‘성공의 보장’을 사고자 했다. 즐라탄은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소속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단순히 운 좋게 우승한 인물이 아니라 본인이 차이를 만들어내는 선수, 희소상품인 골을 만들어내는 선수였다.”
책은 2008~2011년 프리미어리그에서 슈팅 기록을 분석한 결과, 경기에 출전한 871명 중 3년간 슈팅을 한 번도 하지 못하거나 딱 1회 기록한 선수가 80%가 조금 넘는다고 말했다. 이 자료를 토대로 슛을 할 뿐 아니라 득점하는 소수의 선택된 선수들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를 설명했다.
“미식축구는 9분, 럭비는 12.5분, 하키는 22분, 축구는 66분당 한 골이 터진다. 농구가 경기당 123회 슛을 시도할 때 축구는 12회에 불과하다. 클럽들은 골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안다. 골이 팀에 승점과 승리를 가져다줄 거란 걸 알고 공격수들에게 큰돈을 투자하는 것이다.”
《지금껏 축구는 왜 오류투성일까》는 사회과학자, 행동경제학자가 펴낸 책으로 숫자를 활용해 축구의 고정관념을 파헤쳤다. 코너킥과 득점의 상관관계, 롱볼 축구의 쇠락 따위를 다뤘다. 브레인스토어. 16,800원.
[yoonjinman@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악화일로를 걷는 잉글랜드의 사우스햄튼은 2부 소속 노리치시티를 만나 분위기 전환에 성공할 뻔했다. 버질 반 다이크와 요시다 마야의 골로 정규시간 내 스코어는 2-1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2분 노리치시티의 스티븐 네이스미스가 골문 앞 노마크 헤더 상황을 맞는데….
두 경기에서 네 팀을 울리고 웃긴 공통분모는 ‘골’이다. 바르셀로나는 메시의 동점골로 간신히 승점 1점을 획득했다. 사우스햄튼은 이 한 골로 다 잡은 경기를 놓치면서 19일 재경기를 치러야 한다.
“골은 축구를 축구답게 만든다”
《지금껏 축구는 왜 오류투성일까》(원제 ’The Numbers Game’)의 공동 저자 크리스 앤더슨과 데이비드 샐리는 이렇게 주장한다. 그들은 “경기 중 언제 터질지 모르는 단 한 골이 승리와 패배, 환희와 절망을 좌우한다. 그래서 골이 곧 축구의 아름다움”이라고도 책에 적었다.
골이 진귀한 보물 취급을 받는 건 골이 지닌 희소성과 무작위성 때문이다.
책은 2010년 UEFA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예로 들었다. 인터밀란과 바이에른뮌헨간 맞대결에서 총 2824개의 이벤트(슛, 패스, 스로인, 골킥 등)가 발생했는데, 골은 인터밀란의 디에고 밀리토가 기록한 2골이 전부였다. 1골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이벤트는 1421개였다고 볼 수 있다.
골을 만드는 요인은 무수히 많다. 슈팅하는 선수의 컨디션, 날카로운 스루패스 혹은 크로스, 미드필더 혹은 수비수의 패스 미스, 골키퍼의 미끄러운 장갑, 관중석에서 날아온 탱탱볼, 불쑥 튀어나온 잔디, 햇빛, 행운 등에 의해 골이 생성되기도 한다. 경기에 뛰는 선수나, 관중이나, 축구 전문가 할 것 없이 골을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골잡이’들은 그저 슈팅 기술이 뛰어나 많은 득점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희소성과 임의성을 스스로 극복하므로 클럽으로부터 열망의 존재가 된다고 책은 설명했다. 파리생제르맹(PSG)이 4년 동안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에게 총 1억 6500만 유로(약 2300억원)를 투자하고, 첼시가 5000만 파운드(당시 환율 약 900억원)를 들여 페르난도 토레스를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프랑스 재정부 장관은 ‘개탄스럽다’며 터무니없는 돈을 지급한 구단을 비난했지만, PSG 입장에서 그것은 간단한 일이었다. 그들은 그 돈으로 ‘성공의 보장’을 사고자 했다. 즐라탄은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소속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단순히 운 좋게 우승한 인물이 아니라 본인이 차이를 만들어내는 선수, 희소상품인 골을 만들어내는 선수였다.”
첼시가 5000만 파운드를 들여 영입한 페르난도 토레스. 이적료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진 못했다. 사진(스페인 발렌시아)=AFPBBNews=News1
책은 2008~2011년 프리미어리그에서 슈팅 기록을 분석한 결과, 경기에 출전한 871명 중 3년간 슈팅을 한 번도 하지 못하거나 딱 1회 기록한 선수가 80%가 조금 넘는다고 말했다. 이 자료를 토대로 슛을 할 뿐 아니라 득점하는 소수의 선택된 선수들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를 설명했다.
“미식축구는 9분, 럭비는 12.5분, 하키는 22분, 축구는 66분당 한 골이 터진다. 농구가 경기당 123회 슛을 시도할 때 축구는 12회에 불과하다. 클럽들은 골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안다. 골이 팀에 승점과 승리를 가져다줄 거란 걸 알고 공격수들에게 큰돈을 투자하는 것이다.”
《지금껏 축구는 왜 오류투성일까》는 사회과학자, 행동경제학자가 펴낸 책으로 숫자를 활용해 축구의 고정관념을 파헤쳤다. 코너킥과 득점의 상관관계, 롱볼 축구의 쇠락 따위를 다뤘다. 브레인스토어. 16,800원.
[yoonjinman@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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