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선 이는 브라질 올림픽축구대표팀 주장 네이마르 다 시우바(24·바르셀로나)였다. 그의 발을 떠난 공이 마침내 그물을 가르는 순간, 네이마르는 그라운드에 쓰러져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리우 올림픽 개최국이기 전에 ‘축구의 나라’인 브라질이 독일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브라질은 21일(한국 시간)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독일과의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1대1로 무승부를 거둔 뒤 승부차기에서 5대4로 승리하며 올림픽 정상에 섰다.
월드컵에서는 5차례나 우승컵을 들어 올렸으나 올림픽에서는 3차례 은메달, 2차례 동메달에 그쳤던 브라질에게는 홈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이 사상 첫 축구 금메달을 따낼 적기였다. 브라질 국민들 역시 개최국이 부진에 빠졌다는 놀림을 받아도 상관없었다는 분위기였다. 오로지 축구만 이긴다면 말이다. 특히 2년 전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에서 1대7 참패를 안겨줬던 독일이 결승전 상대로 확정되며 축구는 모든 것을 건 승부가 되어갔다.
지난 달 코파 아메리카까지 참가하지 않으며 오로지 올림픽에 모든 것을 건 네이마르에게는 이 모든 상황이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왔다. 와일드카드이자 주장 자격으로 올림픽에 참가한 네이마르는 조별 예선전 때만 해도 무득점에 그치는 부진을 보여 ‘역적’ 취급을 받았다. 브라질 언론마저도 “네이마르가 27번이나 공을 빼앗겼다”면서 날선 비판에 앞장섰다.
하지만 네이마르는 오로지 자신의 실력으로 모든 비판과 비난을 찬사로 바꿔버렸다. 네이마르는 2년 전 월드컵에서 자신에게 부상을 입혔던 악연이 있는 콜롬비아와의 8강전에서 정교한 프리킥으로 결승골을 터트리며 점차 실력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또 ‘수비 축구’에 일가견이 있는 온두라스를 만난 4강전에서는 경기 시작 14초만에 뽑아낸 선제골을 포함해 2골을 작렬시키며 6대0 대승을 이끌었다.
네이마르는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결승전에서도 결국 이름값을 해냈다. 부상으로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브라질이 무너지는 모습을 밖에서 봐라봐야만 했던 네이마르는 어린 공격진이 무거운 몸놀림을 보이는 와중에도 전반 27분 그림 같은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뽑아내며 제 역할을 다했다. 또 승부차기에서도 마지막을 책임지며 브라질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화려한 발재간과 뛰어난 득점력에도 불구하고 리더로서의 자질을 의심받던 네이마르는 사상 최초 올림픽 금메달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
눈물까지 흘리며 기뻐한 네이마르는 “내 심정을 지금은 표현하지 못하겠다. 우승까지 쉽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에서 용기를 준 동료와 친구, 가족 모두에게 감사하다.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밝혔다. 아직도 20대 초반인 네이마르는 이어 “브라질 주장직을 맡으면서 참 많은 것을 받았다. 하지만 오늘 주장 완장을 반납하려고 한다”며 리더의 부담을 벗고 다시 공격진 에이스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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