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삼성이 시즌 40승을 올린 지난 4일, 장원삼은 불펜 요원으로 정식 데뷔했다. 선발 로테이션 조정 등을 이유로 간혹 구원 등판한 경우도 있지만, 필승조로서 나간 건 사실상 처음이다. 일단 첫 인상은 강렬했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 2일 장원삼의 불펜 보직 이동을 알렸다. 장원삼은 통산 111승을 올린 선발투수 자원이다. 하지만 뒷문 불안으로 최다 역전패의 불명예를 안은 삼성에게 반등을 위한 승부수였다.
긴박한 상황에 쓸 필승 카드다. 류 감독은 “아무 때나 기용하지 않는다. 3~4점차로 뒤진 경기에 내보낼 생각은 없다. 1점차로 앞서든, 동점이든, 1점차로 뒤지든 이길 가능성이 있다면 장원삼을 내세울 것이다”라고 밝혔다.
삼성 불펜은 긴 이닝을 소화할 투수가 부족하다. 그 역할을 장원삼이 맡아주길 바라고 있다. 또한, 믿음직한 셋업맨의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마무리투수 심창민 앞에 장원삼을 세울 수 있다.
상황은 달라도 삼성이 이길 확률이 있다면 불펜 장원삼은 출격 대기였다. 그리고 1군 엔트리 합류 3일 뒤 장원삼에게 첫 호출이 왔다.
장원삼은 경기 전까지만 해도 필승조 역할에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고 했다. 여전히 낙천적이었고 자신만만이었다. 그러나 막상 1점차의 살얼음판 리드 속 등판하니 느낌은 새삼 달랐다.
장원삼은 “오랜만에 피칭(6월 26일 대구 kt전 이후 39일 만)이었다. 게다가 (1점차의)긴박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평소와 다르게 긴장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미안함이 싹텄다. 혹시 자신이 리드를 못 지켜 차우찬의 승리투수 요건을 없앨까봐. 선발투수 장원삼이었다면, 잘 상상하지 않았던 일이다. 그리고 느껴보지 못한 심정이다.
장원삼은 “항상 선발 등판해 피칭을 마친 뒤 벤치에서 불펜의 결과를 지켜봤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많이 힘들더라. 앞의 투수들이 잘 던졌는데 내가 못 던지면 어떨까 싶었다. 고생한 선발투수에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괜히 나쁜 결과로 팀 승리까지 날아 갈까봐 걱정이 많았다”라고 토로했다.
긴장감 백배. 장원삼은 첫 타자 김강민에게 중전안타를 맞았다. 중견수 박해민이 앞으로 달려갔지만 타구가 짧았다. 대주자 최정민이 2루 도루에 성공하면서 장원삼이 우려했던 상황이 연출됐다. 안타 하나면 동점이었다. 그러나 장원삼은 볼카운트 1B 2S에서 135km 속구로 이진석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사실 장원삼의 결정구는 실투였다. 포수 이지영의 리드는 아웃코스였다. 그러나 장원삼의 손을 떠난 공은 꽉 찬 인코스였다. 장원삼에게 행운이 따른 순간이었다.
장원삼은 “실투였다. 만약 (이진석이)쳤다면 결과는 안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왠지 자신이 있었다. 상대하기 전부터 내가 분명 아웃시킬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그 자신감 때문인지 좋은 결과(삼진)로 이어졌다”라며 웃었다.
장원삼의 임무는 9회 선두타자 최정용까지. 좌타자라는 걸 고려한 셈이다. 고메즈부터는 우타자였다. 삼성의 계산은 장원삼이 마무리 짓는 게 아니라 심창민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장원삼은 130km 슬라이더로 최정용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깔끔한 피칭.
장원삼은 “8회를 마친 뒤 계속 나갈 테니 준비하라고 했다. 좌타자 최정용만 막으면 될 것 같았다. 뒤이어 등판할 (심)창민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출루시켜선 안 된다고 마음먹었다”라고 했다.
⅔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투구수는 13개(스트라이크 10개-볼 3개). 최고 구속은 139km. 빠르지 않았지만 묵직했다. 그리고 상당히 공격적이었다. 3타자를 상대해 모두 2구 내 2S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았다.
거침없는 피칭이었다. 장원삼은 “선발투수와 다르게 공 1개에 경기 흐름이 바뀔 수 있다. 그래서 더 신중했다. 공 1개마다 소중하게 던졌다”라고 이야기했다. 모처럼 웃음꽃이 핀 류 감독은 “오늘 등판한 투수들이 모두 잘 해줬다. 특히 (장)원삼이가 안정감을 심어줬다”라고 칭찬했다.
장원삼은 의미 있는 기록도 세웠다. 개인 통산 2호 홀드. 지난 2012년 4월 24일 대구 롯데전 이후 무려 1563일 만이다. 장원삼은 “첫 홀드를 올렸던 때가 기억난다. 그때는 선발진에 있다가 잠시 불펜으로 나가 세운 것이다”라며 이번 홀드가 더욱 뜻깊은 기록이라고 했다.
적어도 불펜 장원삼 카드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주요 순간마다 장원삼은 삼성의 승리를 위해 뛰어나가야 한다.
장원삼은 “(필승조 첫 단추를 잘 끼웠는지는)아직 잘 모르겠다.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오랜만에 던져 (1군 마운드)적응도 더 해야 한다. 오늘은 너무 긴장했다. 앞으로 경기를 치르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 현재 몸 상태는 아픈 데도 없고 좋다. 그래도 오늘 팀이 승리해 일단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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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감독은 지난 2일 장원삼의 불펜 보직 이동을 알렸다. 장원삼은 통산 111승을 올린 선발투수 자원이다. 하지만 뒷문 불안으로 최다 역전패의 불명예를 안은 삼성에게 반등을 위한 승부수였다.
긴박한 상황에 쓸 필승 카드다. 류 감독은 “아무 때나 기용하지 않는다. 3~4점차로 뒤진 경기에 내보낼 생각은 없다. 1점차로 앞서든, 동점이든, 1점차로 뒤지든 이길 가능성이 있다면 장원삼을 내세울 것이다”라고 밝혔다.
삼성 불펜은 긴 이닝을 소화할 투수가 부족하다. 그 역할을 장원삼이 맡아주길 바라고 있다. 또한, 믿음직한 셋업맨의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마무리투수 심창민 앞에 장원삼을 세울 수 있다.
상황은 달라도 삼성이 이길 확률이 있다면 불펜 장원삼은 출격 대기였다. 그리고 1군 엔트리 합류 3일 뒤 장원삼에게 첫 호출이 왔다.
장원삼은 경기 전까지만 해도 필승조 역할에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고 했다. 여전히 낙천적이었고 자신만만이었다. 그러나 막상 1점차의 살얼음판 리드 속 등판하니 느낌은 새삼 달랐다.
장원삼은 “오랜만에 피칭(6월 26일 대구 kt전 이후 39일 만)이었다. 게다가 (1점차의)긴박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평소와 다르게 긴장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미안함이 싹텄다. 혹시 자신이 리드를 못 지켜 차우찬의 승리투수 요건을 없앨까봐. 선발투수 장원삼이었다면, 잘 상상하지 않았던 일이다. 그리고 느껴보지 못한 심정이다.
장원삼은 “항상 선발 등판해 피칭을 마친 뒤 벤치에서 불펜의 결과를 지켜봤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많이 힘들더라. 앞의 투수들이 잘 던졌는데 내가 못 던지면 어떨까 싶었다. 고생한 선발투수에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괜히 나쁜 결과로 팀 승리까지 날아 갈까봐 걱정이 많았다”라고 토로했다.
긴장감 백배. 장원삼은 첫 타자 김강민에게 중전안타를 맞았다. 중견수 박해민이 앞으로 달려갔지만 타구가 짧았다. 대주자 최정민이 2루 도루에 성공하면서 장원삼이 우려했던 상황이 연출됐다. 안타 하나면 동점이었다. 그러나 장원삼은 볼카운트 1B 2S에서 135km 속구로 이진석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사실 장원삼의 결정구는 실투였다. 포수 이지영의 리드는 아웃코스였다. 그러나 장원삼의 손을 떠난 공은 꽉 찬 인코스였다. 장원삼에게 행운이 따른 순간이었다.
장원삼은 “실투였다. 만약 (이진석이)쳤다면 결과는 안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왠지 자신이 있었다. 상대하기 전부터 내가 분명 아웃시킬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그 자신감 때문인지 좋은 결과(삼진)로 이어졌다”라며 웃었다.
장원삼의 임무는 9회 선두타자 최정용까지. 좌타자라는 걸 고려한 셈이다. 고메즈부터는 우타자였다. 삼성의 계산은 장원삼이 마무리 짓는 게 아니라 심창민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장원삼은 130km 슬라이더로 최정용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깔끔한 피칭.
장원삼은 “8회를 마친 뒤 계속 나갈 테니 준비하라고 했다. 좌타자 최정용만 막으면 될 것 같았다. 뒤이어 등판할 (심)창민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출루시켜선 안 된다고 마음먹었다”라고 했다.
⅔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투구수는 13개(스트라이크 10개-볼 3개). 최고 구속은 139km. 빠르지 않았지만 묵직했다. 그리고 상당히 공격적이었다. 3타자를 상대해 모두 2구 내 2S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았다.
거침없는 피칭이었다. 장원삼은 “선발투수와 다르게 공 1개에 경기 흐름이 바뀔 수 있다. 그래서 더 신중했다. 공 1개마다 소중하게 던졌다”라고 이야기했다. 모처럼 웃음꽃이 핀 류 감독은 “오늘 등판한 투수들이 모두 잘 해줬다. 특히 (장)원삼이가 안정감을 심어줬다”라고 칭찬했다.
장원삼은 의미 있는 기록도 세웠다. 개인 통산 2호 홀드. 지난 2012년 4월 24일 대구 롯데전 이후 무려 1563일 만이다. 장원삼은 “첫 홀드를 올렸던 때가 기억난다. 그때는 선발진에 있다가 잠시 불펜으로 나가 세운 것이다”라며 이번 홀드가 더욱 뜻깊은 기록이라고 했다.
장원삼(왼쪽)은 4일 문학 SK전에서 삼성의 승리를 이끌면서 1563일 만에 홀드를 기록했다. 사진(인천)=김재현 기자
류 감독은 불펜 장원삼 카드에 대해 ‘조만간’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렇지만 정인욱, 김기태, 장원삼이 현 위치에서 계속 좋은 활약을 펼칠 경우, 유지를 시킬지 변화를 줄지는 고민사항이다. 류 감독은 그 같은 질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짧게 답했다.적어도 불펜 장원삼 카드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주요 순간마다 장원삼은 삼성의 승리를 위해 뛰어나가야 한다.
장원삼은 “(필승조 첫 단추를 잘 끼웠는지는)아직 잘 모르겠다.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오랜만에 던져 (1군 마운드)적응도 더 해야 한다. 오늘은 너무 긴장했다. 앞으로 경기를 치르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 현재 몸 상태는 아픈 데도 없고 좋다. 그래도 오늘 팀이 승리해 일단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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