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이상철 기자] ‘1717일.’ 참 오래 걸렸다. 5년의 시간이다. 그 사이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트레이드로 정든 유니폼을 갈아입었으며, 오랫동안 불렸던 이름도 바꿨다.
지난 2012년 6월 22일 삼성에 입단한 이래, 김건한(삼성)은 구원투수였다. 딱 1번 선발 등판했다. 타일러 클로이드가 아내의 출산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육아휴직’을 할 때였다. 지난 2015년 6월 24일 사직 롯데전, 그리고 1⅔이닝 6피안타 3볼넷 4실점. 모처럼 ‘선발투수 김건한’이 됐지만, 썩 기분 좋은 추억은 아니었다.
김건한은 지난 21일 광주 KIA전에 다시 선발투수로 나갔다. 이번에도 임시직이었다. 하지만 준비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당초 예정된 콜린 벨레스터가 갑작스런 오른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땜빵’이 필요했다. 삼성은 김건한을 택했다.
김건한이 그 소식을 전해들은 건 21일 낮이었다. 잠에서 깨어나니 ‘선발 등판을 준비하라’는 통보였다. 뜬금없을지 모른데 크게 당혹스러워하지 않았다. 출전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 물론, 구원으로 생각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언제나 그렇듯, 선발투수라는 건 특별하다. 김건한은 “앞이나 뒤나 어차피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건 같다. 그래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도 선발 등판하면 기분이 좋다. 내게도 기회이니까”라고 말했다.
심창민의 어깨 통증으로 김건한은 지난 19일 1군에 콜업됐다. 하지만 19일과 20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21일 경기 등판을 준비했다. 동료 투수들도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안지만은 20일 밤 ‘건한이 형’에게 한 턱(회)을 쐈다. 그리고 그만의 의식을 거행했다. 승리를 부르는 세리머니라고.
생각보다 빠른 투입이었다. 1회부터 나갈 줄은 누구도 몰랐으니까. 그러나 그 ‘부적’은 김건한을 힘내게 했다. 김건한은 온힘을 다해 공 1개, 또 1개를 던졌다. 아웃카운트는 계속 늘어만 갔다.
판타스틱 피칭. 좌우 코너워크가 절묘했다. 투심으로 유리한 카운트를 잡은 뒤 슬라이더, 포크를 결정구로 썼다. KIA 타자들은 김건한의 공을 공략하지 못했다. 4회까지 안타 1개, 볼넷 1개가 전부. 탈삼진 4개와 함께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4이닝만 버텨줘도 좋겠다”던 류중일 감독의 기대치를 넘어섰다. 김건한은 5회에도 계속 공을 던졌다.
경기 전 김건한의 목표는 특별히 없었다. 그저 민폐만 끼치지 말자고. 뒤이어 나올 투수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초반 대량 실점을 피하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5회가 되니 목표가 하나 생겼다. 1717일 만에 선발승을 의식했다. 아웃카운트 3개만 잡으면 됐다.
김건한은 “4회까지 스코어가 3-0이라 안심할 수 없었다. 그런데 타선이 5회 5점을 추가하며 8-0이 됐다. (선발승 욕심이 생겨)1이닝만 더 막자고 다짐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술술 풀리더니 5회 위기가 찾아왔다. 투구수가 많아지면서(4회까지 63구) 힘들기 시작했다. 김건한은 특별히 선발 준비를 하지 않았다. 갑자기 공을 많이 던진다는 게 쉬운 게 아니다. 공이 높아졌고 변화구의 각도 밋밋했다. 김주형의 2루타 및 나지완의 사구로 무사 1,2루 위기를 맞이했다.
김건한을 안정시키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김태한 투수코치는 “너무 실점하지 않으려고 의식하지 말라. 힘을 빼고 코너워크에 신경 쓰라”라고 주문했다. 삼성이 8-0으로 크게 앞선 상황이었다. 김건한은 “내가 너무 지나치게 의식하고 집중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실점을 하더라도)좀 더 편하게 하자고 마음먹었다”라고 전했다. 그 뒤 세 타자를 공 9개로 범타 처리했다.
김건한은 무실점으로 5이닝을 막으며 승리투수 요건을 충족했다. 그리고 삼성이 8-1로 이기면서 지난 2011년 8월 9일 광주 LG전 이후 1717일 만에 선발승(통산 18번째 승리)을 올렸다. 감격적인 순간. 2년 전 김희걸에서 김건한으로 개명한 뒤 노력한만큼 잘 풀리지 않았다. 그는 이 귀중한 선발승이 좋은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삼성은 현재 선발투수 자원이 부족하다. 가래톳 통증의 차우찬은 3주간 자리를 비운다. 이 자리는 정인욱이 메운다. 그런데 벨레스터마저 팔꿈치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오는 27일 대구 LG전에 나갈 선발투수를 정해야 한다.
2군에 이케빈, 최충연이 있지만 콜업 여부는 미지수. KIA전 호투로 김건한이 5선발 후보로 급부상했다.
선발투수 욕심이 없냐고 물으니 김건한은 단번에 손사래를 쳤다. “없다.” 그러면서 그는 보직에 신경 쓰지 않았다. 또 팀 사정상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불러달라고 했다. “불펜 보직도 좋다. 만약 다시 또 임시 선발로 나가라 해도 상관없다. 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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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6월 22일 삼성에 입단한 이래, 김건한(삼성)은 구원투수였다. 딱 1번 선발 등판했다. 타일러 클로이드가 아내의 출산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육아휴직’을 할 때였다. 지난 2015년 6월 24일 사직 롯데전, 그리고 1⅔이닝 6피안타 3볼넷 4실점. 모처럼 ‘선발투수 김건한’이 됐지만, 썩 기분 좋은 추억은 아니었다.
김건한은 지난 21일 광주 KIA전에 다시 선발투수로 나갔다. 이번에도 임시직이었다. 하지만 준비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당초 예정된 콜린 벨레스터가 갑작스런 오른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땜빵’이 필요했다. 삼성은 김건한을 택했다.
김건한이 그 소식을 전해들은 건 21일 낮이었다. 잠에서 깨어나니 ‘선발 등판을 준비하라’는 통보였다. 뜬금없을지 모른데 크게 당혹스러워하지 않았다. 출전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 물론, 구원으로 생각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언제나 그렇듯, 선발투수라는 건 특별하다. 김건한은 “앞이나 뒤나 어차피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건 같다. 그래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도 선발 등판하면 기분이 좋다. 내게도 기회이니까”라고 말했다.
심창민의 어깨 통증으로 김건한은 지난 19일 1군에 콜업됐다. 하지만 19일과 20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21일 경기 등판을 준비했다. 동료 투수들도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안지만은 20일 밤 ‘건한이 형’에게 한 턱(회)을 쐈다. 그리고 그만의 의식을 거행했다. 승리를 부르는 세리머니라고.
생각보다 빠른 투입이었다. 1회부터 나갈 줄은 누구도 몰랐으니까. 그러나 그 ‘부적’은 김건한을 힘내게 했다. 김건한은 온힘을 다해 공 1개, 또 1개를 던졌다. 아웃카운트는 계속 늘어만 갔다.
판타스틱 피칭. 좌우 코너워크가 절묘했다. 투심으로 유리한 카운트를 잡은 뒤 슬라이더, 포크를 결정구로 썼다. KIA 타자들은 김건한의 공을 공략하지 못했다. 4회까지 안타 1개, 볼넷 1개가 전부. 탈삼진 4개와 함께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4이닝만 버텨줘도 좋겠다”던 류중일 감독의 기대치를 넘어섰다. 김건한은 5회에도 계속 공을 던졌다.
경기 전 김건한의 목표는 특별히 없었다. 그저 민폐만 끼치지 말자고. 뒤이어 나올 투수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초반 대량 실점을 피하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5회가 되니 목표가 하나 생겼다. 1717일 만에 선발승을 의식했다. 아웃카운트 3개만 잡으면 됐다.
김건한은 “4회까지 스코어가 3-0이라 안심할 수 없었다. 그런데 타선이 5회 5점을 추가하며 8-0이 됐다. (선발승 욕심이 생겨)1이닝만 더 막자고 다짐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술술 풀리더니 5회 위기가 찾아왔다. 투구수가 많아지면서(4회까지 63구) 힘들기 시작했다. 김건한은 특별히 선발 준비를 하지 않았다. 갑자기 공을 많이 던진다는 게 쉬운 게 아니다. 공이 높아졌고 변화구의 각도 밋밋했다. 김주형의 2루타 및 나지완의 사구로 무사 1,2루 위기를 맞이했다.
김건한을 안정시키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김태한 투수코치는 “너무 실점하지 않으려고 의식하지 말라. 힘을 빼고 코너워크에 신경 쓰라”라고 주문했다. 삼성이 8-0으로 크게 앞선 상황이었다. 김건한은 “내가 너무 지나치게 의식하고 집중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실점을 하더라도)좀 더 편하게 하자고 마음먹었다”라고 전했다. 그 뒤 세 타자를 공 9개로 범타 처리했다.
김건한은 무실점으로 5이닝을 막으며 승리투수 요건을 충족했다. 그리고 삼성이 8-1로 이기면서 지난 2011년 8월 9일 광주 LG전 이후 1717일 만에 선발승(통산 18번째 승리)을 올렸다. 감격적인 순간. 2년 전 김희걸에서 김건한으로 개명한 뒤 노력한만큼 잘 풀리지 않았다. 그는 이 귀중한 선발승이 좋은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삼성은 현재 선발투수 자원이 부족하다. 가래톳 통증의 차우찬은 3주간 자리를 비운다. 이 자리는 정인욱이 메운다. 그런데 벨레스터마저 팔꿈치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오는 27일 대구 LG전에 나갈 선발투수를 정해야 한다.
2군에 이케빈, 최충연이 있지만 콜업 여부는 미지수. KIA전 호투로 김건한이 5선발 후보로 급부상했다.
선발투수 욕심이 없냐고 물으니 김건한은 단번에 손사래를 쳤다. “없다.” 그러면서 그는 보직에 신경 쓰지 않았다. 또 팀 사정상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불러달라고 했다. “불펜 보직도 좋다. 만약 다시 또 임시 선발로 나가라 해도 상관없다. 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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