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이상 기후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이번 겨울, 메이저리그 이적시장에도 이상 기후가 들이닥쳤다. 스프링캠프가 2주 앞으로 다가왔는데 아직도 계약을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선수들이 한가득이다. 선수들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퀄리파잉 오퍼는 느린 이적시장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원 소속팀에게 드래프트 지명권을 보상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다른 팀들이 선뜻 영입에 나서지 못하는 것.
한국시간으로 6일 오전 기준으로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한 선수 중 외야수 덱스터 파울러, 내야수 이안 데스몬드, 우완 투수 요바니 가야르도가 팀을 찾지 못했다.
지난 5일 LA다저스와 2년 계약에 합의한 내야수 하위 켄드릭도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하고 시장에 나왔지만, 쉽게 팀을 구하지 못하고 결국 이전 소속팀과 헐값(2년 200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같은 날 보도된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불만을 토로했다. “정말로 제안이 없었다. 스프링캠프가 다가왔지만, ‘팀들이 드래프트 지명권을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말만 계속 들었다. 충격적이었다”고 털어놨다.
한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그에게 강력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루머가 전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애리조나는 이미 잭 그레인키와 계약하며 1라운드 지명권을 잃은 상태였기에 켄드릭까지 계약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같은 지구 라이벌에게 지명권 두 장을 내주는 일은 더욱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FA 자격을 얻기 위해 6년의 서비스 타임을 꼬박 채워야 했던 켄드릭으로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는 일. “이렇게 돌아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말을 이은 그는 “FA 자격을 얻었으면 FA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팀들은 ‘메이저리그 팀을 더 강하게 해야 하나, 마이너리그 시스템을 강하게 해야하나’를 놓고 결정을 강요받고 있다. 이는 모두를 다치게 한다”며 퀄리파잉 제도의 맹점을 지적했다.
켄드릭의 에이전트인 32년차 베테랑 래리 레이놀즈도 “가장 힘든 FA 계약 과정이었다. 팀들이 드래프트픽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며 고객의 말에 동의했다.
가야르도의 대리인인 스캇 푸시노 옥타곤 야구 부문 총괄도 같은 인터뷰에서 “드래프트 지명권 보상 문제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계약을 했을 것”이라며 “이 문제는 다음 노사 협약 개정 협상에서 반드시 논의되어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푸시노의 또 다른 고객 벤 조브리스트는 시즌 도중 트레이드된 이유로 퀄리파잉 오퍼를 피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시카고 컵스와 4년 56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FA 협상이 더디게 진행되는 것은 퀄리파잉 오퍼와 관련이 없는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외야수 조니 곰스는 메이저리그 팀들의 제의를 기다리다 견디지 못하고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와 계약했다. 그는 FOX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도 사람이다. 선수들이 괴롭힘당하고 있다”며 느린 이적시장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좌완 불펜 맷 손튼도 느린 이적시장의 피해자다. 올해 38세인 그는 최근 ‘MLB네트워크 라디오’와 가진 인터뷰에서 “초청선수로 캠프에 가고 싶지는 않다. 메이저리그 계약을 찾아보거나 그게 아니라면 내 스스로를 돌아보고 물러날 필요가 있는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드래프트와 해외 아마추어 계약을 통한 내부 육성은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구단 입장에서는 FA 영입보다 더 효과적이다. 길어야 3~5년의 기간 수백만에서 수천만 달러를 투자해야 하는 FA 선수들과 달리, 내부 육성으로 키운 선수는 최소 6시즌 동안 소유권을 보유할 수 있다. 여기에 3시즌은 최소 연봉만 줘도 된다.
이런 경향은 통계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구단일수록 더 강하게 나타난다. 지난 시즌 LA다저스가 그랬다. 이들은 지난해 4월 마이너리그 선수 벤 로웬과 크리스 오브라이언을 볼티모어에 보내고 우완 불펜 라이언 웹과 2015년 드래프트 74순위(균형 경쟁 라운드B) 지명권을 받아와 웹은 방출시켰다. 웹의 2015시즌 연봉 275만 달러를 볼티모어에게 보전해주는 대가로 드래프트 지명권을 받아온 것.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시카고 컵스는 드래프트 지명권 수집을 위한 ‘탱킹(시즌 포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휴스턴은 3년간 324경기를 패하며 바닥을 기었고, 컵스도 5년간 연속으로 내셔널리그 중부 지구 최하위에 그쳤다. 그리고 그 기간 드래프트로 유망주를 끌어모아 2015년 나란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미래를 보고 준비하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현재를 살아야 하는 선수, 그리고 대리인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푸시노는 “여기 있는 선수들은 이미 증명된 선수들이다. 확실한 투자다. 그러나 드래프트는 아무리 1라운드 지명 선수라고 해도 빅리그에 오는 비율은 몇 되지 않는다. 오더라도 버티는 것은 더 힘들다”며 구단들의 결정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켄드릭도 “아직도 (시장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 팀의 승리를 도울 수 있는 이들이다. 정말 이상한 FA 시장”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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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리파잉 오퍼는 느린 이적시장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원 소속팀에게 드래프트 지명권을 보상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다른 팀들이 선뜻 영입에 나서지 못하는 것.
한국시간으로 6일 오전 기준으로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한 선수 중 외야수 덱스터 파울러, 내야수 이안 데스몬드, 우완 투수 요바니 가야르도가 팀을 찾지 못했다.
지난 5일 LA다저스와 2년 계약에 합의한 내야수 하위 켄드릭도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하고 시장에 나왔지만, 쉽게 팀을 구하지 못하고 결국 이전 소속팀과 헐값(2년 200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같은 날 보도된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불만을 토로했다. “정말로 제안이 없었다. 스프링캠프가 다가왔지만, ‘팀들이 드래프트 지명권을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말만 계속 들었다. 충격적이었다”고 털어놨다.
한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그에게 강력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루머가 전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애리조나는 이미 잭 그레인키와 계약하며 1라운드 지명권을 잃은 상태였기에 켄드릭까지 계약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같은 지구 라이벌에게 지명권 두 장을 내주는 일은 더욱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FA 자격을 얻기 위해 6년의 서비스 타임을 꼬박 채워야 했던 켄드릭으로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는 일. “이렇게 돌아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말을 이은 그는 “FA 자격을 얻었으면 FA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팀들은 ‘메이저리그 팀을 더 강하게 해야 하나, 마이너리그 시스템을 강하게 해야하나’를 놓고 결정을 강요받고 있다. 이는 모두를 다치게 한다”며 퀄리파잉 제도의 맹점을 지적했다.
켄드릭의 에이전트인 32년차 베테랑 래리 레이놀즈도 “가장 힘든 FA 계약 과정이었다. 팀들이 드래프트픽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며 고객의 말에 동의했다.
가야르도의 대리인인 스캇 푸시노 옥타곤 야구 부문 총괄도 같은 인터뷰에서 “드래프트 지명권 보상 문제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계약을 했을 것”이라며 “이 문제는 다음 노사 협약 개정 협상에서 반드시 논의되어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푸시노의 또 다른 고객 벤 조브리스트는 시즌 도중 트레이드된 이유로 퀄리파잉 오퍼를 피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시카고 컵스와 4년 56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FA 협상이 더디게 진행되는 것은 퀄리파잉 오퍼와 관련이 없는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외야수 조니 곰스는 메이저리그 팀들의 제의를 기다리다 견디지 못하고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와 계약했다. 그는 FOX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도 사람이다. 선수들이 괴롭힘당하고 있다”며 느린 이적시장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좌완 불펜 맷 손튼도 느린 이적시장의 피해자다. 올해 38세인 그는 최근 ‘MLB네트워크 라디오’와 가진 인터뷰에서 “초청선수로 캠프에 가고 싶지는 않다. 메이저리그 계약을 찾아보거나 그게 아니라면 내 스스로를 돌아보고 물러날 필요가 있는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가야르도는 2월까지도 팀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가 잘못한 것은 지난 시즌 텍사스의 지구 우승에 기여한 것, 그리고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한 것밖에 없다. 사진=ⓒAFPBBNews = News1
이처럼 FA 시장이 느리게 돌아가는 것은 팀들이 외부 FA 영입보다는 내부 육성에 더 가치를 두기 시작한 결과로 해석된다. 퀄리파잉 오퍼 문제는 이러한 경향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푸시노는 “새로운 경향이다. 팀들이 내부 육성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드래프트와 해외 아마추어 계약을 통한 내부 육성은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구단 입장에서는 FA 영입보다 더 효과적이다. 길어야 3~5년의 기간 수백만에서 수천만 달러를 투자해야 하는 FA 선수들과 달리, 내부 육성으로 키운 선수는 최소 6시즌 동안 소유권을 보유할 수 있다. 여기에 3시즌은 최소 연봉만 줘도 된다.
이런 경향은 통계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구단일수록 더 강하게 나타난다. 지난 시즌 LA다저스가 그랬다. 이들은 지난해 4월 마이너리그 선수 벤 로웬과 크리스 오브라이언을 볼티모어에 보내고 우완 불펜 라이언 웹과 2015년 드래프트 74순위(균형 경쟁 라운드B) 지명권을 받아와 웹은 방출시켰다. 웹의 2015시즌 연봉 275만 달러를 볼티모어에게 보전해주는 대가로 드래프트 지명권을 받아온 것.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시카고 컵스는 드래프트 지명권 수집을 위한 ‘탱킹(시즌 포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휴스턴은 3년간 324경기를 패하며 바닥을 기었고, 컵스도 5년간 연속으로 내셔널리그 중부 지구 최하위에 그쳤다. 그리고 그 기간 드래프트로 유망주를 끌어모아 2015년 나란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미래를 보고 준비하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현재를 살아야 하는 선수, 그리고 대리인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푸시노는 “여기 있는 선수들은 이미 증명된 선수들이다. 확실한 투자다. 그러나 드래프트는 아무리 1라운드 지명 선수라고 해도 빅리그에 오는 비율은 몇 되지 않는다. 오더라도 버티는 것은 더 힘들다”며 구단들의 결정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켄드릭도 “아직도 (시장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 팀의 승리를 도울 수 있는 이들이다. 정말 이상한 FA 시장”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greatnemo@maekyung.com]
▶ “마이너 계약? 오히려 기회다”…이대호의 당당함
▶ 파워있어 이범호-근육있어 나지완 [캠프영상]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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