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 가을 영화관 나들이다. 안다. 식상하다는 거. 하지만 이 글 끝까지 읽어보면 ‘솔깃’ 하실게다. 하나는 100년 수령의 잣나무로 둘러쌓인 숲 속. 게다가 골프장 한복판이다. 또 하나는 야외 수영장의 풀 사이드 한복판. 뜨끈뜨끈한 물에 둥둥 뜬 채 튜브 목베개 배고 보는 플로팅 영화관이다. 참으로 못말리는 ‘영화관의 변신’이다.
◇ 골프장 숲 속 영화관…아난티클럽 서울 글램핑
말도 안된다. 골프장 하고도 클럽하우스 옆. ‘아난티 포레스트 힐링 존’ 이라는 나무 푯말이 보인다. 그 뒤로 보이는 잣나무 군락. 수령 100년. 무려 700여그루의 잣나무 들이 하늘로 쭉쭉 뻗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 사이사이에 둥지를 트고 있는 글램핑존. 나무데크를 깔아, 아늑함을 더한다. 글램핑 존 텐트는 총 10개동. 이게 끝내준다. 텐트 내부는 마치 특급 호텔의 방을 통째 옮겨놓은 느낌이다.
데이 베드와 소파, 탁자는 기본. 입구 이너 데크엔 바비큐그릴, 라운지 체어까지 갖춰져 편안한 캠핑 분위기를 더한다. 눈과 몸만 즐거운 게 아니다. 힐링에 빠질 수 없는 음향 효과. 이것도 명품이다. 감히 돈주고는 못사는 소니 블루투스 스피커 X시리즈. 가져간 스마트 폰에 블루투스 기능만 활성화 시키면 둥둥둥, 숲에서 서라운드 입체 음향을 즐길 수 있다. 그 옆에 놓인 몇권의 책들. 이 가을, 파스텔톤 하늘처럼 담백한 내용들이다. 갑작스럽게 필요한 게 있어도 걱정할 것 없다. 개별 텐트 탁자에 놓인 무선 버튼만 누르면 끝. 순식간에 글램핑 전담 스탭이 달려와 도움을 준다.
압권은 키즈존. 동화 책에나 나올 법한, ‘나무 위 오두막’이다. 그 옆엔 앙증맞은 미끄럼틀과 물방울 체어도 놓여 있다. 그렇다면 영화관은? 놀라지 마시라. 글램핑 존 한가운데에 묘하게 덩치가 텐트가 놓여 있다. 바로, 여기다. 이름하여 ‘미피(Miffy) 텐트’. 아이들 열광하는 미피 토끼 캐릭터 존인 셈이다. 들어가는 순간 0.1초만에 아이들 입 쩍 벌어지는 건 말할 것도 없다. 놀이기구에, 캐릭터 인형까지. 방점을 찍는 게 영화다. 지루할 틈 없이 애니메이션 영화가 줄곧 상영된다.
숲에서 영화만 볼 수 없는 법. 입맛대로 즐기는 두가지 프로그램이 있다. 하나는 활동적인 아이들을 위한 숲 속 트레킹. 피톤치드 가득한 700여그루의 잣나무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가족 모두가 즐기는 액티비티다. 두번째는 가을 주말(토·일) 키즈 액티비티 전문 코스인 아트 앤 플레이(Art & Play). 창의력을 기르는 ‘클레이 만들기’, 펄 매직 펜과 스파이더 펜 등 독특한 소재를 이용한 ‘그림 그리기’, ‘나만의 에코백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아이가 영화관 하면 학을 띤다고? 그렇다면 이번주엔 이렇게 속삭이시라. 숲에 영화보러 가자고.
▶ 숲 속 영화관 100배 즐기는 Tip = ‘아난티 패밀리 패키지(Ananti Family Package)’를 이용하면 된다. 텐트 1동, 런치(4인)와 함께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오감 발달 미술 용품으로 구성된 키즈 미션 키트, 소나무의 싱그러운 향을 품은 ‘아난티 향초’가 제공된다. ‘숲 속 트레킹’과 미피 텐트도 이용할 수 있다. 4인 기준 주중 29만원, 주말 32만원. ‘폴 인 더 아난티 패키지(Fall in the Ananti Package)’도 있다. 2인 기준 주중 22만원, 주말 25만원. www.ananticlub.com/(031)589-3456~7
◇ 최초 ‘플로팅 영화관’ …제주신라호텔
숲 속 따윈 비교도 안된다. 물. 심지어 따끈따끈한 온수 풀 위에 둥둥 떠서 영화를 본다. 제주신라호텔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플로팅 시네마’다. 장소는 제주신라호텔 야외 풀. 겨울에도 밤 12시까지 무드있는 수영을 할 수 있는 ‘문라이트 스위밍’의 원조, 바로 그 곳이다. 이번 컨셉트는 달빛을 벗삼아 온수풀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문탠 시네마’인 셈. 운영기간은 11월말까지다. 매일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두 차례 영화를 상영한다.
플로팅 시네마는 사실 세계적인 럭셔리 트렌드. 해외에선 수영장, 심지어 바다 한복판에 스크린을 설치 한 뒤 배나 튜브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이벤트가 이미 인기몰이 중이다.
그냥 무늬만 영화관도 아니다. 우선 매머드급 스크린. 야외 풀 한 켠에 몰입감을 높여 줄 250인치 대형 LED 스크린(가로 5.4m, 세로 3m)가 설치돼 있다. 눈부심이나 눈의 피로가 덜한 LED 스크린. 10월에는 따뜻한 노래와 영상으로 호평 받았던 ‘비긴 어게인(Begin Again)’과 ‘선샤인 온 리스(Sunshine on Leith)’ 가 수영복 관람객의 눈을 홀린다.
보는 방법? 놀라지 마시라. 진짜, 물 속에 퐁당 들어간다. 그 다음 객실당 1개씩 나오는 플로팅 필로우(뜨는 베개)를 활용해 목을 떠받치면 된다. 플로팅 필로우는 가로 820㎝, 세로 310㎝ 사이즈의 공기 주입식 튜브. 수중 지압 마사지인 ‘아쿠아라나’프로그램에 쓰이는 명품이다. 튜브 공기를 빼면 비치용품을 너끈히 보관할 수 있는 비치백으로 변신한다.
혹, 물에 떠있다 배가 고파지면? 걱정 없다. 허기를 달래며 영화 감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수제 가마보코 세트’도 준다.
문제는 추위다. 아무리 온수풀이고 따뜻한 남쪽나라 제주라도 가을이 절정인데. 이럴 땐 옆에 자쿠지가 있다. 37도 이상으로 온도를 올려둔 온천급 자쿠지에 몸을 담그고 느긋하게 영화를 봐 주면 된다.
▶ 플로팅 영화관 100배 즐기는 Tip = 플로팅 시네마 패키지가 있다. 본관 스탠다드 객실 1박, 조식 2인 외에 △플로팅 필로우(객실당 1개), 영화 감상과 함께 따뜻하게 즐길 수 있는 ‘수제 가마보코 세트’ 등 혜택이 있다. 가격은 39만원부터(세금 봉사료 별도). 이 패키지로 2박을 하면, 와인파티 등 다양한 혜택을 덤으로 준다. www.shilla.net/jeju. (064)735-5114.
■ 영화관 맞아?…이색 영화관
1. 박물관 영화관 전주 지프떼끄
박물관이다. 아니, 영화관이다. 독립 영화관이면서 동시에 박물관이기도 한 독특한 공간 지프떼끄. 전주 국제영화제로 유명한 도시 전주에 둥지를 트고 있다. 2000여 곡에 달하는 영화 음악이 담긴 주크박스가 압권. 매주 화요일은 힐링 무비데이. 노약자, 외국인, 노동자, 빈곤가정 아이들을 위해 무료 상영도 한다.
2. 캠핑 시네마 옥상극장 ‘오픈M’
캠핑장이다. 아니, 영화관이다. 그러니깐, 캠핑을 즐기며 영화를 본다. 게다가 장소, 옥상이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구 백석동의 옥상극장 오픈M. 가족단위 4인용 패킬리 텐트 좌석도 있으니 나들이 코스로도 그만. 바베큐, 부페 등 캠핑음식도 압권. 1544-0070.
3. 맞춤형 영화관 극장판
이태원 한복판에 둥지를 튼 ‘극장판’. 앙증맞다. 좌석이라 해 봐야 딱 6개. 단편영화나 예술영화를 주로 트는데, 놀랍게 ‘맞춤형’ 영화관으로 변신한다. 원하는 작품을 상영해준다. 대관 예약은 하루 전까지. 용산구 우사단로 4길. 070-7378-9039
[신익수 여행·레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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