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가 말하는 ‘덕장’ 베이커, 그리고 PS의 추억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추신수의 포스트시즌이 2년 만에 다가왔다. 두 번째 포스트시즌을 앞둔 추신수는 2년 전, 자신의 첫 포스트시즌을 함께 했던 더스티 베이커를 기억했다.
“의리 있고, 가슴이 넓고 따뜻한 분이다.” 지난 2일(한국시간), LA에인절스와의 홈경기를 앞둔 추신수에게 베이커 감독에 대한 기억을 묻는 질문을 던지자 바로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2013시즌을 앞두고 클리블랜드에서 신시내티로 트레이드된 추신수는 그곳에서 베이커를 만났다.
1993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베이커는 샌프란시스코(1993-2002), 시카고 컵스(2003-2006)를 거쳐 2008년부터 신시내티 감독을 맡았었다. 2013년 신시내티에서 경질될 때까지 10시즌 동안 840승 715패를 기록했다. 2002년 샌프란시스코를 내셔널리그 우승으로 이끄는 등 총 7차례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추신수가 기억하는 베이커는 단순한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독이었다. 원정 때 밖에서 식사를 한 뒤 돌아오는 길에 선수들이 먹을 음식을 더 싸들고 호텔로 들어오는 감독이었고, 선수와 구단이 마찰이 있을 때 선수 편에서 구단과 함께 싸워주는 감독이었다. 슬럼프에 빠진 선수가 있으면 현역 시절 함께했던 유명 선수들의 경험을 들려주며 힘을 북돋아줬었다.
여기에 추신수는 2년 전 와일드카드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었던 일화를 한 가지 더 들려줬다. 당시 추신수는 좌완 투수를 상대로 고전하던 중이었고, 플레이오프 상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좌완 프란시스코 리리아노를 선발로 예고한 상태였다. 주위에서는 추신수대신 당시 떠오르는 신예였던 빌리 해밀턴이 1번 타자로 출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추신수도 팀의 승리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이 생각에 동의했다. 그러나 베이커는 그러지 않았다.

“베이커는 ‘네가 1년간 해온 노력이 있다. 중요한 경기에서 네가 빠지는 것은 생각할 수가 없다’며 나를 선발 라인업에 올렸다. 정말로 눈물이 났다. 그 믿음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추신수는 실제로 그 믿음에 보답했다. 그는 당시 경기에서 리리아노를 상대로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 득점에 성공했고 또 다른 좌완 불펜 토니 왓슨을 상대로는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팀은 2-6으로 졌지만, 그는 3타수 1안타 1사구 1득점으로 선전했다.
추신수는 “사람으로서 믿음에 보답했다는 사실에 기분이 너무 좋았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해 와일드카드 플레이오프에서 패한 뒤 신시내티 감독에서 물러난 베이커는 현재까지 야인으로 살고 있다. 그러나 이 생활도 곧 끝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마이애미 말린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등 새로운 감독을 찾고 있는 팀들이 그의 이름을 후보군에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감독들이 대세를 이루는 시대, 그는 다시 한 번 덕장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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