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프로축구 무대로 꼽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 단 한 개의 팀도 진출시키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막강한 ‘오일 머니’를 앞세워 신흥 강호로 자리매김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맨시티)는 19일(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누에서 열린 FC 바르셀로나와의 2014-2015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0대1로 패했다. 2013-2014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바르셀로나에 밀려 8강 진출이 좌절됐던 맨시티는 한 시즌만에 열린 재대결에서 설욕을 노렸지만 1·2차전 합계 1대3 패배를 당하며 쓸쓸히 짐을 쌌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팀이 모두 확정됐다.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3개 구단을 배출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가 가장 많은 구단을 8강에 진출시킨 리그에 이름을 올렸고 프랑스 리그앙이 2개 구단(파리 생제르멩·AS 모나코)을 진출시키며 뒤를 이었다.
바이에른 뮌헨(독일 분데스리가), 유벤투스(이탈리아 세리에A), FC 포르투(포르투갈 프리메라리가)도 8강 진출에 성공하며 자국 리그 자존심을 지켰다.
유럽 프로축구 리그 중 가장 비싼 중계권료를 자랑하는 EPL은 단 한 개의 구단도 8강에 진출하지 못한 탓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EPL은 32개 구단이 격돌하는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 리버풀, 아스널, 맨시티, 첼시 4개 구단이 출전했다.
리버풀이 조별 리그에서 탈락한 것을 시작으로 아스널, 맨시티, 첼시 3개 구단이 모두 16강에서 고배를 마신 것. 챔피언스리그 8강에 EPL 구단이 단 한 곳도 오르지 못한 것은 2012-2013 시즌 이후 2년 만이다.
최고의 무대 챔피언스리그에서 EPL 구단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로는 치열한 리그 내부 순위 경쟁, 보수적인 전술 운영 등이 꼽힌다.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가 독주를 이어가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나 ‘1강 체제’가 확립된 독일 분데스리가(바이에른 뮌헨), 이탈리아 세리에A(유벤투스)와는 달리 EPL은 매 시즌 최소 3개 구단이 시즌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벌인다. 자국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하다보니 선수들 컨디션 관리 등에서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이다.
‘축구 종가’라는 자부심 탓에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외국인 지도자들이 많이 가세하면서 다양한 전술을 시도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프리메라리가, 세리에A보다는 여전히 보수적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이 대거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하면서 자국 선수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 역시 국제 경쟁력 약화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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