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포트샬럿) 김원익 기자] “한국야구로 복귀하고 싶은 마음도 물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여기서 정말 꼭 성공하고 싶다. 그동안 한 번도 말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정말 반드시 메이저리그에 간다.”
고교 시절 촉망받는 유격수였던 이학주(25, 템파베이 레이스)는 이제 어느덧 미국 야구 7년차 선수가 됐다. 2009년 충암고를 졸업하고 시카고 컵스와 계약금 115만 달러를 받고 계약한 이후 조금씩 단계를 밟아가며 차근차근 꿈을 향해 다가갔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유망주로 뽑히며 승격을 눈앞에 둔 2013년 봄. 2012년 마이너리그에서의 놀라운 활약으로 팀내 유망주 1위에 오른 이학주는 초반 15경기서 타율 4할2푼2리 19안타 7타점 13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136의 폭주기관차같은 활약을 했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다시 이학주를 배반했다. 이학주는 이후 치러진 경기 수비 도중 상대 선수의 깊은 태클에 무릎이 가격당해 십자인대 파열을 당했다. 선수 생활을 위협할 정도의 중대한 부상이었다. 이후 이학주는 지난해 부상에서 복귀해 93경기에 출전했지만 타율 2할3리에 그쳤다.
그렇지만 리그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수비력, 그리고 부상을 모두 털어낸다면 예전의 기량을 찾을 수 있다고 본 템파베이는 이학주를 40인 로스터에 올리며 믿음을 보이고 있다. 이제 마이너 옵션이 남은 마지막 해. 지난해 주전 키스톤 콤비가 모두 빠져나간 올해 이학주는 모든 것을 걸겠다는 각오로 캠프를 보내고 있다.
꿈을 위해 차분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준비를 하고 있는 이학주를 지난달 2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포트샬롯에 위치한 포트샬롯 스포츠파크 템파베이 스프링캠프에서 만났다. 한국 취재진과의 공식적인 인터뷰가 끝난 이후, 추가로 진행된 MK스포츠와의 인터뷰서의 이학주는 20대 중반의 유쾌하고 차분한 청년의 그 모습과는 또 달랐다. 진지한 태도로 그간 가슴 속 담아 왔던 야구에 대한 애정과 꿈에 대해서 솔직한 마음을 쏟아냈다.
▲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겨울 동안 따로 훈련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몸이 잘 만들어진 상태라 빨리 미국에 와서 야구를 하고 싶었다. 지난 겨울동안 빨리 시즌에 들어갔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안양 F1 피트니스 센터 김현우 대표님과 4년전 만났는데, 겨울 마다 함께 운동을 하고 있다. 가장 내 몸을 잘 아는 분이다. 겨울 동안 부족한 힘이, 그리고 어떤 근육인지 고민했고, 하체와 등근육을 많이 키웠다. 지난 시즌 특히 더 힘을 많이 길러야겠다고 느꼈다. 지난해 스프링캠프 이때쯤 시점에 86kg 정도였는데 지금은 97kg정도다. 일부러 체중을 불리려고 한 것이 아니고 운동을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아스드루발 카브레라가 영입됐지만 지난해 주전 유격수 유넬 에스코바와 2루수 벤 조브리스트가 팀을 떠났다. 리빌딩 중인 현재가 기회인데?
주변 환경은 좋지만 나의 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다. 이렇게 새로운 감독님이 오고 단장님이 올 것이라고 사실 생각은 안했다. 물론 당연히 지금은 기회다. 몇 번의 기회를 놓쳤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치지 않으면서 예전에 했던 것처럼 꾸준히만 하면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
▲지난해 부진은 이유가 무엇이었나
지난해 사실은 성적에 대한 기대를 하고 출발을 하지는 않았다. 불안감이 있었고 기복이 심했다. 빨리 적응을 못 마쳤던 것이 부진했던 가장 주된 원인 같다. 마이너캠프에서 도루를 하다가 다시 부상을 당하면서 심적으로 사실은 또 (부상에 대해) 겁이 많아졌는데 운동선수가 계속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면 운동을 못하는 것 아니겠나. 2014년은 지나갔으니 새로운 마음으로 2015년, 또 뛰겠다.
베컴이 많이 부진했을 때는 제가 많은 기회를 받았다. 운명이 엇갈리는 것도 같다. 사실 똑같이 아팠던(무릎 부상을 당한) 선수다. 그것이 참 묘한 것 같다. 작년에 저는 경기를 많이 소화하려고 했고 베컴은 늦게 컴백해서 경기를 많이 소화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는 또 경쟁하는 입장이 됐다.
▲새로 영입된 유격수 아스드루발 카브레라의 플레이는 어떻게 봤나?
“똑같은 야구 선수다(웃음). 물론 수비는 잘한다. (폼이) 예쁘게 수비를 하는데 빠르게 하는 것 같지는 않더라. 동작이 안정적이다. 베테랑이고 메이저리그에서 많이 뛴, 경험이 풍부한 선수다. 자세에서 여유가 묻어나더라. 그런데 뭐 어떻게 하나. 에스코바가 있을때도 그것을 넘어서야 하는 입장이었는데, 이제 또 카브레라도 도전이다. 항상 해마다 도전이다. 그 선수가 왔다고 해서 팀이나 저나 따로 신경쓰고 있지 않다. 템파베이에서의 저의 자리가 있고, 코칭스태프나 관계자들분들도 분명 제게 원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면에서 팀과 많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는 유격수가 좋기 때문에 유격수로 성공하고 싶다. 다른 포지션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은 유격수 말고는 잘 못한다(웃음). 물론 유격수가 어렵지만. 앞으로도 유격수를 보고 싶다.
▲ 현지에서 만난 기자나 관계자들도 당신의 뛰어난 수비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 내부적으로는 트리플A 리그에서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던데. 수비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나?
수비를 잘한다는 생각은 솔직히 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비에 대한 자신감은 있다. 이상한 말인데, 내 수비에 대한 기준이 높기 때문에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자신감은 확실히 갖고 있다. 2013년 좋았던 해를 지나치고 나서 수비력만큼의 공격력은 못 보여준 것 같다.
다치고 나서 중심이동이나 밸런스를 맞추는 것들이 중요하니까 많은 시도를 했다. 그런 부분에서 예민하게 신경을 많이 썼고, 많은 실패도 했지만 많이 배웠다. 지금 폼은 타이밍이 잘 맞고 있다.
▲한 시즌 40개 이상의 도루를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데, 부상 이후 스피드 감소는 없나?
그런 부분에서는 문제가 없다. 도루에 대한 욕심이 원래 정말 많은데 작년에는 도루 시도를 많이 안했다. 재활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사실 ‘또 다치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이 있어서 잘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해야 되고,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에 이 마음으로 시즌에 들어가서 잘 뛰어다니겠다.
▲어떻게 야구를 시작했나?
초등학교 시절 축구를 하다가 11살 때 야구 선수가 됐다. 학교에서 제일 빠른 선수로 꽤 유명했다(웃음). 어느 날 훈련을 하고 있는데 야구팀 감독님이 오셔서 ‘야구 해보지 않겠냐’라며 나한테 스카웃 제의를 했다. 그래서 따라가서 훈련을 보니까 줄 맞춰서 공을 던지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더라. 그래서 일주일간 고민한 이후 야구를 시작하게 됐다.
▲이후 승승장구 했다. 그리고 충암고등학교 재학 시절 현재 프로야구서 활약 중인 안치홍(KIA), 김상수(삼성), 허경민(두산), 오지환(LG)과 함께 ‘고교 유격수 5인방’으로 꼽혔다.
사실 유격수 5인방은 아닌 것 같다. 저를 빼고 4인방이다. (손사래를 치며) 아니다. 정말 그땐 (오)지환이나 치홍이, 경민이가 더 잘했다. 난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실 한국에서 뛰고 싶다. 만약 해외파 복귀 2년 제한이 풀린다면 당연히 한국에서 뛰고 싶은 마음은 있다. (잠시 침묵) 그렇지만...나는 미국야구가 좋다. 꼭 성공하겠다(미소). 아직까지는 꿈이 여기에 있고...그 꿈이 바뀌지 않을 것 같다.
▲민감한 주제지만 그동안 병역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을 갖고 있었을 것 같다. 이제는 무릎수술을 받아서 재검을 하면 면제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고민이 많았던 부분이다. 그래서 복귀해서 군대를 먼저 가려는 계획도 사실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고려를 하고 있지 않다. 주위에서 재검을 받으면 면제라고 이야기를 하던데 거기에 대해서 알아보거나 하진 않았다. 일단 여기서 성공 하는 것이 가장 먼저다.
▲그래서 더욱 아쉬웠던 2013년 부상이다. 2012시즌 21경기 연속 안타와 46경기 연속 출루를 기록하면서 에반 롱고리아가 가지고 있었던 종전 몽고메리 비스킷스(더블A)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고 37도루를 기록했다.
2012시즌 마지막 20경기 정도를 그때 결장했었다. 처음에는 기록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동료들이 계속 깨보라고 부추겨서 많이 의식하기도 했었다(웃음). 도루 50개를 꼭 넘기고 싶었는데 그게 더 아쉬웠다.
2013년에는 사실은 정말 승격까지 딱 일주일 정도를 남겨뒀었다. 그때 유격수 에스코바가 햄스트링이 아팠고 나머지 선수들도 모두 부진했다. 그때가 정말 가장 (빅리그 입성이) 유력했던 때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 부상을 입혔던 트래비스 이시카와(SF)는 지난해 우승을 했다.
▲그렇게 굴곡이 많았다. 본인에게 정성을 쏟았던 컵스에서 난데없이 템파베이로 트레이드가 되기도 했다.
템파베이에 오기전까지는 사실 컵스를 떠날 것이라는 생각도 못했다. 템파베이가 어떤 팀인지도 자세히 몰랐다(웃음). 그런데 와서 보니까 컵스가 물론 명문팀이긴 하지만 코치분들이나 관계자분들이나 야구하기 위한 환경은 이곳이 더 좋은 것 같다. 템파베이도 명문팀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꿈을 갖고 도전하고 성장하고 있는 입장이 나와 비슷한 것 같다. 여기(템파베이)서 5년째인데 정말 정이 많이 들었다. 이제 7년차. 럭키세븐. 야구를 잘할때가 됐다(웃음).
경기와 훈련이 끝나면 낚시도 다니고 동료들과 맛있는 것들을 먹으러 다니기도 한다.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스트레스나 외로움도 많이 풀린다. 외로운것도 스트레스지만 야구적으로 쌓아둔 것들이 스트레스가 된다. 그래서 같은 처지의 선수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면 많이 풀리더라. 친구들은 대부분 다 메이저리그에 있다. 나는 다쳐서 내려와 있고...그래서 친구들이 ‘넌 언제까지 거기에 있을 거냐. 우린 다 올라와 있다고 빨리 오라’고 이렇게 장난을 많이 치기도 한다.
▲그 동료들도 물론이고, 추신수 선수가 한국 타자로 좋은 모습을 많이 보였던 것이 긍정적인 자극이 많이 됐을 것 같다.
물론 자극이 많이 됐다. 추신수 선배님이나 류현진 선배님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계시니까. 가슴에 (무형의)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것 아닌가. 한국팬들이 많이 보고 있고 전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는데 잘 하고 계신 모습들이 사실 부럽다. 야구장에서 보여줄 수 있고, 쏟아낼 수 있는 그런 것들이 많이 부럽다. 그런 선수가 빨리 돼야 한다(미소).
▲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 것 같다. 어떤 야구 선수가 되고 싶나.
(단호하게) 첫 번째로 팀에 필요한 선수다. 득점을 많이 하고, 베이스를 잘 훔치고 중심타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리고 팀에서 수비를 가장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익사이팅하고 효율적인, 그런 선수가 목표다.
▲ 올해는 어떤 최종 목표가 있나.
이건 한 번도 말 안했던 것 같은데..저, 2015년에는 다치지 않고 메이저에 올라가겠습니다. 자신 있습니다. 잘해서 웃으면서 한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one@maekyung.com]
고교 시절 촉망받는 유격수였던 이학주(25, 템파베이 레이스)는 이제 어느덧 미국 야구 7년차 선수가 됐다. 2009년 충암고를 졸업하고 시카고 컵스와 계약금 115만 달러를 받고 계약한 이후 조금씩 단계를 밟아가며 차근차근 꿈을 향해 다가갔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유망주로 뽑히며 승격을 눈앞에 둔 2013년 봄. 2012년 마이너리그에서의 놀라운 활약으로 팀내 유망주 1위에 오른 이학주는 초반 15경기서 타율 4할2푼2리 19안타 7타점 13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136의 폭주기관차같은 활약을 했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다시 이학주를 배반했다. 이학주는 이후 치러진 경기 수비 도중 상대 선수의 깊은 태클에 무릎이 가격당해 십자인대 파열을 당했다. 선수 생활을 위협할 정도의 중대한 부상이었다. 이후 이학주는 지난해 부상에서 복귀해 93경기에 출전했지만 타율 2할3리에 그쳤다.
그렇지만 리그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수비력, 그리고 부상을 모두 털어낸다면 예전의 기량을 찾을 수 있다고 본 템파베이는 이학주를 40인 로스터에 올리며 믿음을 보이고 있다. 이제 마이너 옵션이 남은 마지막 해. 지난해 주전 키스톤 콤비가 모두 빠져나간 올해 이학주는 모든 것을 걸겠다는 각오로 캠프를 보내고 있다.
꿈을 위해 차분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준비를 하고 있는 이학주를 지난달 2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포트샬롯에 위치한 포트샬롯 스포츠파크 템파베이 스프링캠프에서 만났다. 한국 취재진과의 공식적인 인터뷰가 끝난 이후, 추가로 진행된 MK스포츠와의 인터뷰서의 이학주는 20대 중반의 유쾌하고 차분한 청년의 그 모습과는 또 달랐다. 진지한 태도로 그간 가슴 속 담아 왔던 야구에 대한 애정과 꿈에 대해서 솔직한 마음을 쏟아냈다.
▲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겨울 동안 따로 훈련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몸이 잘 만들어진 상태라 빨리 미국에 와서 야구를 하고 싶었다. 지난 겨울동안 빨리 시즌에 들어갔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안양 F1 피트니스 센터 김현우 대표님과 4년전 만났는데, 겨울 마다 함께 운동을 하고 있다. 가장 내 몸을 잘 아는 분이다. 겨울 동안 부족한 힘이, 그리고 어떤 근육인지 고민했고, 하체와 등근육을 많이 키웠다. 지난 시즌 특히 더 힘을 많이 길러야겠다고 느꼈다. 지난해 스프링캠프 이때쯤 시점에 86kg 정도였는데 지금은 97kg정도다. 일부러 체중을 불리려고 한 것이 아니고 운동을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아스드루발 카브레라가 영입됐지만 지난해 주전 유격수 유넬 에스코바와 2루수 벤 조브리스트가 팀을 떠났다. 리빌딩 중인 현재가 기회인데?
주변 환경은 좋지만 나의 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다. 이렇게 새로운 감독님이 오고 단장님이 올 것이라고 사실 생각은 안했다. 물론 당연히 지금은 기회다. 몇 번의 기회를 놓쳤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치지 않으면서 예전에 했던 것처럼 꾸준히만 하면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
▲지난해 부진은 이유가 무엇이었나
지난해 사실은 성적에 대한 기대를 하고 출발을 하지는 않았다. 불안감이 있었고 기복이 심했다. 빨리 적응을 못 마쳤던 것이 부진했던 가장 주된 원인 같다. 마이너캠프에서 도루를 하다가 다시 부상을 당하면서 심적으로 사실은 또 (부상에 대해) 겁이 많아졌는데 운동선수가 계속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면 운동을 못하는 것 아니겠나. 2014년은 지나갔으니 새로운 마음으로 2015년, 또 뛰겠다.
사진(美 포트샬럿)=옥영화 기자
▲2011년 ‘맷 가르자’가 포함된 트레이드로 템파베이로 건너온 이후, 팀내 최고 유망주였던 팀 베컴의 그늘에 가려야했다. 하지만 2012년 눈부신 활약으로 이 평가를 역전시켰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다시 올해, 베컴이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됐는데? 베컴이 많이 부진했을 때는 제가 많은 기회를 받았다. 운명이 엇갈리는 것도 같다. 사실 똑같이 아팠던(무릎 부상을 당한) 선수다. 그것이 참 묘한 것 같다. 작년에 저는 경기를 많이 소화하려고 했고 베컴은 늦게 컴백해서 경기를 많이 소화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는 또 경쟁하는 입장이 됐다.
▲새로 영입된 유격수 아스드루발 카브레라의 플레이는 어떻게 봤나?
“똑같은 야구 선수다(웃음). 물론 수비는 잘한다. (폼이) 예쁘게 수비를 하는데 빠르게 하는 것 같지는 않더라. 동작이 안정적이다. 베테랑이고 메이저리그에서 많이 뛴, 경험이 풍부한 선수다. 자세에서 여유가 묻어나더라. 그런데 뭐 어떻게 하나. 에스코바가 있을때도 그것을 넘어서야 하는 입장이었는데, 이제 또 카브레라도 도전이다. 항상 해마다 도전이다. 그 선수가 왔다고 해서 팀이나 저나 따로 신경쓰고 있지 않다. 템파베이에서의 저의 자리가 있고, 코칭스태프나 관계자들분들도 분명 제게 원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면에서 팀과 많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는 유격수가 좋기 때문에 유격수로 성공하고 싶다. 다른 포지션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은 유격수 말고는 잘 못한다(웃음). 물론 유격수가 어렵지만. 앞으로도 유격수를 보고 싶다.
▲ 현지에서 만난 기자나 관계자들도 당신의 뛰어난 수비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 내부적으로는 트리플A 리그에서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던데. 수비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나?
수비를 잘한다는 생각은 솔직히 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비에 대한 자신감은 있다. 이상한 말인데, 내 수비에 대한 기준이 높기 때문에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자신감은 확실히 갖고 있다. 2013년 좋았던 해를 지나치고 나서 수비력만큼의 공격력은 못 보여준 것 같다.
사진(美 포트샬럿)=옥영화 기자
▲그래서 지난해 타격 자세도 바꾸고 많은 시도를 해봤던 걸로 알고 있다. 다치고 나서 중심이동이나 밸런스를 맞추는 것들이 중요하니까 많은 시도를 했다. 그런 부분에서 예민하게 신경을 많이 썼고, 많은 실패도 했지만 많이 배웠다. 지금 폼은 타이밍이 잘 맞고 있다.
▲한 시즌 40개 이상의 도루를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데, 부상 이후 스피드 감소는 없나?
그런 부분에서는 문제가 없다. 도루에 대한 욕심이 원래 정말 많은데 작년에는 도루 시도를 많이 안했다. 재활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사실 ‘또 다치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이 있어서 잘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해야 되고,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에 이 마음으로 시즌에 들어가서 잘 뛰어다니겠다.
▲어떻게 야구를 시작했나?
초등학교 시절 축구를 하다가 11살 때 야구 선수가 됐다. 학교에서 제일 빠른 선수로 꽤 유명했다(웃음). 어느 날 훈련을 하고 있는데 야구팀 감독님이 오셔서 ‘야구 해보지 않겠냐’라며 나한테 스카웃 제의를 했다. 그래서 따라가서 훈련을 보니까 줄 맞춰서 공을 던지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더라. 그래서 일주일간 고민한 이후 야구를 시작하게 됐다.
▲이후 승승장구 했다. 그리고 충암고등학교 재학 시절 현재 프로야구서 활약 중인 안치홍(KIA), 김상수(삼성), 허경민(두산), 오지환(LG)과 함께 ‘고교 유격수 5인방’으로 꼽혔다.
사실 유격수 5인방은 아닌 것 같다. 저를 빼고 4인방이다. (손사래를 치며) 아니다. 정말 그땐 (오)지환이나 치홍이, 경민이가 더 잘했다. 난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진(美 포트샬럿)=옥영화 기자
▲마음 아픈 얘기 일 수 있겠지만, 그리고 예전에는 더 아팠을 일이겠지만...이제 그들은 프로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친구들처럼 많은 팬들이 환호하는 경기장, 그리고 한국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사실 한국에서 뛰고 싶다. 만약 해외파 복귀 2년 제한이 풀린다면 당연히 한국에서 뛰고 싶은 마음은 있다. (잠시 침묵) 그렇지만...나는 미국야구가 좋다. 꼭 성공하겠다(미소). 아직까지는 꿈이 여기에 있고...그 꿈이 바뀌지 않을 것 같다.
▲민감한 주제지만 그동안 병역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을 갖고 있었을 것 같다. 이제는 무릎수술을 받아서 재검을 하면 면제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고민이 많았던 부분이다. 그래서 복귀해서 군대를 먼저 가려는 계획도 사실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고려를 하고 있지 않다. 주위에서 재검을 받으면 면제라고 이야기를 하던데 거기에 대해서 알아보거나 하진 않았다. 일단 여기서 성공 하는 것이 가장 먼저다.
▲그래서 더욱 아쉬웠던 2013년 부상이다. 2012시즌 21경기 연속 안타와 46경기 연속 출루를 기록하면서 에반 롱고리아가 가지고 있었던 종전 몽고메리 비스킷스(더블A)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고 37도루를 기록했다.
2012시즌 마지막 20경기 정도를 그때 결장했었다. 처음에는 기록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동료들이 계속 깨보라고 부추겨서 많이 의식하기도 했었다(웃음). 도루 50개를 꼭 넘기고 싶었는데 그게 더 아쉬웠다.
2013년에는 사실은 정말 승격까지 딱 일주일 정도를 남겨뒀었다. 그때 유격수 에스코바가 햄스트링이 아팠고 나머지 선수들도 모두 부진했다. 그때가 정말 가장 (빅리그 입성이) 유력했던 때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 부상을 입혔던 트래비스 이시카와(SF)는 지난해 우승을 했다.
▲그렇게 굴곡이 많았다. 본인에게 정성을 쏟았던 컵스에서 난데없이 템파베이로 트레이드가 되기도 했다.
템파베이에 오기전까지는 사실 컵스를 떠날 것이라는 생각도 못했다. 템파베이가 어떤 팀인지도 자세히 몰랐다(웃음). 그런데 와서 보니까 컵스가 물론 명문팀이긴 하지만 코치분들이나 관계자분들이나 야구하기 위한 환경은 이곳이 더 좋은 것 같다. 템파베이도 명문팀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꿈을 갖고 도전하고 성장하고 있는 입장이 나와 비슷한 것 같다. 여기(템파베이)서 5년째인데 정말 정이 많이 들었다. 이제 7년차. 럭키세븐. 야구를 잘할때가 됐다(웃음).
사진(美 포트샬럿)=옥영화 기자
▲ 그동안 타국 생활의 외로움을 어떻게 견뎠나. 경기와 훈련이 끝나면 낚시도 다니고 동료들과 맛있는 것들을 먹으러 다니기도 한다.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스트레스나 외로움도 많이 풀린다. 외로운것도 스트레스지만 야구적으로 쌓아둔 것들이 스트레스가 된다. 그래서 같은 처지의 선수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면 많이 풀리더라. 친구들은 대부분 다 메이저리그에 있다. 나는 다쳐서 내려와 있고...그래서 친구들이 ‘넌 언제까지 거기에 있을 거냐. 우린 다 올라와 있다고 빨리 오라’고 이렇게 장난을 많이 치기도 한다.
▲그 동료들도 물론이고, 추신수 선수가 한국 타자로 좋은 모습을 많이 보였던 것이 긍정적인 자극이 많이 됐을 것 같다.
물론 자극이 많이 됐다. 추신수 선배님이나 류현진 선배님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계시니까. 가슴에 (무형의)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것 아닌가. 한국팬들이 많이 보고 있고 전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는데 잘 하고 계신 모습들이 사실 부럽다. 야구장에서 보여줄 수 있고, 쏟아낼 수 있는 그런 것들이 많이 부럽다. 그런 선수가 빨리 돼야 한다(미소).
▲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 것 같다. 어떤 야구 선수가 되고 싶나.
(단호하게) 첫 번째로 팀에 필요한 선수다. 득점을 많이 하고, 베이스를 잘 훔치고 중심타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리고 팀에서 수비를 가장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익사이팅하고 효율적인, 그런 선수가 목표다.
▲ 올해는 어떤 최종 목표가 있나.
이건 한 번도 말 안했던 것 같은데..저, 2015년에는 다치지 않고 메이저에 올라가겠습니다. 자신 있습니다. 잘해서 웃으면서 한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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