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굳이 이렇게까지 따져보려고 도입한 제도는 아니다. 그러나 법은 법. 챌린지가 신청되면, 비디오를 몇번씩 돌려보더라도 ‘현미경 감정’을 할 수 밖에 없다.
‘명백한 오심’이 아니어도 뒤집어질 수 있는 게 합의판정. 그래서 점점 챌린지 신청의 상황과 타이밍이 중요해지고 있다.
19일 목동 넥센-LG전. 5-6으로 뒤진 넥센의 6회말 공격. 선두타자 5번 김민성이 LG 유원상의 5구째를 받아쳐 우익선상에 떨어뜨렸다. 넉넉한 2루타성 타구로 보였으나, 김민성의 발은 느렸고, 쌍둥이 우익수 이진영의 송구는 정확했다. 접전 승부, LG 유격수 오지환의 자신 있는 태그, 2루심의 콜은 아웃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이 걸어 나왔다. 딱히 타자주자 김민성이 확신에 찬 억울함을 호소하는 그림으론 보이지 않았지만, 염감독은 합의판정을 신청했다.
판정이 석연찮았다기 보다 상황이 몹시 끌리는 순간이었다. 한점 뒤진 6회말 무사. 성공하면 2루를 얻는다. 첫번째 챌린지 카드를 던지기엔 적절한 타이밍.
리플레이를 몇번이나 돌려봐야 할 만큼 오랜 시간이 걸린 비디오 판독이었다. 김민성의 슬라이딩과 오지환의 태그가 펼친 박빙의 승부는 세이프도, 아웃도 납득될 만큼 접전이었다.
합의판정 결과는 세이프로 번복됐다. LG 양상문 감독이 바로 달려나와 어필해봤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비슷한 기회는 LG에게도 왔다.
6-5의 한점차 리드가 답답한 8회초 무사 1루, 8번 최경철의 타구가 포수 코앞에 떨어지고 말았다. 포수→유격수→1루수로 송구가 이어지면서 주자와 타자가 모두 죽어버린 병살타.
LG 양상문 감독이 나왔다. 언뜻 깔끔한 더블플레이 수비로 보였으나, 양감독은 2루 판정에 챌린지를 신청했다.
넥센 유격수 강정호의 발이 베이스에서 살짝 일찍 떨어진 듯 보인 슬로비디오였지만, 포스아웃 상황에서 주자의 슬라이딩을 피했다고 인정받더라도 납득될 만한 수준이었다.
합의판정 결과는 세이프로 번복. 주자의 슬라이딩 방향에서 왼발을 빼고 전진한 ‘국대 유격수’ 강정호의 동작은 부드러웠지만, 결국 슬라이딩을 피한 동작이 아닌, 포수의 흔들린 송구를 받기 위한 베이스 이탈로 판정 받았다.
비록 후속타 불발로 득점까지 연결되지 못했지만, 두 팀 모두 ‘현미경 판독’에 의한 판정 번복으로 승부처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순간에 소중한 주자를 얻어냈다. 합의판정 제도가 없었다면, 거의 억울함을 느끼기 힘들었을 그림들이 이제 ‘챌린지 승부수’를 던질 만한 전략적인 상황들이 됐음을 보여줬다.
합의판정의 위력을 보여주는 ‘현미경 판독’의 사례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 13일 두번의 합의판정 성공으로 역전을 만들었던 SK 경기와 17일 합의판정으로 결승타점을 뽑았던 두산 경기는 번복된 판정들이 모두 상당한 접전 승부였다.
전문장비와 준비는 덜됐지만, ‘명백한 오심은 바로잡자’고 시즌 중 도입한 합의판정제도. 각팀 벤치들이 지나치게 접전 판정에 챌린지를 신청하는 것은 취지에 어긋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명백한 오심이라는 표현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잘못된 판정은 모두 오심”이라는 냉철한 견해도 있다. 어디까지가 명백한 오심인지 모두의 합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누군가 이용하는 전략은 우리도 이용해야 하는게 각팀 벤치가 맞닥뜨린 현실이다.
챌린지가 열어준 ‘현미경 판정’의 기회로 결정적인 점수를 얻고, 상대의 페이스를 무너뜨리고, 경기의 흐름을 뒤바꾸는 팀이 있는 한, 이제 가장 억울한 순간보다, 가장 필요한 순간에 두번의 합의판정 기회를 잘 살리기 위한 벤치들의 타이밍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chicleo@maekyung.com]
‘명백한 오심’이 아니어도 뒤집어질 수 있는 게 합의판정. 그래서 점점 챌린지 신청의 상황과 타이밍이 중요해지고 있다.
19일 목동 넥센-LG전. 5-6으로 뒤진 넥센의 6회말 공격. 선두타자 5번 김민성이 LG 유원상의 5구째를 받아쳐 우익선상에 떨어뜨렸다. 넉넉한 2루타성 타구로 보였으나, 김민성의 발은 느렸고, 쌍둥이 우익수 이진영의 송구는 정확했다. 접전 승부, LG 유격수 오지환의 자신 있는 태그, 2루심의 콜은 아웃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이 걸어 나왔다. 딱히 타자주자 김민성이 확신에 찬 억울함을 호소하는 그림으론 보이지 않았지만, 염감독은 합의판정을 신청했다.
판정이 석연찮았다기 보다 상황이 몹시 끌리는 순간이었다. 한점 뒤진 6회말 무사. 성공하면 2루를 얻는다. 첫번째 챌린지 카드를 던지기엔 적절한 타이밍.
리플레이를 몇번이나 돌려봐야 할 만큼 오랜 시간이 걸린 비디오 판독이었다. 김민성의 슬라이딩과 오지환의 태그가 펼친 박빙의 승부는 세이프도, 아웃도 납득될 만큼 접전이었다.
합의판정 결과는 세이프로 번복됐다. LG 양상문 감독이 바로 달려나와 어필해봤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비슷한 기회는 LG에게도 왔다.
6-5의 한점차 리드가 답답한 8회초 무사 1루, 8번 최경철의 타구가 포수 코앞에 떨어지고 말았다. 포수→유격수→1루수로 송구가 이어지면서 주자와 타자가 모두 죽어버린 병살타.
LG 양상문 감독이 나왔다. 언뜻 깔끔한 더블플레이 수비로 보였으나, 양감독은 2루 판정에 챌린지를 신청했다.
넥센 유격수 강정호의 발이 베이스에서 살짝 일찍 떨어진 듯 보인 슬로비디오였지만, 포스아웃 상황에서 주자의 슬라이딩을 피했다고 인정받더라도 납득될 만한 수준이었다.
합의판정 결과는 세이프로 번복. 주자의 슬라이딩 방향에서 왼발을 빼고 전진한 ‘국대 유격수’ 강정호의 동작은 부드러웠지만, 결국 슬라이딩을 피한 동작이 아닌, 포수의 흔들린 송구를 받기 위한 베이스 이탈로 판정 받았다.
비록 후속타 불발로 득점까지 연결되지 못했지만, 두 팀 모두 ‘현미경 판독’에 의한 판정 번복으로 승부처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순간에 소중한 주자를 얻어냈다. 합의판정 제도가 없었다면, 거의 억울함을 느끼기 힘들었을 그림들이 이제 ‘챌린지 승부수’를 던질 만한 전략적인 상황들이 됐음을 보여줬다.
합의판정의 위력을 보여주는 ‘현미경 판독’의 사례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 13일 두번의 합의판정 성공으로 역전을 만들었던 SK 경기와 17일 합의판정으로 결승타점을 뽑았던 두산 경기는 번복된 판정들이 모두 상당한 접전 승부였다.
전문장비와 준비는 덜됐지만, ‘명백한 오심은 바로잡자’고 시즌 중 도입한 합의판정제도. 각팀 벤치들이 지나치게 접전 판정에 챌린지를 신청하는 것은 취지에 어긋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명백한 오심이라는 표현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잘못된 판정은 모두 오심”이라는 냉철한 견해도 있다. 어디까지가 명백한 오심인지 모두의 합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누군가 이용하는 전략은 우리도 이용해야 하는게 각팀 벤치가 맞닥뜨린 현실이다.
챌린지가 열어준 ‘현미경 판정’의 기회로 결정적인 점수를 얻고, 상대의 페이스를 무너뜨리고, 경기의 흐름을 뒤바꾸는 팀이 있는 한, 이제 가장 억울한 순간보다, 가장 필요한 순간에 두번의 합의판정 기회를 잘 살리기 위한 벤치들의 타이밍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chicle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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