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샌프란시스코) 김재호 특파원] 재키 로빈슨데이는 매년 4월 15일 열리는 행사다. 메이저리그 최초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의 데뷔일을 기념일로 만들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한 시즌 중 주요 행사로 꼽히는 이 날, 그러나 한국에서는 큰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왜 한국인의 가슴에는 이 날이 와 닿지 않는 것일까.
한국시간으로 16일, 그러니까 현지시간으로 15일 경기에 나선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이름과 자신의 등번호가 아닌 42가 박힌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특히 올해는 마지막 42번이었던 마리아노 리베라가 은퇴한 이후 갖는 첫 재키 로빈슨데이라 의미가 깊었다.
LA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린 AT&T파크에서도 이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특별히 로빈슨 이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흑인 선수 중 한 명으로, 1949년부터 1955년까지 뉴욕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몬테 어빈이 재키 로빈슨데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인종차별의 벽을 허물고 흑인에게 문호를 개방했음을 기념하는 재키 로빈슨데이는 메이저리그가 갖고 있는 자존심이기도 하다. 지난 2월 애리조나주가 노골적으로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종교자유회복법(SB 1062)’을 통과시켰을 당시에도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재키 로빈슨의 스포츠로서,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30개 구단은 존경과 포용의 정책을 고수한다’는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재키 로빈슨의 생애를 다룬 영화 ‘42’는 극장에 제대로 걸리지도 못하고 소리 없이 사라졌다. 이 날의 의미가 크게 다가오지 않기는 류현진도 마찬가지. 그는 “재키 로빈슨이 누군지는 잘 알고 있다”면서도 이날의 의미가 크게 와 닿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날의 의미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한 현지 기자의 질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류현진 통역을 돕고 있는 마틴 김에게 ‘한국에서 재키 로빈슨에 비견할 수 있는 선수는 누가 있는가’라고 물었고, 마틴은 물론이고 그 자리에 있던 한국 취재진 누구도 그 대답에 답할 수 없었다. 류현진도 “그런 선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메이저리그에 최초로 발을 들인 박찬호라 답할 수도 있었지만, 이는 다른 범주의 ‘개척자’였다. 게다가 박찬호 이전에도 이미 메이저리그는 국제 선수에 대한 문호를 연 상태였다.
한국사회는 그동안 단일 민족이라는 개념이 지배하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한국 스포츠에도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은 존재하지 않았다. 과거 한국계 미식축구 선수 하인즈 워드의 활약이 혼혈인에 대한 사회적 관념을 깨는 계기가 됐지만, 그도 결국은 남의 나라 운동선수였다.
아직까지 한국 스포츠는 이에 대한 큰 고민을 할 계기가 없었다. 재키 로빈슨데이가 가슴에 와 닿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점점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이 무너져가고 있다. 한국 스포츠도 언젠가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
[greatnemo@maekyung.com]
한국시간으로 16일, 그러니까 현지시간으로 15일 경기에 나선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이름과 자신의 등번호가 아닌 42가 박힌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특히 올해는 마지막 42번이었던 마리아노 리베라가 은퇴한 이후 갖는 첫 재키 로빈슨데이라 의미가 깊었다.
LA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린 AT&T파크에서도 이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특별히 로빈슨 이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흑인 선수 중 한 명으로, 1949년부터 1955년까지 뉴욕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몬테 어빈이 재키 로빈슨데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인종차별의 벽을 허물고 흑인에게 문호를 개방했음을 기념하는 재키 로빈슨데이는 메이저리그가 갖고 있는 자존심이기도 하다. 지난 2월 애리조나주가 노골적으로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종교자유회복법(SB 1062)’을 통과시켰을 당시에도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재키 로빈슨의 스포츠로서,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30개 구단은 존경과 포용의 정책을 고수한다’는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재키 로빈슨의 생애를 다룬 영화 ‘42’는 극장에 제대로 걸리지도 못하고 소리 없이 사라졌다. 이 날의 의미가 크게 다가오지 않기는 류현진도 마찬가지. 그는 “재키 로빈슨이 누군지는 잘 알고 있다”면서도 이날의 의미가 크게 와 닿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날의 의미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한 현지 기자의 질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류현진 통역을 돕고 있는 마틴 김에게 ‘한국에서 재키 로빈슨에 비견할 수 있는 선수는 누가 있는가’라고 물었고, 마틴은 물론이고 그 자리에 있던 한국 취재진 누구도 그 대답에 답할 수 없었다. 류현진도 “그런 선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메이저리그에 최초로 발을 들인 박찬호라 답할 수도 있었지만, 이는 다른 범주의 ‘개척자’였다. 게다가 박찬호 이전에도 이미 메이저리그는 국제 선수에 대한 문호를 연 상태였다.
한국사회는 그동안 단일 민족이라는 개념이 지배하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한국 스포츠에도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은 존재하지 않았다. 과거 한국계 미식축구 선수 하인즈 워드의 활약이 혼혈인에 대한 사회적 관념을 깨는 계기가 됐지만, 그도 결국은 남의 나라 운동선수였다.
아직까지 한국 스포츠는 이에 대한 큰 고민을 할 계기가 없었다. 재키 로빈슨데이가 가슴에 와 닿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점점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이 무너져가고 있다. 한국 스포츠도 언젠가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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