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순수 고교졸업 대형 신인들이 프로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특히 거포 유망주는 멸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목을 받는 신인투수들도 ‘거품론’을 피해가기 어렵다. 학교야구를 기반으로 한 아마추어 선수들의 질적 하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마추어 야구의 위기는 동시에 프로야구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근본적인 위기다. 1995년 MVP, 홈런왕, 타점왕을 석권하며 OB 베어스의 두 번째 우승에 기여한 ‘전설’ 김상호는 근시안적인 아마야구 지도자들의 지도방식에 날선 비판을 가했다.
中에 이어
1988년 데뷔 때부터 주목을 받았다
데뷔하고 6경기서 홈런 3개 2루타 6개를 기록해서 14타점을 올렸다. 그것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기는 했다. 첫 안타가 홈런이어서 그게 정말 기억에 많이 남는다. 태평양하고 경기였는데 앞선 두 타석에서 무안타로 물러나고 세 번째 타석에 섰다.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 노볼이 됐다. 이번에 물러나면 교체겠구나 싶었는데 어떻게 3구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렸다. 그걸 받아쳤고, 중월 홈런이 됐다. 그리고 다음 타석에서 또 센터 앞에 안타를 쳐서 3타점째를 올렸다. 그러면서 자신감을 갖고 프로생활을 시작했던 것 같다.
(김상호는 데뷔해 88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7푼 7홈런 43타점 2루타 17개를 기록하며 차세대 거포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선보였다)
요즘은 주전을 꿰찰 수 있는 신인들을 보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됐다
통탄할 일이다. 아마추어 야구 지도자들이 선수들과 아마야구를 망치고 있다. 현재 중고교야구의 타자들은 갖다 맞추는데 급급한 스윙을 한다. 선수들이 정타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강한 땅볼을 만들어서 서로 상대의 실책을 유발시키는 야구를 하고 있다. 당장 짜내는 점수를 만들어서 성적을 내겠다는 생각이 팽배한 것이다. 모든 지도자는 아니지만 많은 학원야구의 지도자들이 선수들의 미래와 장래성을 위해 기본을 가르치기보다는 근시안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이것이 악순환이 돼서 결국 프로에 진입하는 신인들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신인 거포 실종도 이런 현상과 무관하지 않겠다
맞다. 이런식의 스윙매커니즘 자체는 한계가 분명하다. 어린 선수들은 초등학교 야구부에 입학할 때부터 레벨스윙이나 어퍼스윙이 아닌, 다운스윙부터 먼저 배운다. 일단 위에서 배트가 내려오는 과정에서는 좋은 타구가 나올 확률이 줄어든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공과 배트가 부딪히는 순간의 선이 맞을 수가 없다. 하지만 레벨스윙과 어퍼스윙을 가르치는데는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알루미늄 배트에서 나무배트로 바뀌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나무배트는 알루미늄배트보다 더 정확하게 맞춰야 장타가 나온다. 그 때문에 아예 장타를 포기한 것이다. 결국 정도가 아닌, 잘못된 길로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성적 지상주의의 기용도 여전한 것 같다
우리 야구교실에 오는 중고교 아마추어 선수들만 스무 명 가까이 된다. 그런데 모두 한결같이 처음에는 제 스윙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너네 타격 연습 안하니’라고 물어보니까, 1학년들은 거의 대부분 배팅훈련을 해본적이 많지 않다고 하더라. 볼을 줍거나 공을 던져주거나 수비와 런닝 훈련을 하는 정도가 전부라고 한다. 감독들은 당장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돈을 가지고 월급을 받는다. 이 때문에 상위 학교 진학이 걸린 3학년들을 대회에 출전시키지 않을 수가 없다. 결국 매년 3학년들만 가지고 야구를 하는 것인데, 정작 현재의 동력이자 미래의 힘이 될 수 있는 저학년들의 지도에 지도자들이 관심을 쏟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부족하고 또 제대로된 스윙을 가르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것이 일부 학교의 문제가 아니다. 명문 중고등학교나 제대로된 사고를 가지고 있는 지도자들이 있는 소수의 학교를 제외하면 많은 학교들이 저학년들을 방치하고 있다. 거기에 주말리그제 도입과 학교교육 중요성 강조로 전체 훈련량도 줄어들었다. 물론 선수들에게 학업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김상호 야구교실 ‘팀 베이스’의 원장으로 선수들을 가르쳐 본 소감은 어떤가
기본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더라. 특히 여기에 오는 선수들은 야구가 하고 싶어서 시간을 쪼개 오는 초중고 선수들이 많다. 현재 가능성이 떨어지기에 주목을 받지 못하는 선수들이나, 더 잘하고 시은 욕심이 있는 선수들이다. 열정은 가득한데 제대로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훈련량을 정말 많이 가져갔다. 처음에는 선수들에게 ‘레벨스윙’을 가르친다. 거기에 힘이 있는 타자들은 ‘어퍼스윙’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데, 선수들은 당연히 기존 해왔던 야구와 다르기 때문에 의문을 갖는다. 하지만 그렇게 훈련을 하면서 시간이 지나 스스로 성적이 오르고,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는 것을 체험하면서 내 지도를 신뢰하게 된다. 많은 선수들의 성적향상과 좋은 상위 학교 진학을 도우면서 보람을 많이 느꼈다.
현역 시절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그 모습은 지금도 유효한가
그 성격이 어디로 가겠는가(웃음). 많은 야구교실들이 문을 열었다가 금방 닫는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약 1년간 인천에도 많은 야구교실이 문을 닫았다. 이유는 분명하다. 야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구는 늘어나는데, 진짜 야구를 가르치는 곳이 없는 것이다. 나는 찾아오는 사회인 야구인이나 중고교선수들에게 ‘기본’을 강조한다. 선수로서 야구를 대하는 기본 예의나 마음가짐도 포함돼 있다. 그러다보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이들을 돌려보내는 경우도 많다.
그럼 사업가로서는 적자가 아닌가
수강료를 고스란히 환불해줘야 하니까 손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도다. 선수들도 변화를 느낀다. 무엇이 맞는 길인지는 시간이 알게 해준다. 동시에 프로로 가서도 해야할 야구는 그것이다. 그 부분에서는 사업으로 접근해 수강생들에게 끌려다니지 않았다. 야구인으로서의 자존심이다. 프로야구 홈런왕을 했던 사람이 야구를 대해야 하는 마음가짐이자, 프라이드라고 생각했다. 가끔 프로에 현역코치로 있는 후배들을 초청한다. 그들이 프로에서 지도하는 방식 그대로 지도하는 것이 나와 완전히 똑같은 경우가 있다. 그러면 내가 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지도가 이 선수들을 미래에 더 성장시켜주리라는 믿음이 생긴다. 결국 많은 수강생들이 꾸준히 오랜기간 나를 찾아와주고 있다.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야구에 관심이 많은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좋은 슬러거가 되는 비결을 공개해 달라
족집게 과외와 같은 풀이는 없다(웃음). 하지만 정답은 단순하다. 집중력과 연습이다. 경기 중에는 온 몸과 마음이 경기 내용에 집중하고 있어야 한다. 1회부터 꾸준히 투수와의 대결을 가상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 투수의 구질을 1구, 1구 되새겨 많은 상황들에 저절로 몸이 따라나올 수 있게 한 이후 자신감을 갖고 스윙을 해야 한다. 타석에서 순간의 집중력과 대처능력은 물론 재능이 많이 작용한다. 그것이 특급타자와 1급타자의 차이를 가르는 기준이기도 하다. 나는 노력형 타자였다. 자신에게 천부적인 재능이 없다면 그런식으로 재능을 만들어야 한다. 무조건 세게 치는 것이 아니다. 타이밍을 맞춰 부드럽게 던진다는 느낌으로 임팩트를 주는 스윙을 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 내가 현역시절 뛸 때는 장종훈 선수가 그런 스윙을 했다. 지금 최정의 스윙을 보라 어떤지. 자신감을 갖고 자기 스윙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직 당신을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올 생각은 없는가
팬들이 기억해주시는 것이 뿌듯하고 정말 감사하다. 어디에 있든 나는 야구인이다. 지금 야구교실도 마찬가지다. 저녁에는 늘 야구를 본다. 야구 경기가 아니면 다른 것은 보지도 않는다(웃음). 다만 나는 그라운드를 나와서 사업에 빠졌다. 많은 이들에게 ‘야구로 다시 돌아오며 안되냐’는 질문을 받는데, 이렇게 이곳에서도 여전히 야구와 함께 하고 있다. 나는 사업가다. 그리고 여전히 야구인이다. 여기서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아마추어 선수들을 육성해 엘리트 야구 발전에 기여하고 사회인 야구 선수들을 지도해 야구저변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 않은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의류사업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야구교실의 시설도 더 넓혀 좀 더 본격적으로 지도할 계획도 갖고 있다. 2년간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나도 다시 야구에 빠져들었다. 프로에 가는 선수들을 배출하는 것은 일단 학교 지도자들의 역할이다. 하지만 나는 학교 밖에서 또 그 일을 돕고 싶다. 나는 여전히 야구와 함께 하고 있다.
[one@maekyung.com]
순수 고교졸업 대형 신인들이 프로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특히 거포 유망주는 멸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목을 받는 신인투수들도 ‘거품론’을 피해가기 어렵다. 학교야구를 기반으로 한 아마추어 선수들의 질적 하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마추어 야구의 위기는 동시에 프로야구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근본적인 위기다. 1995년 MVP, 홈런왕, 타점왕을 석권하며 OB 베어스의 두 번째 우승에 기여한 ‘전설’ 김상호는 근시안적인 아마야구 지도자들의 지도방식에 날선 비판을 가했다.
中에 이어
잠실 구장을 쓴 타자 중 최초의 홈런왕에 오른 김상호는 신인 선수들의 질적 하락에 대해 아마야구 지도자들의 성적지상주의 지도방식을 지적하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사진=김영구 기자 |
데뷔하고 6경기서 홈런 3개 2루타 6개를 기록해서 14타점을 올렸다. 그것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기는 했다. 첫 안타가 홈런이어서 그게 정말 기억에 많이 남는다. 태평양하고 경기였는데 앞선 두 타석에서 무안타로 물러나고 세 번째 타석에 섰다.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 노볼이 됐다. 이번에 물러나면 교체겠구나 싶었는데 어떻게 3구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렸다. 그걸 받아쳤고, 중월 홈런이 됐다. 그리고 다음 타석에서 또 센터 앞에 안타를 쳐서 3타점째를 올렸다. 그러면서 자신감을 갖고 프로생활을 시작했던 것 같다.
(김상호는 데뷔해 88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7푼 7홈런 43타점 2루타 17개를 기록하며 차세대 거포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선보였다)
전설적인 강타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김상호의 눈에 지금 아마야구의 질적인 하락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사진=김상호 제공 |
통탄할 일이다. 아마추어 야구 지도자들이 선수들과 아마야구를 망치고 있다. 현재 중고교야구의 타자들은 갖다 맞추는데 급급한 스윙을 한다. 선수들이 정타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강한 땅볼을 만들어서 서로 상대의 실책을 유발시키는 야구를 하고 있다. 당장 짜내는 점수를 만들어서 성적을 내겠다는 생각이 팽배한 것이다. 모든 지도자는 아니지만 많은 학원야구의 지도자들이 선수들의 미래와 장래성을 위해 기본을 가르치기보다는 근시안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이것이 악순환이 돼서 결국 프로에 진입하는 신인들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신인 거포 실종도 이런 현상과 무관하지 않겠다
맞다. 이런식의 스윙매커니즘 자체는 한계가 분명하다. 어린 선수들은 초등학교 야구부에 입학할 때부터 레벨스윙이나 어퍼스윙이 아닌, 다운스윙부터 먼저 배운다. 일단 위에서 배트가 내려오는 과정에서는 좋은 타구가 나올 확률이 줄어든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공과 배트가 부딪히는 순간의 선이 맞을 수가 없다. 하지만 레벨스윙과 어퍼스윙을 가르치는데는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알루미늄 배트에서 나무배트로 바뀌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나무배트는 알루미늄배트보다 더 정확하게 맞춰야 장타가 나온다. 그 때문에 아예 장타를 포기한 것이다. 결국 정도가 아닌, 잘못된 길로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1990년 MBC 청룡으로 데뷔하던 신인 김상호. 호타준족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사진=김상호 제공 |
우리 야구교실에 오는 중고교 아마추어 선수들만 스무 명 가까이 된다. 그런데 모두 한결같이 처음에는 제 스윙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너네 타격 연습 안하니’라고 물어보니까, 1학년들은 거의 대부분 배팅훈련을 해본적이 많지 않다고 하더라. 볼을 줍거나 공을 던져주거나 수비와 런닝 훈련을 하는 정도가 전부라고 한다. 감독들은 당장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돈을 가지고 월급을 받는다. 이 때문에 상위 학교 진학이 걸린 3학년들을 대회에 출전시키지 않을 수가 없다. 결국 매년 3학년들만 가지고 야구를 하는 것인데, 정작 현재의 동력이자 미래의 힘이 될 수 있는 저학년들의 지도에 지도자들이 관심을 쏟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부족하고 또 제대로된 스윙을 가르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것이 일부 학교의 문제가 아니다. 명문 중고등학교나 제대로된 사고를 가지고 있는 지도자들이 있는 소수의 학교를 제외하면 많은 학교들이 저학년들을 방치하고 있다. 거기에 주말리그제 도입과 학교교육 중요성 강조로 전체 훈련량도 줄어들었다. 물론 선수들에게 학업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김상호 야구교실 ‘팀 베이스’의 원장으로 선수들을 가르쳐 본 소감은 어떤가
기본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더라. 특히 여기에 오는 선수들은 야구가 하고 싶어서 시간을 쪼개 오는 초중고 선수들이 많다. 현재 가능성이 떨어지기에 주목을 받지 못하는 선수들이나, 더 잘하고 시은 욕심이 있는 선수들이다. 열정은 가득한데 제대로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훈련량을 정말 많이 가져갔다. 처음에는 선수들에게 ‘레벨스윙’을 가르친다. 거기에 힘이 있는 타자들은 ‘어퍼스윙’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데, 선수들은 당연히 기존 해왔던 야구와 다르기 때문에 의문을 갖는다. 하지만 그렇게 훈련을 하면서 시간이 지나 스스로 성적이 오르고,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는 것을 체험하면서 내 지도를 신뢰하게 된다. 많은 선수들의 성적향상과 좋은 상위 학교 진학을 도우면서 보람을 많이 느꼈다.
1995년 페넌트레이스 MVP에 오른 김상호. 사진=김상호 제공 |
그 성격이 어디로 가겠는가(웃음). 많은 야구교실들이 문을 열었다가 금방 닫는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약 1년간 인천에도 많은 야구교실이 문을 닫았다. 이유는 분명하다. 야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구는 늘어나는데, 진짜 야구를 가르치는 곳이 없는 것이다. 나는 찾아오는 사회인 야구인이나 중고교선수들에게 ‘기본’을 강조한다. 선수로서 야구를 대하는 기본 예의나 마음가짐도 포함돼 있다. 그러다보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이들을 돌려보내는 경우도 많다.
그럼 사업가로서는 적자가 아닌가
수강료를 고스란히 환불해줘야 하니까 손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도다. 선수들도 변화를 느낀다. 무엇이 맞는 길인지는 시간이 알게 해준다. 동시에 프로로 가서도 해야할 야구는 그것이다. 그 부분에서는 사업으로 접근해 수강생들에게 끌려다니지 않았다. 야구인으로서의 자존심이다. 프로야구 홈런왕을 했던 사람이 야구를 대해야 하는 마음가짐이자, 프라이드라고 생각했다. 가끔 프로에 현역코치로 있는 후배들을 초청한다. 그들이 프로에서 지도하는 방식 그대로 지도하는 것이 나와 완전히 똑같은 경우가 있다. 그러면 내가 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지도가 이 선수들을 미래에 더 성장시켜주리라는 믿음이 생긴다. 결국 많은 수강생들이 꾸준히 오랜기간 나를 찾아와주고 있다.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은 요즘 김상호의 낙이다. 사진=김영구 기자 |
족집게 과외와 같은 풀이는 없다(웃음). 하지만 정답은 단순하다. 집중력과 연습이다. 경기 중에는 온 몸과 마음이 경기 내용에 집중하고 있어야 한다. 1회부터 꾸준히 투수와의 대결을 가상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 투수의 구질을 1구, 1구 되새겨 많은 상황들에 저절로 몸이 따라나올 수 있게 한 이후 자신감을 갖고 스윙을 해야 한다. 타석에서 순간의 집중력과 대처능력은 물론 재능이 많이 작용한다. 그것이 특급타자와 1급타자의 차이를 가르는 기준이기도 하다. 나는 노력형 타자였다. 자신에게 천부적인 재능이 없다면 그런식으로 재능을 만들어야 한다. 무조건 세게 치는 것이 아니다. 타이밍을 맞춰 부드럽게 던진다는 느낌으로 임팩트를 주는 스윙을 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 내가 현역시절 뛸 때는 장종훈 선수가 그런 스윙을 했다. 지금 최정의 스윙을 보라 어떤지. 자신감을 갖고 자기 스윙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김상호는 1995년 한일슈퍼게임에 출전, 2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며 한국 홈런왕의 자존심을 지켰다. 사진=김상호 제공 |
팬들이 기억해주시는 것이 뿌듯하고 정말 감사하다. 어디에 있든 나는 야구인이다. 지금 야구교실도 마찬가지다. 저녁에는 늘 야구를 본다. 야구 경기가 아니면 다른 것은 보지도 않는다(웃음). 다만 나는 그라운드를 나와서 사업에 빠졌다. 많은 이들에게 ‘야구로 다시 돌아오며 안되냐’는 질문을 받는데, 이렇게 이곳에서도 여전히 야구와 함께 하고 있다. 나는 사업가다. 그리고 여전히 야구인이다. 여기서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아마추어 선수들을 육성해 엘리트 야구 발전에 기여하고 사회인 야구 선수들을 지도해 야구저변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 않은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의류사업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야구교실의 시설도 더 넓혀 좀 더 본격적으로 지도할 계획도 갖고 있다. 2년간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나도 다시 야구에 빠져들었다. 프로에 가는 선수들을 배출하는 것은 일단 학교 지도자들의 역할이다. 하지만 나는 학교 밖에서 또 그 일을 돕고 싶다. 나는 여전히 야구와 함께 하고 있다.
이제 그라운드 밖에서 다시 야구인으로서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다. 김상호는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에 위치한 야구교실에서 선수들의 육성에 힘쓰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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