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역시 상주상무는 2부리그(K리그 챌린지)가 어울리지 않는 팀이었다. 이근호를 비롯해 김재성 이상호 이승현 이호 김형일 최철순 이재성 하태균 등의 이름들을 생각하면 ‘노는 물’이 달라야했다. 실상 노는 물이 다르다는 것을 FA컵 16강에서 보여줬다.
상주상무는 10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유나이티드와의 2013 하나은행 FA컵 16강에서 연장혈투 끝에 아쉽게 1-2로 패했다. 비록 패하기는 했으나 후반 시작과 동시에 먼저 골을 허용한 뒤 후반 27분 하태균의 동점골 그리고 이어진 그들의 파상공세를 생각한다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다.
2부리그에서 뛰기에는 아까운 인재들이 많은 상주상무는 확실히 경쟁력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인천의 경쟁력을 확인했던 경기이기도 하다. 인천은 강해졌다. 사진= MK스포츠 DB |
이근호 하태균 이상호 김재성 등으로 구성된 상주의 공격진은 끊임없이 인천을 괴롭혔고 결국 후반 27분, 하태균의 정석적인 ‘방아 찍기’ 헤딩슈팅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동점 이후의 흐름은 거의 상주의 것이었다. 김봉길 감독이 디오고 이석현 남준재 등 주전급을 더 이상 아끼지 못하고 투입했으나 정규시간 내 역전을 이끌겠다는 상주의 의지는 활발했고 실상 몇 차례 역전 기회가 있었다. 그것을 놓친 게 아쉬울 뿐이다.
연장 전반도 흐름은 상주의 몫이었다. 만약 어떤 팀이 승부차기로 가지 않고 마침표를 찍는다면, 인천보다는 상주 쪽의 가능성이 높아보이던 흐름이다. K리그 클래식에서 3위권을 달리고 있는 인천을 상대로 이쯤 몰아붙일 수 있다는 것은 상주의 경쟁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내년 1부 승격이 유력한 상무는 호락호락하지 않을 공산이 컸다.
그러나 결국 승리를 거머쥔 쪽은 인천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인천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이기도 하다. 인천은 상주의 매서운 공세 속에서도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았다. 팀으로 하나됐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뛰었고, 누구든 다른 이보다 많이 뛰겠다는 각오가 엿보였다. 이는 실상 김봉길 감독이 가장 강조하는 ‘인천다움’이다.
김봉길 감독은 “인천의 색깔은 끈끈함이다. 운동장에 나가면 모두가 공격하고 모두가 수비하자고 강조한다. 운동장에서는 쉬는 선수가 없어야한다”던 그의 지론이 상주상무전의 위기 속에서 잘 드러났다. 오뚝이처럼 이겨내던 인천은 결국 연장후반, 자신들이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교체투입된 남준재가 연장후반 3분, 상주지역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과감하게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기나긴 승부의 종지부였다. “버리는 경기는 없다”는 김봉길 감독의 말처럼, 승부처에서는 주전들을 아끼지 않겠다는 각오와 함께 투입한 남준재의 득점이었으니 더 특별했던 순간이다.
결국 인천은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선보인 상주를 상대로 더 뛰어난 경쟁력을 과시하면서 2-1 승리를 거머쥐고 FA컵 8강에 올랐다. 상주의 경기력은 분명 고무적이었다. 내년을 기대해도 좋을 모습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또 인천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규리그의 상위권 유지를 포함해 왜 인천이 올 시즌 잘 나가고 있는지 보여준 한판이었다.
이날 출전하지 않았던 베테랑 김남일은 경기 후 웃으며 “내가 출전할 틈도 자리도 없었다”는 말과 함께 웃었다. 인천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을 에둘러 전한 것이다. 부상으로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이천수 역시 “내가 안 나가니까 경기를 더 잘하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인천은 이제 확실히 강해져 있었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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