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김원익 기자] 백약무효(百藥無效)의 상황이다. 더해 남의 비난과 비판을 듣기 싫어 귀를 막았지만 소용이 없는 엄이도종(掩耳盜鐘)의 현실이 지금 두산 베어스의 현주소다.
두산은 22일 잠실 한화전서 오재일의 10회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8-7 진땀승을 거뒀다. 하지만 과정은 좋지 않았다. 7-4로 앞선 8회 1사 만루에 등판한 마무리 투수 홍상삼은 3실점을 하며 블론세이브를 기록했고, 핵심 불펜들은 매 경기 연투를 거듭하며 불안한 뒷맛을 남겼다.
두산 베어스의 뒷문이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 최근 부진한 마무리 투수 홍상삼. 사진=김재현 기자 |
등판 순서를 달리해보기도 했다. 8회 1사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가 등판하는 강수를 2번 냈지만 수는 통하지 않았다. 총 5일간의 휴식이후 첫 경기였던 지난 19일 잠실 롯데전서 두산은 5명의 투수가 15안타 10볼넷을 허용, 13실점으로 무너졌다. 이날은 노경은의 2이닝 강판이 컸지만 김상현, 오현택, 임태훈 3명의 계투진은 제 몫을 하지 못했다. 교체 시기가 반박자 혹은 한박자씩 늦은 아쉬움이 있었다.
20일 경기 역시 비슷했다. 두산은 유희관의 7이닝 무실점 역투로 8회까지 2-0으로 앞섰다. 하지만 8회 두 번째 투수 정재훈이 2사 2루서 전준우에게 좌전 적시타로 추격점을 내줬고, 세 번째 투수 홍상삼이 정훈에게 좌전 동점 적시타를 허용해 결국 연장전까지 승부를 끌고 간 끝에 11회 오현택이 박준서에게 역전 적시타를 맞고 2-4로 패했다.
21일은 깔끔했다. 니퍼트가 6이닝을 2실점으로 막고 내려간 이후 7회부터 등판한 정재훈, 오현택, 김강률이 각각 1이닝씩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틀어막았다. 하지만 6회까지 7-2로 점수 차가 벌어져있던 것을 감안하면 정재훈, 오현택, 김강률의 사실상의 필승조가 모두 등판한 것은 아쉬운 내용이기도 했다.
투수들의 연투는 계속됐다. 22일 김상현은 2⅓이닝을 소화했고, 홍상삼은 8회 1사 만루 상황에서부터 등판해 1⅔이닝을 던지며 3실점으로 동점을 허용, 다시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정재훈 역시 10회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정재훈은 4일 중 3일 등판. 오현택은 19일부터 3일 연속 등판이다.
4경기 모두 접전 상황이 이어진 만큼 필승 불펜들의 등판은 불가피하다고 볼수도 있다. 하지만 투입 시기와 등판 간격 등의 운용방안은 장기 레이스와 단기 승부 측면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동시에 필승불펜들도 반드시 지켜내야하는 상황에서 무너지고 있다. 두산의 블론세이브는 10개. 최다 블론세이브의 롯데보다 1개가 적다. 하지만 두산의 세이브 기회는 38개로 롯데의 65개와 월등한 차이가 있다. 세이브율은 최하위 NC 다음인 8위로 터프세이브는 단 1개에 불과하다. 현재 두산 불펜은 최약체다.
‘엄이도종’은 중국 진(秦)나라 때 종을 훔치러 들어온 도둑이 종이 너무 커 쪼개려 하다 소리가 너무 클까 봐 자기 귀를 막았다는 춘추시대 일화에서 유래한 고사성어다. 스스로의 어리석은 행동은 생각하지 않고 진실에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두산의 뒷문이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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